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30도 급경사 당황하지 말고 '꾹'

  • 입력 2014.05.07 01:2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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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후들거린다. 경주 토함산 암곡,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다는 촬영 세트장을 지나 뿌연 먼지가 날리는 산길을 조금 더 달려 도착한 협곡, 직립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경사가 강파르다.

협곡의 깊이는 족히 50미터, 경사는 30도가 넘어 보인다. 그 시작점에서 ‘올 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오른쪽 발은 순서를 기다리는 내내 후들거리고 있었다.

 

30도가 넘는 내리막 경사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용기를 내 출발을 하고 내리막 경사의 중간쯤에 이르자 이날 인스트럭터로 나선 오일기(쏠라이트인디고레이싱팀) 레이서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고 소리를 친다.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에 올린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스트럭터는 계속해서 "차를 믿어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알아서 안전한 속도로 경사를 타고 내려온다"며 거듭 언성을 높였다. 어렵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레인지로버는 느린 속도로 급경사를 타기 시작했다.

협곡 아래에 도착, 이번에는 반대로 오르막 경사를 타고 오를 준비를 했다. 오일기 인스트렉터는 "언덕길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후진 기어를 넣은 다음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황당한 주문을 한다.

내리막 경사로에서의 믿음이 쌓인 턱에 쉽게 그의 주문대로 언덕길 중간에서 후진으로 변속을 하고 페달에서 발을 뗐다. 레인지로버는 아주 천천히 후진 속도를 내며 경사로를 타고 내려왔다. 큰 차체가 미끄러지듯 급경사를 타는 느낌도 삼삼하다.

또 다른 주문이 무전기로 들려온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을 정지시킨 후 가속페달을 밟아 천천히 경사를 타고 오르라"는 것. "당황하지 말고 가속페달만 꾹 밟으면 된다"는 그의 말대로 레인지로버는 조금의 밀림도 없이 안정적인 자세와 속도로 경사로를 타고 올랐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위한 최적의 시스템=랜드로버는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가리지 않고 편식이 없는 진정한 SUV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달 경주일원에서 랜드로버의 모든 라인업이 동원된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30도가 넘는 경사의 협곡을 거뜬하게 오르고 내린 저력도 여기에서 나온다. 

극강의 전율적 드라이브를 원하는 오프로더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에는 다이내믹 리스폰스 시스템(DYNAMIC RESPONSE),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내리막길 주행 제어 장치(HILL DESCENT CONTROL), 토크 벡터링 시스템(TORQUE VECTORING),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 그리고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 등 특화된 첨단 기술들이 내재돼 있다.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하는 이런 시스템들은 급경사를 오르내리거나 평탄치 않은 노면, 험로와 수로에서의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일반, 풀 또는 자갈과 눈, 진흙, 바퀴자국, 모래, 암벽, 자동 등 6가지의 드라이빙 모드 설정이 가능해 어떤 길에서도 최상의 주행 능력을 발휘했다.

 

랜드로버코리아가 토함산 자락에 진흙코스와 웅덩이, 도로 한쪽을 높게 만든 굴곡진 코스 등 상당한 난이도의 오프로드를 만들었지만 레인지로버는 각 노면의 성격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의 반응,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 등을 통해 무리없이 자기 성능을 보여줬다.

오프로드 성능 못지 않게 온로드를 달리는 능력도 부족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3.0리터 SDV6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292마력(4000rpm), 최대 토크 61.2kg.m(2000rpm)의 넉넉한 파워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7.2초면 도달한다.

3.0리터 V6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면 340마력(6500rpm)의 출력과 45.9 kg.m(3500~5000rpm)의 강력한 토크를 맛 볼 수도 있다.

파워트레인의 넉넉한 제원이 더 큰 위력을 발휘 한데는 경량화의 결실도 기여를 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이전보다 차체 중량이 420kg이나 줄었다. 더욱 날렵한 기동성을 발휘하는 이유다.

여기에다 레인지로버 라인업 가운데 유일하게 스틱 타입의 커맨드 시프트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특별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견고한 차체와 후륜중심으로 설계된 토크의 배분(42:58)으로 전고가 높은 SUV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차체 자세의 불안감도 사라졌다. 속도, 도로의 굽음과 상관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체의 만족감도 컸다.

 

대담하게, 그리고 정통을 고수하는 디자인=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대담하고 역동적인 디자인 특성을 곳곳에 담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매끄러운 유선형 다이내믹 슬로프 루프라인, 기울어진 윈드 스크린, 낮은 차체는 도심은 물론 어떤 장소에서도 기막힌 조화의 능력을 보여준다. 토함산 자락의 오프로드를 휘젓고 다니는 당당한 풍채도 여기에서 나온다.

레인지로버 고유의 디자인 DNA인 크램쉘 보닛, 플로팅 루프 및 측면 펜더 벤트 그래픽 등은 전통적 요소를 계승하려는 랜드로버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테리어는 더없이 고급스럽다. 컬러 하나를 고르는데도 적지 않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설명답게 기품이 보인다.

우드 베니어 소재는 숙련된 장인들이 마감을 했고 시트는 모두 최상급 옥스포드 가죽이 사용됐다. 게다가 센터페시아의 스위치 버튼을 절반이나 줄여 요즘 트렌드인 간결함의 장점도 잘 살려놨다.

 

이 밖에도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사양들도 갖추고 있다.

한편 랜드로버코리아가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위해 준비한 라인업은 레인지로버 스포츠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SUV 레인지로버, 쿠페 SUV로 불리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그리고 7인승 패밀리 SUV 디스커버리4까지 다양했다.

공통적인 것은 랜드로버의 모든 라인업이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경쟁사의 SUV를 압도하는 주행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많게는 2억원이 훌쩍 넘는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1억원이 조금 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있고 6000만원대에도 살 수 있는 이보크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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