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왜 중국의 패자(敗者)가 됐을까

  • 입력 2015.04.21 11: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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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상하이]전쟁을 하는 땅은 산지, 경지, 쟁지, 교지 등 9가지가 있다. 땅의 성격에 따라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지형에 알맞은 전법, 적의 병사들이 서로를 구하지 못하게 하고 믿지 못하고 해서 이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에 이 얘기가 나온다.

거대한 시장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의 1분기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중국내 자동차 업체별 순위를 보면 세계 최대 메이커 도요타의 합작사 일기도요타는 동풍열달기아보다 한 단계 낮은 8위로 밀려났다.

동풍닛산이 그마나 조금 나은 5위, 광주혼다는 12위다. 폭스바겐 일기와 상해합작사가 1, 2위고 상해GM과 북경현대가 뒤를 이어가고 있다. 점유율을 보면 일본 메이커들은 더 초라해진다.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동풍닛산도 6%를 넘지 못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GM(9.0%)보다 높은 9.3%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이 거대한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해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의 예를 들어 3가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번째 중국 시장이 갖고 있는 지형적 특성을 활용하지 못한 데 있다. 도요타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 북경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 남부 광저우가 기반이고 생산 거점 대부분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확장해 늘어나는 수요에도 미지근하게 대응했다.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 변화를 주시하면서 혹시 모을 위험성에만 매달렸다. 자동차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새 차를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동부 해안지역을 따라 10개가 넘는 생산 시설을 갖고 있는 폭스바겐, 그리고 상해와 북경을 기반으로 한 GM과 현대차로 돈 많은 여유층들이 등을 돌린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대규모 투자로 연간 30만대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이전까지 도요타 캠리는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소비지형의 특성을 이용한 폭스바겐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도요타는 최근 뒤 늦게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자동차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리드하지 못한 것이다.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자동차에서 효율적이고 성능이 좋은 차를 찾는 쪽으로 바뀐 흐름에 폭스바겐은 터보와 DCT 등으로 시장에 강한 인상을 심어 줬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만 전력을 다했다.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에 성능을 갖췄다는 폭스바겐의 역공이 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자신들의 차량이 고성능 터보, 그러면서도 DCT 등의 효율적인 기술로 경제성까지 갖춘 차라고 알리는데 엄청난 돈을 들였다. 이전까지 ‘택시’차로만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도요타를 버리고 폭스바겐으로 돌아 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정서적 문제다.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촉발된 감정들이 아직 여전하다는 것이 이 곳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유독 강한 산동성에서 일본 브랜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공무원을 비롯한 기관 소속들도 정서상 기피하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기아차에게까지 뒤진 중국내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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