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1ℓ카 이오랩(EOLAB), 세럼 서킷 체험기

  • 입력 2014.10.07 23: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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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장의 승부가 연비라는 무기의 성능으로 판가름 나는 세상이 됐다. 고만고만한 성능이나 갈수록 기괴해지는 디자인은 이제 누구도 겨냥하기 힘든 구식 무기가 됐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연비 효율성을 자랑하는 모델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면서 전장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고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4 파리모터쇼에는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슈퍼카 브랜드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카를 경쟁적으로 내 놨다. 현재까지 소개된 고효율 자동차 가운데 최고의 정점은 폭스바겐 XL1이 차지하고 있다. 이 차는 100km의 거리를 달리는데 단 1ℓ의 연료만 있으면 된다.

 

일정 거리를 전기로 달리고 나머지는 가솔린과 전기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동된다. 프랑스 르노도 1ℓ카 경쟁에 뛰어 들었다. XL1과 유사한 구동시스템을 갖춘 '이오랩(EOLAB)'도 XL1과 동일하게 1ℓ의 연료만 있으면 전기 동력과 더불어 100km를 달릴 수 있다.

르노는 1997년 처음 1ℓ 개발 계획에 착수, 최근 프로토 타입인 이오랩을 2014 파리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3일, 프랑스 파리 인근 모르뜨퐁텐(Mortefontaine) 세람(CERAM)서킷에서 한국 기자들이 직접 시승할 수 있는 파격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최대 5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실내 구성까지 일반적인 세단과 크게 다르기 않은 이오랩은 모든 구성품이 차량 무게를 줄이고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통해 최대의 효율성을 끌어내기 위한 첨단 소재와 기술로 가득 채워져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는 대신 프런트 앤드의 양쪽 끝 부분과 A필러와 전면 글라스에 일정한 공간을 배치해 효율적인 공기 흐름을 유도하도록 했다. 카메라로 대체된 아웃 사이드 미러, 스포크가 없는 휠 디자인도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차체도 레이싱 카와 유사하게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상부의 폭이 좁혀지도록 설계했다. 이런 구성으로 이오랩의 공기저항 계수는 0.235cd에 불과하다.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를 베이스로 했지만 진보적이고 독특한 외형을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의 마그네슘을 비롯해 알루미늄, 초고장력 강판 등의 첨단 경량화 소재를 대거 적용해 공차 중량이 955kg에 불과하다.

차체 무게는 130kg, 엔진을 포함한 섀시는 160kg, 그리고 트림과 장비에서 모두 110kg 등 총 400kg을 줄였다는 것이 르노의 설명이다. 전면 글라스의 두께를 줄이고 스티어링 컬럼과 엑슬, 폐쇄형 후드, 배기구 길이 단축 등도 모두 무게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양산차 가운데 가장 가볍다는 타나 나노(600kg)보다 무겁지만 프리우스(1395kg)보다 가볍고 2인승인 XL1(795kg)과 비교해도 혁신적인 감량 달성이다. 르노 관계자는 "이오랩은 400kg 이상 무게를 줄이고 공기저항 계수 30% 감소, 그리고 1ℓ카를 목표로 개발됐다"면서 "여기에다 많은 시선을 끌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양산형 1ℓ카"라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쇼카가 아니라는 얘기다. 매립형 도어그립을 눌러 도어를 열고 시승을 위해 자리를 잡은 실내도 파격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대신 커다란 태블릿 PC가 자리를 잡고 있고 조그 셔틀 타입의 쉬프트 레버, 그리고 단순화된 클러스터가 전부다.

 

GPS 기능이 포함된 11인치 터치스크린에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5축 도형에서 도로의 노면과 공기 저항 계수, 연료 소비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최적의 경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충전기가 설치된 출발점을 벗어나 서킷에 진입, 속도를 내봤다. 르노는 "이오랩은 아직 완벽한 양산차가 아니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 그리고 일부 성능에서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있을 것"이라고 미리 알려줬다.

하지만 100km 이상의 속력을 내는데도 별 무리가 없었고 일부 시승자는 130km/h의 속력을 내기도 했지만 소음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3기통 1L 가솔린 엔진과 50㎾의 전기모터가 내는 파워는 충분한 가속력을 보장했다. 빠르게 휘감는 코너에서의 안정감도 기대 이상이고 복원도 빨랐다.

 

직선로에서 속도를 올리면 가장 먼저 에어 서스펜션이 작동하며 차체의 높이를 25mm 이상 낮춘다. 70km 이상의 속도에 도달하면 프런트 액티브 스포일러와 리어 플립이 전개되며 차체를 휘도는 공기의 흐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모두가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켜주기 위한 기술들이다. 제동을 하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가동하는 것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오랩의 정확한 양산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르노는 이오랩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들이 당장 내년부터 모든 라인업에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이오랩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반영된 모델들이 소개되고 오는 2022년에는 90% 이상 적용된 르노의 차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프랑스 파리=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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