변명치고는, 설 명절 기아차만 즐겼을까

  • 입력 2014.02.04 01: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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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2월에 있던 지난해와 비교해 근무일수 감소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경기 침체 영향까지 겹쳐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내수 부진을 털어낸 1월, 유일하게 감소세를 기록한 기아차의 해명이다. 기아차는 1월 한 달 동안 3만 4000대를 파는데 그쳤다. 지난해 1월 3만 6350대보다 6.2%가 줄었다.

근무일수의 감소, 경기침체 영향이라는 해명이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는 이런 상황들이 기아차만 있었던 '악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내수 판매는 2.6%, 한국지엠은 8.4%가 늘었고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각각 16.9%, 34.9%가 증가했다. 모두 기아차와 같은 악재를 만났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랜 내수 부진까지 털어냈다.

기아차의 1월 내수 3만 4000대는 최근 5년간 같은 달 거둔 실적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1월 판매가 가장 저조했던 때는 지난 2010년 3만 4007대였다.

그리고 2010년 이후 노조의 파업 등으로 뚜렷한 생산 차질이 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월간 판매로는 2010년 2월 3만 3209대 다음으로 저조했다. 여기에다 2011년 이후 기아차의 전체 내수 판매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아차가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작년 초부터 국내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RV 차종의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 가장 크다.

기아차는 정통적으로 RV 차종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지난 1월 쏘렌토R을 비롯한 RV 차종의 판매는 9242대로 비교적 선전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4만 5235대였던 RV 차종의 판매는 2011년 14만 8850대로 증가한 이후 2012년 12만 6728대, 2013년에는 12만 5680대로 줄었다.

2013년 국내 전 RV 차종의 판매가 무려 14.2%나 증가를 했지만 기아차는 반대로 판매가 줄었고 이는 곧 전체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기아차의 대표적인 볼륨 모델 모닝의 부진도 한 몫을 했다. 모닝의 1월 판매는 6235대. 작년 월 평균 판매 대수가 7802대에 달했고 현대차 쏘나타와 아반떼 등과 함께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다퉈왔지만 지난 달 맥없이 판매가 급감을 했다.

이 처럼 시장이 커지고 있는 RV 차종은 판매가 줄어 들고 있고 지켜야 할 경차 시장은 위축이 되면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지만 달리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작년보다 2.6% 증가한 5만1525대를 판매하면서 지난 해 말까지 이어져왔던 부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도 오랜만에 내수 부문에서'기록' 잔치를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아차 관계자는 "기운을 내고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며 "단박에 볼륨을 키울 수 있는 신차도 없기 때문에 영업 조직의 쇄신과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판매가 부진하면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연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기아차는 작년 부진했던 꽤 오래전부터 그 원인을 휴가철, 영업일수 부족, 경기불황 탓으로 돌리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부진을 털기 위한 전략으로 고심하고 있는 시간에 변명거리 찾기에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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