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유차 대항마 렉서스 'NX 300h'

  • 입력 2014.10.10 00: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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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등장한 렉서스의 콘셉트 카 'LF-NX'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끌었다. 강인하고 도발적인 스핀들 그릴에 차체의 각 단면 하나하나에 강한 개성이 가미된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형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도 그랬고 스핀들 그릴을 기반으로 한 운전석 중앙부의 독특한 형상도 이전까지 렉서스의 다른 차량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런 만큼 LF-NX의 양산차는 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렉서스는 콘셉트 카의 기본 형태를 대부분 그대로 반영해 'NX'를 내놨다.

이런 모험에도 지난 7월, 일본에서 먼저 팔리기 시작한 NX는 최근 선 보인 렉서스 모델 가운데 보기 드문 대박을 쳤다. 한 달 만에 9500대가 현지에서 계약됐고 보통 6개월은 기다려야 NX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듯 한국도요타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NX를 국내에 들여왔다. 유럽의 경유차를 의식해 처음 들여온 물건은 하이브리드인 NX300h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장점을 느껴 달라=최근 렉서스가 NX300h의 매체 시승을 위해 준비한 구간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올림픽대로를 거쳐 영종도와 인천 송도를 경유해 다시 영종도로 되돌아오는 약 140km의 거리다. 서울 기점에서의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을 조금 넘은 때였다.

렉서스 관계자에게 왜, 복잡한 출근 시간대에 지독한 교통정체가 있는 올림픽대로를 달리게 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직접 체험해 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통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지 않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장점을 확인시켜주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갔다. 몇 개의 모터쇼와 사전예약 기간 전시장을 찾아가 반복해 대면을 한 탓에 NX300h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잘 다듬어진 조각상 같은 마름모꼴 외형은 빛의 굴절을 멋지게 받아들이고 때문에 시선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화살촉(arrow head)이 연상되는 LED 주간주행등, 과감한 스핀들 그릴, 1845mm의 차체 너비가 주는 안정적인 자세, 그리고 1640mm의 높이가 주는 역동감도 압도적이다.

리어 스포일러와 듀얼 언더핀으로 마감된 후측도 세련되고 안정적인 느낌을 짙게 가져다준다. 다만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언제든 무엇이든 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에게는 호감을 가질만한 외형이지만 중, 장년층의 시선으로 보면 뭔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고객층이 RX보다는 연령대가 낮은 소형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라는 점에서는 더 유리한 모습이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실내 구성의 개념은 구조미와 소재감이다. 운전자를 비롯한 승객들에게 가장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고 또 그 안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운전석 정면의 계기반과 중앙 장치가 모여 있는 인스투르먼트 패널은 수평이 강조됐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조종판은 단조감이 뚜렷한 철 소재로 마감을 했다.

중앙 조종판은 돌출식에 하늘을 향해 누운 듯 설계돼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정돈감은 부족하지만 고급감이 강조된 구성이다. 운전대는 렉서스의 고성능 차량인 LFA와 흡사하고 디스플레이는 응답성이 정확하고 빠른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편안한 느낌이 오래 유지되는 의자, 2열과 조수석을 번갈아 가며 확인한 공간에도 여유가 많다. 특히 2열은 무릎공간이 충분했고 등받이의 각도 조절까지 가능해 장시간 탑승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2열은 60:40으로 나눠 평평하게 눕힐 수 있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고 눕히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전동식 조절 방식이 채택됐다.

화물칸 크기는 고만하다. 렉서스는 화물칸에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각적으로 꽤 많은 수고와 계산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였다.

 

▲렉서스의 주행느낌 그대로=NX300h의 구동력은 2.5리터 앳킨스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에서 나온다. 2495cc의 배기량에서 최고 152마력(5700rpm)의 출력, 21.0kg.m(4400~4900rpm)의 최대토크 성능을 갖췄다. 전기모터를 더한 장치의 최고 출력은 199마력이고 가변식 사륜 구동장치(E-Four)로 도로 상황에 크게 얽매이지 않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현가장치는 앞 쪽에 맥퍼슨 스트럿, 뒷 쪽에는 더블 위시본을 적용해 고성능에 맞는 조합을 선택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차량 특성이 대개 그렇듯 출발은 다소곳하다. 엔진의 소리와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의 때, 출근시간이 막 끝나가는 올림픽대로는 아직 정체가 풀리지 않았다. 가다 서다가 반복되면서 이 구간에서 NX 300h의 제대로 된 성능을 맛보기는 불가능 했다. 김포 인근, 정체가 풀리기 시작한 구간에 들어서고 나서야 EV모드, 스포츠 모드를 번갈아 달리고 수동을 선택해 기어단수를 올리고 내려가며 빠르고 거칠게 몰아볼 수 있었다.

 

받아들이는 능력은 렉서스의 다른 차량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빠른 가속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약간의 터울이 있지만 크게 불만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부드러운 현가장치의 특성도 그대로고 속도의 상승감이나 굽은 구간을 빠져나가는 안정감도 여전히 만족스럽다.

반면 스포츠모드에서는 이런 감각들이 조금씩 더 단단하게 여물어져 나타난다. 올림픽대로를 거쳐 영종도 휴게소 구간까지 1차 구간에서의 연비는 16.8km.l를 기록했다.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 있지만 총 52km 주행거리 가운데 올림픽대로의 극심한 정체구간이 태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NX 300h의 인증연비는 12.6㎞/ℓ, 최근 강화된 연비 규정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정황이 뚜렷하지만 평범한 성향에서 총 136km를 달린 NX300h의 평균 연비는 17.5㎞/ℓ에 달했다. 이날 시승을 한 여러 조 가운데에는 무려 23.0㎞/ℓ를 기록한 사람들도 있었다.

 

▲유럽산 경유차를 어떻게 극복할까=렉서스가 NX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서 들여 온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유럽 경유차들의 경제성에 대항할 수 있는 충분한 연료 효율성을 전면에 내 세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옹골진 하이브리드 차량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도요타와 렉서스가 유럽산 경유차에 맛 들린 소비자들의 입맛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하다. 렉서스 NX300h의 가격은 5680만원(일반형)과 6380만원(고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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