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 그리고 쾌감질주, 재규어 F타입 컨버터블

  • 입력 2014.04.27 23: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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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지난 120여 년 동안 자동차는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로 우열을 가려왔다. 그러나 속도 경쟁은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면서 안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자동차는 더욱 안전해졌고 빨라졌다. 덕분에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정된 석유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숙제로 남아있다.

동시에 자동차를 소유하는 의미에도 변화가 왔다. 좀 더 쉽고 빠르게 인간의 이동을 돕는 기계가 여가와 스포츠, 꾸미고 과시하는 도구가 됐다. 성능이 독보적이거나 박진감 있는 운전 능력, 획기적인 연비 등 어느 한 가지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어야만 주목을 받고 또 팔린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최근 경주 일원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는 재규어의 고성능, 그리고 정통 오프로러 랜드로버의 라인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충분히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춘 브랜드, 때문에 시작부터 설레는 시승이었다.

 

덩치만 봐서는 곤란, 의외로 민첩한 XF=플래그십 XJ, XF, 그리고 고성능 스포츠세단 XFR-S과 컨버터블 F-TYPE이 시승차로 제공됐지만 이날 체험이 가능한 모델의 수는 단 2대.

가장 대중적인 XF, 그리고 고성능 스포츠카 F-타입 컨버터블을 선택해 차례로 시승했다. 첫 번째 시승은 보닛과 프런트 윙, 심지어 범퍼의 영역이 마치 하나로 이뤄진 듯 인상적인 전면부를 갖고 있는 XF를 골랐다.

J 블레이드 타입의 LED 주간전조등이 포함된 헤드라이트는 안개등보다 크기가 작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인테이크 홀의 크기도 비슷하다. 여기에 그릴과 휠 캡에 그롤러(Growler) 엠블럼을 배치시켜 강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특히 측면에서 시작된 라인이 리어 램프와 트렁크 리드까지 연결되는 독특한 구성도 재규어의 특별한 개성을 돋보이게 했다.

클래식한 이전의 디자인에 아직은 진한 향수가 남아있지만 큰 차체를 비교적 효율적으로 배분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리려는 의도는 충분히 엿보인다. 스포츠 인테리어로 설계된 실내는 외관보다 더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시승차는 ‘XF 3.0 D 럭셔리’,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XF는 최고 출력 240마력(4000rpm), 최대토크 51.0kg.m(2000rpm)에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시간은 단 7.1초에 불과하다.

이날 시승은 경주 블루문 리조트에서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토암산 자락까지 60여km 거리에서 이뤄졌다. 꽤 큰 디젤엔진을 탑재했는데도 진동과 소음은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미세하고 조용하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는 아주 빠른 순간 4000rpm 인근까지 치 솟는다. 레드존은 4200rpm에 표시가 됐다.

출발은 거칠다. 토크의 정점이 2000rpm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차체와 운전자는 미세하지만 엔진에 끌려 나가는 느낌이다. 반면 디젤엔진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운동 특성에도 불구하고 속도의 영역과 상관없이 주행 전 과정은 매끄럽고 분명하게 이어진다.

제법 빠른 속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가속감도 기분이 좋다. 후륜구동 방식이지만 빗길 주행 능력도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은 전륜과 후륜 공히 더블위시본이 적용됐다. 덕분에 빠른 핸들링에서 오는 오버스티어를 제대로 잡아준다.

XF 3.0 D 럭셔리의 국내 판매 가격은 7700만원,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 큰 덩치에도 달리는 맛이 제법 삼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쓸 수도 있는 돈이다.

 

빗 길, 그러나 원없이 달려 본 F-TYPE=재규어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F-TYPE’은 2인승 컨버터블의 디자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매끈한 스타일이 압권이다.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C-X16 컨셉트카 디자인의 원형을 최대한 반영한 모델로 우주 항공기술에서 사용하는 에폭시 접합과 리벳본딩 방식, 그리고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로 구성된 미려한 차체를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그롤러(Growler) 엠블럼을 라디에이터 그릴에 탑재하고 측면에 안쪽으로 감는 듯한 캐릭터 라인을 배치시켜 역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했다.

전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롱 후드와 낮은 트렁크 리드, 그리고 앞쪽보다는 뒤쪽에 많이 반영된 볼륨 덕분에 관능적인 자태도 보여준다.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Ian Callum)의 감성이 녹아있는 실내는 간결하지만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적절하게 가미됐고 숨겨져 있던 도어핸들이 터치 패널에 닿으면 돌출되는 설정도 재미가 있다. 고급가죽 소재로 마감된 시트의 감촉도 만족스럽다. 또한 새틴 크롬과 알루미늄 마감재로 각 공간의 구분을 명확하게 한 것도 실용적이다.

비가 오는 관계로 소프트 탑을 개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지만 개폐 소요시간은 12초 가량이 걸리고 트렁크에는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서 작동하는 리어 스포일러도 함께 숨겨져 있다.

 

시승차는 배기량 5.0리터 V8 엔진을 탑재한 ‘F-TYPE V8 S’, 최고출력이 495마력(6500rpm), 최대토크 63.8kg.m(2500~5500rpm)에 달하는 강력한 제원을 갖고 있다.

덕분에 경주 일원에서 와인딩이 가능한 코스에서 진행된 시승은 처음부터 끝까지 짜릿했다. 한계치의 속도, 그리고 감속없는 급회전까지 극강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3초에 불과한 0→100km/h 가속시간이 주는 쾌감도 맛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스포츠카도 감히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속페달의 반응 또한 찰나에 이뤄진다. 이런 모든 극한의 성능이 발휘 될 때마다 들려오는 배기음은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인상적인 울림을 남겨준다.

섀시와 타이어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19인치 알로이 휠과 255mm, 295mm의 광폭으로 구성된 휠은 앞, 뒤 타이어의 편평비를 각각 35, 30으로 설정해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직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오르막과 내리막, 급격한 커브로 이어진 빗길 코스에서 전혀 불안하지 않은 접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F-TYPE V8 S의 가격은 1억 5870만원, 이만한 성능을 맛 보려면? 그러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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