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남(快男) 모하비, 성격도 거칠어야 제 맛

  • 입력 2014.04.16 22:2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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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07년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가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가미된 첫 차 모하비에 대해 "검정색 모하비의 옆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가슴이 설레었다"고 했던 말이다.

피터 슈라이어가 누군가. 런던예술대학(UAL)을 졸업하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치면서 TT, 5세대 골프 등을 창조하며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2006년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자리를 옮겨 가장 먼저 손을 대기 시작한 모델이 바로 모하비다. 덕분에 모하비는 '직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면서 강렬하고 분명한 선으로 강한 남성의 이미지가 강조된 정통 SUV로 각인돼 있다.

 

반듯하게, 분명하게, 강렬하게=전통적으로 SUV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기아차는 2006년 내 놓으면서 소형에서 대형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풀 세그먼트의 구색이 갖춰졌다는 의미가 컸지만 그 보다는 모하비가 당시까지 일반화됐던 기존 SUV의 컨셉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리듬, 볼륨감을 강조하는 대개의 SUV 경쟁모델들과 달리 각진 스타일을 선택했고 동급의 수입차를 압도하는 큰 덩치와 각종 사양들로 무장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우 낯선 외양을 가지고 있다. 프런트 엔드에서 리어 엔드로 이어지는 루프와 벨트 라인은 거의 수평에 가깝고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두툼한데다 앞 쪽과 뒤 쪽의 끝 마무리도 굳게 닫아 버렸다.

미끄러지듯 유려한 라인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의 SUV 모델들과 비교하면 투박하다고 느낄 정도다. 오히려 지프나 랜드로버 등 정통 RV에 더 가깝다. 화려한 장식도 배제돼 지극히 간결하고 단순하다.

 

그런데도 기품이 보인다. 효율적인 비움으로 몇 몇의 특징적인 요소에 눈길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호랑이 코의 패밀리 룩, 가로 바로 안정감이 강조된 라디에이터 그릴, 적당한 크기의 에어 인테이크 홀에 범퍼 가드까지 각 영역이 세분화됐고 정리도 잘 됐다. 그릴에는 모하비 전용 엠블럼이 자리를 잡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가 스스로 극찬을 했던 측면부는 SUV에서 필요로 하는 강한 차체의 이미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높은 지상고와 벨트라인은 효율적인 면적 배분으로 시원스럽게 보이고 각 필러의 각도를 절제시켜 안정감이 돋보이게 했다.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스포일러, 리어범퍼는 기본적으로 직선이 반영됐지만 엣지 부문에 각도를 줘 멋을 부리기도 했다.

이런 구성은 전체적으로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살리는 한편, 모던한 분위기로 도심에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모하비의 장점이다. 긴 세월 동안 별다른 디자인의 변화없이 이어져 오면서도 모하비가 낯설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변화가 필요한 실내=2006년 첫 출시 당시만 해도 꽤 세련돼 보였던 모하비의 실내 인테리어는 이제 평범한, 그래서 특별한 것이 없다. 나중에 출시된 스포티지R, 쏘렌토에 비하면 진부한 느낌까지 든다.

클러스터는 슈퍼비전이다. 레드 컬러의 조명으로 시인성이 꽤 좋다. 그러나 6.5인치 디스플레이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작아 보이고 세련미도 떨어져 보인다. 아래 차급인 스포티지R에도 7인치 LCD가 적용됐다. 인터페이스의 구성과 조작감, 터치감도 요즘의 트렌드에 익숙해진 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반면 얼마 남지 않은 프레임 보디가 주는 장점들은 여전하다. 서 있을 때나 달릴 때나 하체는 견고하고 2895㎜나 되는 넉넉한 휠 베이스, 1810㎜의 전고 1915㎜의 전폭이 주는 여유는 3열까지 영향을 준다. 어떤 자리에 앉아도 무릎과 어깨, 머리가 불편하지 않다.

 

특히 운전석 공간은 더 없이 여유롭다. 개방감까지 뛰어나 더 없이 편안한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3열을 접으면 적재 공간은 1220ℓ까지 확장이 된다. 골프백과 보스턴 백 4개를 가득 싣고도 여유가 있다.
다만 3열 시트의 폴딩에는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하다. 요즘 나오는 대개의 모델들이 자동이든 수동이든 간편하게 접고 펼 수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

일정한 수고를 요구하지만 2열에서 3열까지의 시트 베리에이션은 다양하다. 3열 시트는 폴드 다운으로 바닥을 평평하게 할 수도 있고 2열 시트의 부분 폴딩,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폴딩 할 수도 있다.

암레스트의 센터 콘솔에는 에어컨이 작동할 때 수납한 음료 등을 차갑게 유지시켜주는 쿨 박스가 자리를 잡았다. 도어의 안쪽 등에도 필요한 수납 공간이 꽤 여러 곳에 마련됐다.

 

인상적인 승차감, 넘치는 파워=시승차는 V6 3.0 E-VGT 엔진을 탑재한 3.0 디젤 AWD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룬 4496만원짜리 KV 300이다.

V6 3.0 엔진은 2959cc의 배기량에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6.0kg.m, 연비는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10.2km/l의 제원을 갖고 있다.

배기량이 비슷한 BMW X6 xDrive30d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힘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이 없다. 출발을 할 때의 느낌도 넉넉하고 저속에서 중속, 고속을 빠르게 넘나드는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을 한다.

엔진회전수의 레드존은 4500이다. 정지상태에서 풀 악셀을 하면 4000rpm인근까지 치솟은 후 빠르게 떨어져 3000rpm에서 안정을 찾는다. 기본 회전수는 700rpm, 빠르게 가속을 하면 3000rpm에서 첫 번째 시프트 업이 이뤄지고 100km의 경제속도에서는 1500rpm을 유지한다.

 

시승 후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9.7km/l, 표시연비보다 낮은 이유는 주로 도심을 주행했기 때문이다. 도심연비가 9.5km/l라는 점, 고 배기량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공차중량 2155kg의 거구를 밀어내는 힘은 여유가 있지만 더디지 않게 바로 원하는 속도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60km/h 이상의 속도에서는 고속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속도의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못지 않게 승차감, 정숙성도 독일산, 미국산 SUV보다 뛰어나다. 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지나치게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구성은 승차감을 다소 무르게 하는 단점으로 연결된다. 특별한 재미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더블위시본(전륜), 멀티링크 코일스프링(후륜) 서스펜션 구성으로 어느 정도는 단단한 느낌이 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무른 성질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 커브구간을 지날 때는 차체의 롤링이 제법 뚜렷하게 전달된다.

 

지금이 때, 강한 변신이 필요하다=아쉽게도 모하비는 엔진과 변속기, 섀시 등 기본기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지금도 모하비가 있냐고 반문을 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원인에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기아차 스스로가 방치를 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별 다른 마케팅도 보이지 않고 여러 번 나온 페이스리프트나 연식변경 모델에도 외관이나 인테리어, 그리고 첨단 사양에도 별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조금씩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모하비는 지난 3월 가까스로 1000대를 넘긴 1102대를 팔았다. 지난 해 월 평균 700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조만간 2015년형 모델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부드러움 보다는 좀 더 거친 변신을 통해 외관이 갖고 있는 강한 이미지가 주행 성능에도 보태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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