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 물건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 입력 2015.05.01 00: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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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경주에도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하필 이런 날(4월 29일), 무장산(642m)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산자락을 오르 내리고 고아라해변으로 유명한 오류해수욕장을 오가는 온/오프 로드 시승 행사(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어드벤쳐데이)를 가졌다.

최근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됐던 프로 레이서 오일기(쏠라이트) 인스트럭터는 시승에 앞서 “오프로드 코스를 장난 아니게 구성했다”며 겁을 줬다. 여기에 짓궂은 날씨까지 겹쳐 안전사고가 걱정되는 상황인데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사장은 딴 소리를 한다. “영국 날씨 같지 않나. 비 덕분에 랜드로버가 갖고 있는 오프로드 성능을 통해 높은 난이도의 익스트림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난 아니게 구성됐다는 이날 오프로드 체험에는 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랜드로버의 신 병기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동원됐다. 프리미엄을 고집하는 랜드로버 답지 않은 소박(?)한 가격에 오프로드와 온로드 주행 능력을 내 세운 컴팩트 SUV다. 그런데 초기 반응이 주목된다. 판매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전 계약 대수가 벌써 1000대를 기록했다.

4개월 만의 기록이니까 동급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아우디 Q5의 월 평균 판매량과 비슷하다. Q5는 월 200여 대씩 팔린다. SUV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랜드로버의 새로운 세그먼트=디스커버리는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아프리카의 밀림, 사막, 북극 등의 오지가 나오는 영상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렇게 거친 맛이 지붕이고 뒷문이고 바리바리 짐을 동여 맨 디스커버리의 이미지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도 이런 그래픽을 담고 있다. 디스커버리의 칼 같은 보디 라인을 완만하게 다듬고 이보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조금 차용된 정도다.

체격은 이보크를 월등하게 앞 선다. 전장은 235mm 긴 4590mm, 전고 역시 89mm 높은 1724mm다. 단 전폭은 6mm 작아진 2069mm, 휠베이스는 81mm 더 긴 2741mm다. 이 때문에 첫 대면에서 가장 먼저 다가온 느낌은 크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체구에도 외관은 간결하다. 쓸데없는 기교나 사치 대신 독창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대형 범퍼, 그리고 클램쉘 보닛 끝자락에 자리를 잡은 ‘DISCOVERY’ 뱃지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낮은 벨트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측면, 그리고 후면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구성품 가운데 C필러와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에 최적화됐다. 후면은 원형의 빛을 내는 테일램프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수평 라인이 강조된 후면은 간결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를 했다.

 

차가 알아서 할 것, 안전거리만 지켜라=무장산 입구에 있는 경주 선덕여왕 촬영지 주차장에서 기자가 속한 A그룹 총괄 인스트럭터로 나선 오일기 레이서는“비가 내리면서 오프로드 코스가 더 거칠어졌다. 진흙길이 깊어졌고 웅덩이에 더 많은 물이 고여 있다”면서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다 알아서 해 주니까 앞 차와의 안전거리만 잘 지켜주면 된다”고 말했다.

코스의 특성에 따라 센터페시아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설정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오프로드가 처음인 운전자라면 당황을 했을 상황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작은 마을을 지나자 바로 자갈길이 나타났다. 무전으로 풀과 자갈 그리고 눈 모드를 선택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코스에 크든 작든 돌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피하지 말란다.

 

자갈은 물론 수박만한 돌들이 튕겨져 나갈 정도로 길이 험했지만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 앞 차는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도 신기할 정도로 차체의 요동이 작다. 이런 유연성과 빠른 대응은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덕분이다. 지형 특성에 따라 스티어링과 엔진의 반응, 스로틀과 트랙션 컨트롤 개입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제어하면서 험로 탈출을 돕는 장치다. 설정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달라지고 하체를 포함한 샤시의 무게와 견고함에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자갈길을 지나자 일반적인 자동차는 도저히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난이도의 난코스가 이어졌다. 타이어가 모두 잠길 정도의 물 웅덩이가 나오고 급격한 경사로 이뤄진 언덕길이 나온다. 그런데 탈출이 너무 쉽다. 진흙모드로 설정되면서 전륜과 후륜에 각각 다른 용량의 토크가 배분되고 미끄러짐을 방지해 준다.

