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옹고집 시트로엥 C4 피카소

  • 입력 2015.02.02 00: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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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들은 교범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트로엥과 푸조, 르노 등 프랑스 국적 자동차들은 겉이고 속이고 낯설음이 가득하다. 독일이나 미국에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과는 다르게 자동차를 만들고 보여 주겠다". 프랑스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은 더욱 그렇다. 겉모습은 물론 실내의 구성이 일반적인 자동차들과 아주 다르다. 따라서 보이는 것, 운전에 필요한 이런 저런 기기들은 익숙해지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년~1973년)의 이름을 딴 차, '피카소'를 내 놓은 것도 시트로엥의 발상이다. 자동차와 무관한 유명인의 이름을 모델명으로 사용한 예는 찾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는 7인승인 그랜드 C4 피카소가 국내에 먼저 들어왔고 지난 해 11월, 5인승 디젤 크로스오버로 분류되는 C4 피카소가 나중에 들어왔다. 푸조의 경량 모듈 플랫폼 EMP2에 공유했고 7인승보다 짧은 전장(4430mm)과 낮은 전고(1610mm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55mm 늘리고 전고를 40mm 낮춰 차체가 주는 느낌은 더 견고하고 풍성하다. 그러나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루프라인, 두 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 A필러와 그린하우스, 경사가 급한 C필라 라인은 SUV나 밴(VAN) 보다 덩치 큰 해치백이 더 어울릴 정도로 야무진 모습을 하고 있다. 독특한 A필러도 그렇지만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전조등, 헤드라이트의 구성과 디자인도 여느 모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2평방미터나 되는 거대한 전면 유리, 파노라마 선루프가 제공하는 실내의 쾌적성은 민망할 정도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머리를 모두 뒤쪽으로 당겨 묶은 것처럼 머리 부분이 탁 트이는 개방감에 놀란다. 이 때문에 햇빛 가리개를 전면 유리 상부를 가릴 수 있도록 앞뒤로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덕분에 안에서 보이는 외부의 시야는 일반적인 차량보다 2배 이상 넓어졌고 사각지대는 줄어들었다. 이런 엉뚱함은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구성에서 절정에 이른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있어야 할 계기판은 대시보드 중간, 센터페시아 상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12인치 HD 파노라믹 스크린의 디지털 계기판이 아주 재미있다. 일립틱과 큐빅, 그래픽 3개의 테마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로 배경을 꾸밀 수도 있고 그래픽은 아주 선명하고 화려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계기판 이미지는 이날 유난히 푸르렀던 전곡항 바다를 품은 듯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래쪽 7인치 터치스크린에서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핸즈프리 등의 기능을 설정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더 재치 있게 살려준 또 다른 요소는 시트였다. 블랙과 그레이 투톤 컬러와 스티치로 멋을 부렸고 후석은 3개의 독립식 시트로 탑승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앞 열 시트 등받이에는 간이 테이블도 마련이 됐다. 트렁크 공간은 537 리터, 여기에 2열을 가장 앞 쪽으로 당기면 630리터, 2열 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최대 1851리터까지 확장되고 2열 바닥 아래와 트렁크 바닥 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파워트레인은 유로6 2.0 Blue HDi가 탑재됐다.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고 최대 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37.8kg·m의 동력성능과 14.4㎞/ℓ(고속 16.1㎞/ℓ, 도심 13.2㎞/ℓ)의 연료 효율성을 갖고 있다. 컬럼 시프트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조향장치 너머에 생뚱맞게 달려있다. 엉성하기까지 하고 와이퍼와 혼동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엉뚱한 포지션으로 조작하면서 당황 한 때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와 크루즈컨트롤도 적용이 돼 있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아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독일산보다 과격한 진동과 소음이 전달된다. 날 느낌을 거르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속도가 오르면 그 격차는 줄어들고 중, 고속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차분해진다.

 

독일산 디젤보다 나은 점도 있다. 차체의 거동성이다. 세단처럼 안정적인 트랙 포지션을 보여주면서 거친 핸들링을 요구해도 불만 없이 반듯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장점은 고속에서 더 뚜렷해진다. EMP2 플랫폼이 차체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무게 중심을 낮추는데 기여하면서 아주 민첩하고 분명한 거동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70km를 조금 넘게 달린 C4 피카소의 평균 연비는 6.4ℓ/100km, 우리식으로 하면 15.6km/ℓ를 기록했다. 얌전하지 않게 달린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한편 시트로엥 브랜드의 국내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한불모터스는 요즘 신이 나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C4 피카소 등에 대한 시장의 호감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목적 차량 시장의 확장, 이 세그먼트에 20대와 30대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브랜드보다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시트로엥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시트로엥의 옹고집으로 만들어져 글로벌 성장을 견인한 C4 피카소가 한국에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C4 피카소의 가격은 41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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