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으로 가득한 프리미엄 SUV '링컨 MKC'

  • 입력 2014.10.31 13: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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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브랜드 스토리는 재미로 가득하다. 1902년 세운 캐딜락을 갖고 GM으로 들어갔던 헨리 릴런드가 1917년 다시 세운 회사가 바로 링컨이다. 그가 왜 GM을 박차고 나왔는지는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캐딜락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GM의 고급 브랜드로 존재하고 있다.

링컨은 18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며 선택한 에이브러험 링컨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캐딜락을 버린 대가는 컸다. 링컨을 설립하고 처음 내 놓은 L시리즈의 V8 엔진이 캐딜락보다 저평가됐고 결국 자금난에 빠지고 만다.

링컨을 눈여겨 본 사람은 당시 '포드 T'로 미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했던 헨리 포드였다. 대중차에 이어 고급차 시장을 노리던 헨리 포드는 링컨을 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링컨은 미국 대통령의 의전용 그리고 명문가와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소비층이 남달랐던 만큼 링컨의 모델들은 엄청난 배기량에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V12 4.8ℓ엔진을 올린 콘티넨탈은 이후 미국산 자동차 가운데 가장 긴 5.49미터까지 전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서는 캐딜락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비대한 몸집과 비효율적인 고출력 엔진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간극이 더 벌어졌다.

지난 9월을 기준으로한 브랜드별 미국 내수 판매 기록을 보면 링컨은 6만 7788대로 캐딜락 12만 7837에 크게 뒤쳐져 있다. 그나마 링컨이 작고 효율적인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좁혀진 간극이다.

 

링컨의 혁신을 읽을 수 있는 디자인=중형 SUV MKC는 그 중심에 있는 모델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확실하게 늘고 있는 SUV 수요, 적절한 크기에 보수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여기에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구성과 첨단 사양들을 보태 만만치 않은 상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가지고 온 전통적 요소들을 적당하게 버무려 놨다. 날개형 그릴, 과감하고 뚜렷한 후드와 측면의 캐릭터 라인, 그리고 후면 전체를 감싸는 테일램프까지 이례적인 디자인 감각들로 가득하다.

반면 고급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는 간결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최소한의 버튼만 남겨놨고 변속레버 대신 좌측에 버튼을 배치했다. 어색하기는 해도 이 덕분에 센터콘솔 부근은 깔끔하고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고 있다.

 

결이 살아있는 원목우드,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은 물론 센터 스틱 아래까지 온통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차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2690mm나 되는 넉넉한 휠베이스는 어깨고 무릎이고 머리 부분이고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제공한다.

앞자리 전체를 은은하게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팅은 7가지의 컬러로 바꿀 수 있고 차량에 접근하면 링컨의 로고를 도로에 비춰주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기능도 갖췄다.

 

답답한 가속력을 보상하는 완벽한 정숙성=파워트레인은 가솔린 직렬 4기통 에코부스트 2.0리터다. 직분사 방식의 터보 기술이 사용됐고 최고 243마력(5500rpm)의 출력과 37.3kg.m(3000rpm)의 토크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셀렉트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고 패들시프트와 함께 운용된다. 구동방식은 인텔리전트 사륜구동(AWD)이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9km로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200km를 조금 넘게 시승을 마치고 기록된 연비는 9.7km/l로 공인연비를 살짝 넘었다. 반면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숙성은 기본기나 기대치보다 뛰어났다. 정지해 있을 때나 속도를 내도 아이들링이나 로드 노이즈, 풍절음까지 적절하게 차단을 한다.

 

MKC는 정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흡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실내에서 다른 사이클의 파장으로 희석시키는 시스템 덕분이다. 라이드와 핸들링은 무난한 편이다. 코너를 돌 때나 빠른 선회를 해도 차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세를 유지하고 복원력도 빠르다.

앤티-록 브레이크 시스템(ABS)을 갖춘 파워 디스크 브레이크 및 벤틸레이티드 로터는 원하는 만큼의 제동 능력을 보여준다. 서스페션은 다소 딱딱한 편이다. 도로의 굴곡이 차체로 전달되는 느낌이 강하다. 지나치게 무른 편보다는 운전 피로도가 적다는 점, SUV라는 컨셉으로 보면 흠 잡을 일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각 휠의 감쇠력을 제어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거친 운전에서 효율적인 구동력을 발휘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노면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빠른 회전에도 능동적이고 안정감있게 대응을 한다.

가속은 조금 답답하게 이뤄진다. 1500rpm 인근을 유지하며 정속 주행을 하다가 급가속을 하면 rpm게이지가 적어도 3500까지 상승을 한 후에 반응을 한다. 운전 중에는 다양한 안전장치의 개입도 이뤄진다. 제동 보조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속도를 계산해 위험상황이 인지되면 빠르게 경고해 준다.

 

실속으로 가득한 프리미엄 SUV=아웃사이드미러에는 측면 사각 지역을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블록 거울이 추가돼 있고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도 적절한 때에 개입을 한다. 수입 SUV 시장 역시 독일산 모델들이 장악을 하고 있지만 MKC는 충분한 대응력을 갖고 있다. 생소한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된다면 승산이 있는 기본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BMW나 벤츠, 아우디 등의 같은 세그먼트 이상의 가치를 갖고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시승차인 MKC 리저브(Reserve)의 가격은 5300만원, 편의사양을 줄인 셀렉트(Select)는 49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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