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이, 문전성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 입력 2014.11.14 00: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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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처음 출시되고 7년,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SUV로 자리를 굳혔다. 그 동안 200만대 이상이 팔렸으니까 동급 SUV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 가장 많이 팔렸다.

캐시카이는 황량한 사막에서 거친 모래폭풍을 견뎌내며 모진 생명력을 이어 온 이란 유목민족의 이름을 따왔다. 쟁쟁한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는 호된 시장 유럽에서 유독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잘 어울린다.

늦기는 했지만 10월 우리나라에 진출한 캐시카이의 반응도 뜨겁다. 벌써 600대 여대가 사전 예약됐고 족히 3개월은 기다려야 인도 받을 수 있을 만큼 성공적이다.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서 연천에 있는 허브 빌리지까지 왕복 120km 코스를 오가며 캐시카이를 시승했다.

 

유러피안의 감성을 살린 디자인=올해 초 출시된 2세대 캐시카이는 이전보다 유러피안의 감성에 더 충실해졌다. 닛산 디자인 유럽이 갈고 닦은 캐시카이답게 적당히 멋스럽고 적절한 고급스러움을 갖고 있다.

프런트 페이스는 닛산 패밀리룩 V-모션 그릴과 부메랑을 닮은 LED 라이트 등 감각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유사한 체급의 경쟁 SUV보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 휀더는 다부진 근육질 타입으로 마감을 했고 후측으로 갈수록 기울기를 더한 숄더 라인은 SUV의 강인한 모습을 확인시켜 준다.

기존 세대보다 전장(4380mm)과 전폭(1805mm)이 각각 47mm, 23mm 늘어난 대신 전고(1590mm)는 16mm 낮아졌다. 낮아진 전고에도 드라이빙 포지션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덕분에 넉넉한 헤드룸을 확보했고 시야도 좋아졌다.

공기저항계수도 0.32Cd로 개선됐다. 세심한 배려들도 눈에 띈다. 노출되기 쉬운 레이더 시스템을 범퍼 덮개 뒤에 배치시켜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외관을 보여준다.

 

직관적, 그리고 활용성을 강조한 실내=후석에 먼저 올라탔다. 앞 열과의 간격이 꽤 넓어 보이고 무릎을 쭉 펴도 불편하지가 않다. 반면 후석 편의장치는 빈약하다. 에어벤트가 따로 설치돼 있지도 않고 또 눈에 띄는 것들도 없다. 중간 시트는 딱딱하고 불편하다.

대신 트렁크가 보상을 해 준다. 430리터의 용량을 가진 트렁크는 2개의 양면 플로어 패널로 구성된 듀얼 플로어 시스템을 적용해 작은 화물, 형태가 불안정한 화물을 안전하게 적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645mm에 달하는 휠베이스 제원답게 후석 시트의 다양한 폴딩 기능을 활용해 보다 많은 화물을 싣거나 유용한 공간을 꾸밀 수 있다.

운전석은 운전자를 중심으로 직관적으로 구성됐다. 계기판의 5인치 어드밴스트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에는 섀시 컨트롤과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상태 등 다양한 차량 정보와 운행 정보를 제공한다.

시승차인 SL트림에는 최고급형인 플래티넘에 적용된 네비게이션과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이 아예 없다. 트림별 사양의 구성으로만 보면 꼭 필요한 장치들이 빠져 아쉬웠다. 이런 사양들이 꼭 필요하다면 4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파워=캐시카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자랑하는 1.6dCi와 자트코 최초의 디젤 무단변속기 엑스트로닉 CVT를 탑재했다. 성능과 내구성이 이미 수차례 입증된 엑기스의 조합으로 캐시카이는 최고출력이 131마력(4000rpm)에 달하고 토크는 32.6kg.m(1750rpm)까지 뿜어낸다.

주목할 수치는 1750rpm부터 시작하는 토크의 최대 영역이다. 중, 저속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탄력이 붙으면 1598cc의 배기량이 몰아붙이는 파워라고는 믿기지 않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출발 직후 가속 단계에서 나타나는 터보의 약점도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거칠지만 않다면 속도의 연결이나 상승이 능숙하고 빠르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과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그리고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로 구성된 섀시 컨트롤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급하게 꺽인 코스, 힐 업 또는 힐 다운에서 섀시 컨트롤이 보여준 놀라운 능력 때문이다. 코너링에서는 각 휠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의 도움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선을 유지한다.

또한 과속방지턱 그리고 굴곡이 심한 노면을 가로지르거나 속도를 줄일 때 롤링과 피칭도 효과적으로 제어된다. 액티브 라이트 컨트롤이 차체 상부의 흔들림을 억제해 주는 덕분이다.

 

70km/h 이상의 속력으로 U자형 코너를 진입해 빠져나가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코너를 벗어나 직선로에 진입하는 순간의 자세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스티어링 휠의 방향을 그대로 읽고 따른다.

이런 순간마다 캐시카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계기판 디스플레이의 섀시 콘트롤 정보창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다. 정숙성은 평범한 수준이다. 정지했을 때의 아이들링이나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 등은 동급의 SUV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자유로, 그리고 국도와 지방도로 이어진 120km 가량의 시승에서 기록된 연비는 12.5km/l. 제원상 표시연비인 15.3km/l(복합연비)보다 낮은 수치지만 성능 위주의 시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만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날 기록된 최고 연비는 무려 22.15km/l나 됐고 정속주행 시승을 한 팀 대부분이 표시연비를 훌쩍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유러피안의 감성 전달이 숙제=캐시카이의 초기 바람몰이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물론, 직접 구매자인 소비자들의 반응도 매우 우호적이다. 무난한 디자인, 보통 이상의 퍼포먼스, 그리고 적절한 경제성까지 갖춘 점이 어필한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의 유명세가 큰 몫을 했다. 따라서 유럽 소비자들의 기호를 우리 시장,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녹이고 조화시켜 나가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지를 고민 해야만 캐시카이의 뜨거운 초기 반응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다.

애매한 세그먼트 포지션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2.0리터, 그리고 1.5리터급 국내외 소형 SUV 모델들이 위아래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캐시카이는 총 3개의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S 모델이 3050만원, SL 모델은 3390만원, 최고급형인 플래티넘은 37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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