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 부럽지 않은 8인승 SUV 혼다 '파일럿'

  • 입력 2014.05.21 23: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다의 플래그십 SUV 파일럿(PILOT)이 처음 출시된 때는 2003년이다. 패밀리에 애착이 강한 미국 시장을 노리고 엄청난 크기에 최대 7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크로스오버 SUV로 개발 됐다. 국내에 들어 온 때는 2012년 11월, 혼다코리아가 당시 일본 엔화의 강세를 피하기 위해 전량 미국에서 생산된 파일럿을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다.

가솔린 엔진을 올렸고 콤팩트한 SUV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볼륨보다는 혼다를 상징하는 역할에 기대가 더 큰 모델로 보여진다. 파일럿에 대한 국내에서의 반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연간 12만 대 이상 판매되는 동급 최고의 베스트셀링카다.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과 넓은 실내에 대한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파일럿은 지난 1월 출시된 2014년 형, 좌석 수를 늘리고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어졌다. 아웃 사이드 미러의 턴 시그널 램프, 전방 주차 보조 시스템도 추가됐다. 국내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에 맞춰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TPMS)도 적용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컵 홀더가 있던 3열 중간에 헤드레스트와 안전벨트를 갖춘 중간 좌석을 추가해 7인승에서 8인승으로 탈바꿈 한 것.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적용됐던 열선시트도 2열로 확대가 됐다.

 

상 남자 스타일에 여유있는 공간=쿠페 스타일의 SUV까지 등장을 하는 시대에 눈 높이를 맞추면 파일럿의 디자인은 투박스럽게 보일 정도로 구식이다. 그러나 파일럿의 외모에는 일반적인 모델과 뚜렷한 차이가 있는 특징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시승차인 순백색 파일럿은 특별한 기교를 자제하면서도 대담하고 굵은 선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큰 덩치에도 의외로 첫 인상이 깔끔했다. 보닛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부로 이어지는 2개의 캐릭터 라인을 빼면 측면과 후면의 보디 표면은 매끈한 상태 그대로다.

휠 아치의 볼륨은 최대한 자제가 됐고 블랙 컬러의 B필러는 짙게 썬팅된 측면 글래스와 일체감을 살려 시원스럽고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크고 와이드한 헤드라이트와 수직으로 배치된 리어 라이트의 묘한 대비, 대형 범퍼가 주는 위압감도 파일럿이 품고 있는 강한 개성들이다.

 

미니밴 이상의 공간이 확보된 실내는 꽤 효율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돌출된 보닛 때문에 시야의 간섭이 우려됐지만 운전석에서 보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런 컨셉은 실내도 마찬가지다.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 대시보드의 구성도 재미가 있다. 클러스터는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당하게 버무러져 있다.

속도와 엔진의 회전수, 연료계 등은 게이지바 타입의 아날로그 방식, 트립 컴퓨터는 디지털 타입으로 배치가 됐다. 대형 모니터의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및 공조장치를 다루는 버튼류가 자리를 잡은 센터페시아는 깊지는 않지만 대시보드의 표면에서 살짝 아래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풍부한 수납공간에 대한 만족감도 크다. 대형 센터콘솔은 팔걸이 역할과 함께 안 쪽에 USB와 아이팟 연결 단자가 있고 컵 홀더가 있는 센터콘솔은 커버가 있어 말끔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글로브 박스 상단에는 잡다한 소품들을 정리할 수 있는 별도의 수납공간도 마련이 됐다.

 

8인승으로 전환되면서 3열 시트 중간에 있던 컵 홀더는 사라졌다. 모든 시트는 수동으로 폴딩이 가능한데 작은 힘으로 간단하게 접거나 펼 수 있다. 2열의 등받이 상단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시트가 앞으로 접히고 슬라이딩까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3열을 타고 내리는데도 큰 불편이 없다.

1열 콘솔박스 뒷면에 2열 공조장치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버튼들이 배치돼있고 파워 아웃렛 단자도 비치가 됐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바닥이 모두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실용적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데 효율적인 구성들이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 뛰어난 주행능력=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는 것은 파일럿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이다. 연비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점이 되겠지만 승차감에 있어서는 탁월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파일럿에는 혼다의 대표적인 가솔린 엔진인 3.5L i-VTEC VCM과 5단 자동변속기,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인 VTM-4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257마력(5700rpm), 최대토크 35.4kg.m(4800rpm)의 엔진성능으로 2080kg에 달하는 파일럿의 큰 덩치를 밀어내고 끌어당기고 있다.

엔진의 조합은 그만큼 당당한 주행 능력으로 연결된다. 시승을 하는 동안 어떤 구간에서도 힘이 부족한 순간은 나오기 않았기 때문이다. 오프로드에서의 탄력성도 뛰어났다. 자갈이 많은 곳, 최근 내린 비 때문에 움푹 패인 곳, 급한 경사를 오르고 내리는 구간을 지날 때로 넉넉한 힘을 보여줬다.

특히 파일럿에 장착된 4륜구동 시스템 VTM-4에는 힐 어시스트 컨트롤, 리어 디퍼렌셜 잠금 기능이 포함돼 있어 극한의 험로가 아니라면 쉽게 탈출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전자 제어식 자동 5단 변속기가 이제는 구식 취급을 받고 있지만 파일럿은 의외로 다단 변속기 못지 않은 매끄러운 속도의 연결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매끄러움은 속도의 영역에 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속도가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속 주행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SUV 모델인 파일럿에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클러스터에 표시된 레드존은 6400rpm,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 6000rpm에서 첫 번째 시프트 업이 이뤄진다.

시속 100km에서 유지되는 엔진 회전수는 1900rpm 인근이다. 주행 속도에 따른 엔진의 회전수는 평범하지만 300km의 거리를 마음껏 속도를 내며 달리고 기록된 주행 연비는 7.8km/l(공인연비 8.2km/l) 였다.
승차감은 덩치와 달리 부드럽게 표출됐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벤틸레이티드 디스트 브레이크로 구성된 새시는 다소 부드럽게 세팅이 됐다.

 

덕분에 오프로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크게 요동을 치거나 충격이 전달되는 일도 드물었다. 종합적으로 보면 파일럿은 적절한 표현이 될지 몰라도 단점과 장점이 어우러진 SUV로 볼 수 있다. 주류에서 벗어난 가솔린 엔진, 그리고 연비도 보통의 수준보다 낮지만 세그먼트가 낮은 SUV보다 뛰어난 핸들링 능력을 갖고 있고 승차감 또한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요보다는 특정한 타깃을 노린 마케팅이 요구된다. 아직 여름 초입에도 들어서지 않았지만 시승 코스로 잡은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인근이 주말 캠핑족들로 가득차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 어차피 그런 수요겠지만 공략을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2014년형 파일럿의 가격은 4950만원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