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강점은 충분한 SUV, 혼다 CR-V

  • 입력 2014.05.14 22: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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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누군가. 200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2008년에는 수입차 점유율 20.4%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그 브랜드다.

잘 나가는 BMW, 폭스바겐도 깨지 못하고 있는 이 대 기록은 중형세단 어코드, 그리고 수입 SUV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CR-V가 주도를 했다. 그러나 그 거셌던 돌풍은 최근 바람을 느끼지도 못할 미풍처럼 희미해졌다.

폭스바겐의 디젤 전략,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에 밀렸고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제 때 대응을 하지 못한 탓이다.

혼다 돌풍을 주도했던 어코드와 CR-V는 그러나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 반응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2011년 출시된 4세대 CR-V는 의미 있는 변신을 통해 제법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CR-V에 대한 시장의 냉대는 어떤 이유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리프레시 사이클이 긴 탓도 있고 SUV-디젤이라는 일반적인 조합에도 부합하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기본기는 뛰어난 모델이기 때문이다.

 

도심형 SUV, 그리고 20년의 진화=CR-V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이다. 20년 가까운 역사를 유지하고 있는 CR-V는 앞서 출시된 기아차 스포티지의 영향을 받아 개발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1세대 CR-V는 도심형 SUV라는 컨셉에도 전체적으로 각진 스타일에 스페어 타이어를 테일 게이트 바깥쪽에 노출시켜 정통 RV 디자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시빅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고 저렴한 가격, 칼럼 시프트 타입 자동변속기 특히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으로 공간을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CR-V는 이후 각진 스타일을 버리고 좀 더 유연한 라인이 강조된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면서 도심형 SUV에 적합한 구조를 갖게 된다. 국내에서 지금 판매되고 있는 CR-V는 2011년 LA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4세대 버전이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연료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보닛과 루프, 휠 아치,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 홀을 공기 역학을 고려한 일체형 다듬었고 램프류 역시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됐다.

차체의 크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장(4535mm)과 전고(1685mm)는 앞선 세대보다 각각 30mm가 줄었고 낮아졌다. 더 콤팩트해진 반면 더 익사이팅한 외관을 갖추게 된 것.

외관의 변화와 달리 실내 인테리어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눈 높이에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실용적 기능에 우선하는 북미 시장에서는 잘 먹히고 있지만 직관적이고 단순화된 인테리어의 구성은 우리 시각으로 봤을 때 좀 더 고급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합들은 꽤 실용적이다. 센터페시아 면적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모니터 상단에 있는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 시인성이 뛰어나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치와 관련된 버튼류만 자리를 잡고 있어 깔끔하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대신 오디오와 핸즈프리 등 자주 사용하는 기기의 버튼류는 스티어링 휠 리모컨으로 조작하도록 했다.

시프트 노브의 위치도 손에 잘 닿는 곳에 있다. 트립컴퓨터의 메뉴얼은 스티어링 휠 오른쪽 아래에 배치돼 공조, 내비게이션 이외의 모든 기기는 운전 중 쉽게 조작을 할 수가 있다.

2열 5인승 시트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2의 무릎,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있고 시트 폴딩으로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고 더 많은 짐을 실을 수도 있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589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146리터까지 늘어난다.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는 만큼, 공간에 대한 만족감은 꽤 높은 편이다.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마감재는 특별하게 고급스럽거나 조악하지 않은 평범한 수준이다.

 

가솔린, 정숙하지만 문제는 연비=시승차는 배기량 2354cc I4 2.4 i-VTEC 엔진과 파트타임 4륜 구동을 탑재한 CR-V 4WD.

5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 최대 190마력(7000rpm)의 출력과 22.6kg.m(4400rpm)의 토크 성능을 갖고 있다. 표시된 연비는 10.4km/l.

제원상으로 보면 CR-V는 고만고만한 동급의 가솔린 SUV보다 특별하게 뛰어난 점을 찾아 보기 힘들다. 현대차 싼타페, 폭스바겐 티구안 등 CR-V가 대적해야 할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뚜렷한 장점을 찾아 보기 힘들다. CR-V가 고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동을 걸고 난 이후부터 모든 선입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높일 때까지의 연결이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첫 번째 시프트 업이 이뤄지는 4000rpm 인근을 벗어나 엔진 회전수가 안정을 찾고 일상적인 주행 모드로 들어서면 가솔린 엔진의 장점들이 계속 나타난다.

우선은 정숙함이다. 가솔린 엔진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SUV 차체의 한계를 절묘하게 극복하며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속도의 영역과도 상관이 없다. 고속에서도 풍절음, 로드 노이즈는 기대 이상으로 조용하다. 핸들링에 대한 칭찬도 아끼고 싶지 않다.

 

맥퍼슨 스트럿(전륜)과 멀리링크 타입 더블위시본 서스펜션(후륜), 5단 자동변속기와 랙 앤 피니언 스티어링의 구성된 섀시의 조합으로 적당한 무르기의 승차감과 함께 견고하고 빠르고 안정감 있는 핸들링 성능을 보여준다.

조정안정성을 담보하는 ESP의 개입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면서 급격하게 휘어진 도로를 빠르게 진입하고 빠져 나올 때의 불안감을 상쇄시켜 준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개입하는 4륜 구동 시스템 덕분에 차체가 낮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회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559km 가량의 시승을 마치고 트립에 표시된 연비는 12.7km/l, 공인연비(10.4km/l)보다 더 나오기는 했지만 대개의 디젤 SUV 모델들이 한 번 주유를 하면 1000km를 가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아쉽다.

그나마 생각했던 것, 표시된 연비보다 높은 연비가 나온 비결은 'ECON" 모드 덕분이다. ECON은 엔진과 변속기, 공조장치 등을 최적화해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디젤 SUV에 동화된 소비자들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CR-V에 마음이 끌리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도 아직 CR-V가 회자되는 이유는 제원 이상의 만족감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승차감은 디젤 모델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가치고 동급 SUV보다 더 여유 있게 확보된 실내공간의 활용성도 빼 놓을 수 없는 CR-V의 장점이다.

가격도 착하다. 시승차인 CR-V 4WD는 3790만원, 따라서 CR-V는 누구나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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