 

경쟁모델보다 높은 도강 깊이(600mm), 그리고 랜드로버의 독자 기술인 내리막길 속도제어장치(HDC)가 보여준 위력이다. 차량이 각 휠을 어떻게 제어하고 동력을 배분하는지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있다.

HDC가 작동하면 제동을 하지 않아도 ABS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어해 준다. 방향만 잡아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안전한 속도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탈출할 수 있다. 비에 잔뜩 부푼 진흙 내리막길인데도 차체가 미끄러지는 일이 없다. 거친 코스가 계속 이어지고 영화 태극기휘날리며 촬영지를 지나 최종 목적지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하산길이 더 험난했지만 초보자들도 대열을 지키며 모두 안전하게 오프로딩을 즐겼다.

 

인상적인 온로드 달리기=진흙과 흙탕물로 범벅이 된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그대로 몰고 온로드 주행을 시작했다. 온로드 코스인 경주에서 고아라해변 오류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덕분에 덕동호변을 돌아가는 아름다운 경치를 고속으로 달리며 제대로 즐겼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파워트레인과 트랜스미션의 구성은 온로드에 더 적합하게 조합이 됐다. 2.2리터(2179cc) SD4 터보 디젤을 올려 190마력(3500rpm), 42.8kg.m(1750rpm)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낸다. 경쟁모델인 아우디 Q5(최고출력 190마력/최대토크 흙)보다 우세한 제원이다. 여기에 ZF 9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화도로에서 속도를 올려봤다. 4500rpm에서 첫 번째 시프트업이 이뤄지기 시작하고 속도의 상승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이뤄진다. 랜드로버가 밝힌 0-100km/h 도달 시간은 8.9초다. SUV라는 차종의 특성을 감안하면 스포츠 세단 이상으로 빠른 셈이다. 짧은 와인딩 코스에서는 브레이킹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각도가 큰 굽은 길에서 가능한 늦게 급제동을 하고 빠르게 엑셀링을 해도 불안하지가 않다.

더 인상적인 것은 차분하고 정숙한 승차감이다. 오프로드에서 보여줬던 거친 야성이 잘 길들여진 집 고양이처럼 고분고분해진다. 디젤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숙하고 외부에서의 소음도 잘 차단이 됐다. 급가속을 하면 듣기 좋은 배기음까지 적당한 수준에서 들린다.

 

2열 간격이 1m, 넉넉한 공간=공간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고 싶다. 1열의 설정과 상관없이 2열에 1m 가량의 공간이 생기고 휠 아치 간격을 1100mm까지 확보한 러기지룸은 뒷열 폴딩으로 최대 1698리터까지 확보된다. 특히 넉넉한 휠 아치 간격으로 좌우 폭이 긴 화물 수납이 용이한 것도 이 차의 장점이다.

2열에는 또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됐다. 160mm까지 슬라이딩이 되고 기울기도 조절할 수 있다. 공간, 그리고 시트의 구성과 기능으로 보면 최고급 모델인 레인지로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 얘기도 빼 놓으면 안되겠다. SD4 SE, SD4 HSE 두개 트림의 디스커버리 스포츠 가격은 각각 5960만원과 6660만원이다.

 

낮은 트림은 경쟁 모델인 Q5와 비교해 170만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최고 트림은 1350만원이나 난다. 일찌감치 초도물량이 소진된 것도 이 착한 가격에 호감을 가진 마니아들이 덕분이다. 여기에 흔하지 않은 프리미엄 SUV라는 희소성이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합해 버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물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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