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의 넘사벽 '레인지로버 이보크', 하늘을 품다

  • 입력 2014.05.26 00: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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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를 길게 눕혔다.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베이지 컬러의 대시보드, 밝은 황갈색 시트가 더 없이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그려내는 황홀한 그림에 팔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누군가 다가와 이 달콤한 정적을 깼다.

선재도에 딸린 기생섬 축도, 썰물로 드러난 길에 무작정 세워져 있는 것이 걱정됐는지 경운기를 몰고 갯벌에서 나오던 어르신이 "물들어 올 시간여"라며 경고를 하고 바로 차를 빼란다. 잡념이 일새도 없이 끝없이 머무르고 싶게 하는 묘한 공간, 이 것이 바로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마력이다.

 

가장 가볍고 혁신적인 크로스 쿠페=이보크는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로 데뷔했다. 덩치 큰 프리미엄 SUV를 만드는 랜드로버가 만든 가장 혁신적인 컨셉의 크로스 쿠페 이보크((Evoque)다.

컨셉트카의 프로젝트명은 LRX, 랜드로버가 역사상 가장 가볍고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고 가장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갖춘 SUV를 목표로 개발했다

여기에는 랜드로버가 한 결 같이 추구해 온 SUV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 넘는 놀라운 드라이빙 퍼포먼스도 포함이 됐다.

마침내 2009년 영국 리버풀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이보크는 2011년 최초의 양산 버전이 첫 번째 고객에게 전달됐다.

이보크의 혁신적 도전은 판매에서도 대단한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12만 5000여대가 판매됐고 이는 랜드로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전체 실적의 10%에 해당된다.

이보크의 성공은 프리미엄 브랜드간 동급 세그먼트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각각의 영역에 만족해했던 BMW X 시리즈의 경량급 모델, 벤츠 GLK, 아우디Q7 등 경쟁사들은 공세로 전환을 했고 포르쉐는 마칸을 내놨다.

이보크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모델은 마칸, 가격과 크기 브랜드가 추구하는 완성도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페 SUV, 실용적 독특함으로 가득=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첫 인상은 기존 랜드로버 라인업에서 각인된 큰 덩치가 효율적 다이어트로 슬림 해졌다는 점이다.

여전히 무겁기는 하지만 시승차인 이보크 SD4 프레스티지의 공차중량은 1890kg, 상위 세그먼트인 레인로버보다 500kg이상 가볍다.

차체의 크기도 마찬가지다. 이보크의 전장, 전폭, 전고는 4335×1900×1635(mm)에 불과하고 실내공간을 가늠하는 휠베이스는 2660mm로 딱 골프(2637mm)만 하다.

체구는 줄었지만 이보크 특유의 루프 형상과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한 인테리어로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한 체형을 갖고 있다.

전면에서 후면으로 기울어지는 독특하게 설계된 루프 라인은 이보크의 개성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측면 실루엣의 강렬함, 그리고 극도로 낮아진 뒤태는 크로스 쿠페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로 불리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개성 있는 클램쉘 타입 모양의 보닛, 플로팅 루프, 휠을 최대한 바깥쪽으로 밀어내 차체를 더욱 낮아 보이도록 한 것도 이보크 디자인의 특징이다.

천공 패턴과 두 개의 바로 구성된 그릴, LED와 보석같은 느낌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도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예리하게 설계된 헤드램프도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다이내믹한 개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한다.

 

감각적인 실내, 파노라마 선루프의 탁월한 개방감=직관적이고 간결한 인테리어는 프리미엄이 사치스러운 장식으로 완성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클러스터에는 속도와 엔진회전수 게이지를 메인으로 중간에 대형 모니터의 트립 컴퓨터가 배치됐다. 센터페시아는 일반적인 차량 정보와 함께 내비게이션 기능이 포함된 대형 디스플레이와 하단의 공조 장치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해 놨다.

다이얼 타입의 시프트, 그리고 노면 상황에 따라 이보크의 주행 특성을 설정할 수 있는 액티브 드라이브라인이 센터콘솔과 암레스트로 연결된 라인은 매우 높게 설계돼 운전 중에도 손이 닿기 쉽고 조작도 편하다.

시트 포지션은 낮은 편, 그러나 두께가 얇은 A필러와 면적인 넓은 프런트 글라스, 대형 아웃사이드 미러로 탁 트인 시야를 준다. 특히 지붕 전체를 덮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개방하면 더 없이 쾌적하다.

