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 렉서스 GS450h

  • 입력 2014.11.17 00: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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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는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긴 시간을 무난함으로 버텨왔다. 디자인도 성능도 무난한 수준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해 왔다. 여기에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대표되는 렉서스 특유의 감성이 보태졌다. 운전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의 변화에도 스트레스가 쉽게 발견되지 않고 오랜 시간 이런 감성을 유지하는 내구성도 탁월하다.

 

이런 자신감은 毒이 됐다. 감성적 욕구 못지않게 특별한 성능을 요구하는 시장의 니즈에 소홀하면서 일부 스페셜 모델을 제외한 대중적 라인업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이런 점을 간파한 렉서스가 일순 변하기 시작했다. 스핀들그릴로 대표되는 외관은 파격적이고 저돌적으로 변했고 파워트레인의 성격도 거칠어졌다.

 

양처럼 순했던 렉서스가 가면을 벗고 늑대로 돌변한 것이다. 렉서스의 세단 라인업 가운데 퍼포먼스를 확실하게 강조한 모델이 E세그먼트에 속한 GS다. 렉서스는 GS를 퍼포먼스 세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3.5리터 V형 6기통 24밸브 가솔린 엔진을 올렸고 여기에서 310마력(6400rpm)의 출력과 38.2kg.m의 토크를 4800rpm에서 발휘한다.

시승차는 GS350의 파워트레인에 렉서스가 새로 개발한 2세대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추가된 GS450h다. 2개의 모터가 힘을 보태면서 시스템 총 출력은 345마력(6000rpm), 토크는 엔진과 모터로 각각 35.5, 28.0kg.m까지 나온다.

 

연비는 동급의 경쟁 모델들은 도달하기 쉽지 않은 12.7km/ℓ(복합연비)나 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함께 E-CVT 변속기가 높은 연비를 가능케 했다. 400km 남짓한 시승 코스에서 기록한 연비는 이 보다 높은 14km/l대를 찍었다.

렉서스가 자랑하는 부드러움은 시동을 거는, 아니 전자제품의 전원버튼을 누르는 듯 한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배터리의 잔량에 따라 엔진이 먼저 구동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움직임을 준비하는 순간, 그리고 속도를 올리기 전까지 전기로 버텨내기 때문에 타이어의 마찰음이 소음의 전부다.

 

이런 정숙함은 엔진이든 모터이든, 낮은 속도이든 빠른 속도든 눈치를 채기 어려운 수준의 변화는 있지만 잘 유지가 된다. 퍼포먼스는 기대한 이상으로 뛰어나다. 토크의 상승감, 필요한 순간 적절한 출력이 이상적으로 발휘된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다.

가속페달을 가격하게 밟아도 한 치의 오차없이 모든 에너지를 전달한다. 기본 모드에서의 성격이 온순하다면 스포츠 또는 스포츠+ 모드로 성격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연하게 성격이 바뀌면서 1900kg(차량 총 중량 2225kg)에 달하는 차체의 중량을 여유있고 기민하게 밀어 붙인다.

 

엄청난 힘을 받아들이는 차체도 여기에 못지않게 견고하고 믿음직스럽다. 후륜구동에 더블위시본(전)과 멀티 밍크(후),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로 구성된 섀시가 차분하고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거칠게 다뤄도 안정감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륜구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뢰감까지 더해져 마음 놓고 속도를 올리고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수동모드와 패들 시프트를 활용하면 더욱 박진감 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차체의 미세한 떨림이 잡히고 크루즈 컨트롤은 액티브 한 기능들이 빠져있다.

외관과 실내는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움을 갖고 있다. 그릴과 에어인테이크 홀의 영역이 분명한 스핀들 그릴, 강한 직선으로 디자인된 헤드라이트, 블루 컬러가 살짝 가미된 앰블러과 사이트 스커트의 하이브리드 로고 정도로 가솔린 모델과 차별화된 정도다.

 

실내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블랙, 토파즈 브라운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부드러운 질감으로 세심하게 마무리한 시트와 시프트 레버의 그립부, 스티어링 휠을 만지는 느낌도 좋다. 대시보드의 간결한 구성, 아날로그 시계,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 등 렉서스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요소, 그리고 넉넉한 공간들도 여전히 마음에 든다.

 

GS450h 슈프림의 가격은 8110만원,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배기량과 연비 등을 생각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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