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방, 도넛을 품은 노바택시

  • 입력 2015.01.14 00: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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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다. 한 때 중원을 질주하며 르노삼성차의 영토 확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택시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다. 수장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한 때 패배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권토중래를 노려왔다. 그리고 강력한 비밀 병기를 내 놨다.

지난 5일 공개된 'SM5 LPLi DONUT’가 바로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비밀병기다. 박 부사장은 “평범한 전략과 무기로는 한 방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바로 도넛(Dount), 즉 환형 봄베”라고 말했다. 봄베(Bombe)는 가스류를 저장하거나 운반하기 위한 원통형의 내압(耐壓) 용기다.

 

결정적 한방 '도넛 붐베'=택시 또는 장애인용 그리고 카렌스 등 일부 LPG 차량에서 사용하는 이 봄베는 원통형에 트렁크 안쪽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트렁크를 차지하는 공간이 컸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SM5 LPLi DONUT의 봄베는 도넛처럼 생긴 환형으로 생긴데다 스페어타이어가 있던 자리를 잡고 있어 추가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반 세단 트렁크의 모습과 공간(349리터) 그대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김포공항 근처 LPG 충전소에서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트렁크 안을 보여주자 모두가 놀란다. “큰 짐 갖고 있는 손님들한테 미안할 때가 있었는데 이건 뭐...”, “내 짐 싣고 다니기도 좁았는데 이 정도면 놀러가도 되겠네”, 그리고 “빵구(펑크) 나면 우야노”하는 걱정에 “요새 전화 한통이면 와서 다 때워 주는데 뭔 소리여”라는 핀잔이 나왔다.

 

충전 한 번 가득하고 얼마나 다니는지를 묻는다. “끝까지 달려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지금 보면 138km를 주행하면서 16.6ℓ를 썼고 평균 연비는 8.3km/ℓ(속도를 내며 달린 탓이다)가 나왔다. 가득 넣으면 70ℓ 이상 들어간다고 하니까 이 연비로도 500km 이상은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통의 택시 하루 평균 영업거리가 300km 미만이라고 하니까 우려하고 있는 잦은 충전 걱정은 기우라는 얘기다.

 

뉴 페이스에 차분한 성능 장점 그대로=SM5 노바는 2년 만에 선보인 페이스리프트, 그러나 외관에는 많은 변화를 줬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인테이크 홀 등이 포함한 전면부가 새로운 패밀리 룩으로 교체가 됐고 LED 주간 주행등으로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갖추게 됐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트다. 모든 트림에 동승석까지 시트조절 장치가 마련됐고 원한다면 앞좌석 통풍시트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후석에도 열선을 적용, 겨울철 승객 서비스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민감한 주차 경보 시스템과 후방경보장치, 그리고 사각지대의 위험을 경고해주는 안전장치도 더해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사양은 미러링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각종 기능을 앱을 통해 차량 모니터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T-맵은 물론 사진이나 음악파일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2.0ℓ CVTC II LPLi, 최고출력이 140마력(6000rpm)이고 토크는 19.7㎏·m(37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와 조합해 ℓ당 복합연비는 9.6㎞로 주요 경쟁 모델인 쏘나타와 같다. 달리는 맛은 기존 모델과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차의 장점인 정숙하고 부드러운 일상주행감은 여전하다.

반면 가속페달에 반응하는 차체의 거동이 지나치게 예민하다. 이런 특성은 페달의 적당한 저항감이 필요한 시내 주행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장시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서행 운전을 해야 하는 택시 업종의 특성상 피로도를 높일 수 있는 단점이 될 수도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LPG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동력성능에서 특별한 장점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조금 세게 가속페달을 압박하면 앞부분이 살짝 들릴 정도로 출발은 빠르고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구간에 다다르는 시간, 그리고 이 영역대의 소음이나 차체의 안정감까지 무난하다.

 

한 번 토라진 그들을 달래려면=한 때 중원을 평정했던 르노삼성차의 택시 시장 지배력은 그러나 2004년 신형 모델 출시 이후부터 위세가 꺽이기 시작했다. 변경된 파워트레인에 대한 실망감이 컸고 2007년에 나온 신형 SM5 택시는 여기에 심각한 품질문제까지 불거졌다.

몇 천원의 요금을 받아가며 매일 엄청난 양의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는 택시 사업자들이 툭하면 고장이 나고 수리를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감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생존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르노삼성차의 원조 충성고객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2003년까지 20%대에 달했던 택시 시장 점유율이 2005년 18%, 2007년 11%대, 급기야 있으나 마나한 3%대 미만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르노삼성차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택시 영업 조직을 다시 추스르고 있고 택시 관계자들을 만나 “더 잘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밀병기 도넛 봄베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새로운 신뢰관계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잘못했던 일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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