이 밖에도 다기능 열선이 포함된 스티어링 휠, 최고급 가죽 시트, 인테리어 무드 라이팅 등 특유의 감각적인 실내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첨단 장치로 구현되는 완벽한 주행능력=2014년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가장 큰 특징은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는 것. 이 때문에 보통의 연식변경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의 변화를 체험 할 수 있다.

시승차에 장착된 파워트레인은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 최고출력 190마력(3500rpm)과 최대토크 42.8kg/m(1750rpm)를 발휘한다.

출력과 토크의 정점이 발휘되는 엔진 회전수의 영역대는 이보크의 온로드 및 오프로드 능력이 왜 탁월한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수치다.

기본 엔진회전수는 800rpm, 이 상태에서 엑셀레이터를 조금만 밟아도 곧 바로 토크의 최대치를 발휘하는 1750rpm에 이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발진을 할 때마다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빠른 반응을 매번 겪어야 한다.

덕분에 엔진 회전수의 레드 존은 4800rpm부터 표시가 됐고 정지상태에서 풀 악셀을 해도 4000rpm을 넘지 않는다. 첫 번째 시프트 업이 이뤄지는 시점도 이 근방이며 100km/h의 속력에서 유지되는 엔진회전수는 1800rpm에 불과하다. 400km 남짓한 주행을 마치고 기록된 연비는 7.2ℓ/km, 우리식으로 하면 13.8km/ℓ, 공인연비 13.3km/ℓ와 비슷한 수준이다.

처음 경험한 9단 자동변속기 ZF-9HP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는 솔직히 강하게 체험을 하지 못했다. 랜드로버 코리아는 이 9단 변속기가 속도의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대응 한다는 설명을 제공했지만 실제 주행 중 이를 체감하고 그 느낌을 쓰기에는 촉이 부족했다.

이 보다는 옵션으로 장착된 액티브 드라이브라인(Active Driveline)이 주는 주행 안정감이 더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다.

 

덕분에 오프로드에서 속도에 많은 변화를 주면서 달리면 4륜과 2륜의 변화로 휠의 스핀이 효율적으로 제어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전자 디퍼렌셜 기술(e-Diff)을 이용한 액티브 토크 바이어싱(Active Torque Biasing)을 통해 좌우 후륜 간 토크의 분배로 최적화된 트랙션과 안정성도 눈에 띈다.액티브 드라이브인은 세계 최초의 온 디맨드형 4륜 구동 시스템이다. 시속 35km 이상에서는 전륜만 구동이 되고 필요 시 300밀리초 이내에 4륜으로 자동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자갈길과 눈길, 진흙, 모랫길에서 최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도 이보크에 탑재가 됐다. 이 가운데 축도로 가는 자갈길과 다져지긴 했어도 갯벌을 각각으로 설정해 달려봤다. 놀랍게도 이보크는 조금의 흔들림이나 주춤거림을 허용하지 않았다.

맥퍼슨 스트럿(전륜), 멀티링크(후륜) 서스펜션의 무르기는 딱 중간이다.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특별하게 언급할 특징이 없다.

새시의 견고함도 빼 놓을 수 없다. 중간 수준의 서스펜션과 벤틸레이드 디스크와 솔리드 디스크로 구성된 브레이크는 운전자의 요구에 충실하게 제 때 반응을 한다.

가속력은 평범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8.5초로 표시됐지만 실제 측정에서는 어지간해서 9초 이내에 들어서지 못했고 주행 중 탄력성도 한 뜸 부족했다. 그러나 온로드에서 과속을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큰 무리는 없다.

 

마칸과 이보크, 넘사벽은 누구?=이보크는 그 동안 동급의 세그먼트에서 크게 신경을 쓰는 모델이 없었다. BMW X시리즈, 아우디 Q 시리즈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GLK 등이 경쟁 모델로 대립을 해 왔지만 이보크 차별화된 특성과 개성을 앞세워 항상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포르쉐 마칸에는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가격대가 비슷하고 고성능 프리미엄 스포츠 액티비티를 추구하는 컨셉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가격대에서는 이보크가 더 큰 칼을 쥐고 있다. 최소 6690만원(2.2디젤 SD4 퓨어), 많아야 8270만(Si4 프레스티지, 가솔린 터보)인 이보크에 비해 마칸은 8240만원(디젤), 8480만원(가솔린 터보)원에 판매되고 출시 예정인 3.6터보는 1억 원이 넘는다.

마칸의 가세로 프리미엄 SUV 시장의 싸움은 볼만해졌다. 누가 넘사벽이 될지 지켜보는 것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동급 모델의 넘사벽으로 군림을 해 왔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수성 전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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