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 버린 머슬카, 포드 머스탱 GT

  • 입력 2015.06.01 06:30
  • 수정 2015.06.01 08: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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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을 길게 늘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머스탱이 왜 지난 50여년간 미국인들로 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지, 대중적인 모델도 쉽지 않은 960만대의 누적 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지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64년 처음 소개된 1세대 머스탱은 1960년 데뷔한 포드의 팔콘(Palon)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롱 노즈 숏 테크’로 불리는 머스탱의 멋진 자태도 팔콘의 프레임을 공유하고 디자인 특성을 대부분 차용한 데서 시작이 됐다. 이후 가장 미국적인 차로 우대받기 시작한 머스탱은 지난 반세기 동안 모두 6번의 세대교체를 거쳤다.

머스탱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은 처음부터 시작이 됐다. V6, V8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능, 심장을 울리는 배기음, 야생마 앰블럼을 단 1세대 머스탱은 데뷔 첫 날에만 2만 2000대가 팔려 나갔다. 이후 머스탱은 세대를 거치면서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진화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기다란 후드, 과장된 외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고 유별나게 꾸미는 전통적인 컨셉들은 최대한 살려 나왔다.

 

6세대 머스탱 역시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런 전통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더 과장된 볼륨들이 전면부와 숄더 라인에 적용이 됐고 몸집도 키웠다. 시승차인 5.0 GT 쿠페는 전폭(1915mm)이 38mm나 넓어졌고 전고 (1380mm)는 35mm를 낮춰 노면과의 밀착성을 높였다.

전면부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복고풍으로 살짝 회귀했던 5세대 머스탱과 달리 과감한 프런트 엔드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3개의 수직형 LED가 포함된 헤드라이트와 역시 같은 컨셉의 테일 램프는 머스탱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멋진 결과물이다. 앞쪽 펜더와 트렁크 도어에는 5.0 그리고 GT 로고가 어색할 정도로 큼직하게 박혀있다. 그러면서도 쿠페라는 점을 확실하게 해 주는 엄청난 크기의 도어, 뒷 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인 루프 라인이 어울려 구석구석까지 어색하거나 따로 놀지 않는 멋진 조화미를 갖고 있다.

머스탱의 디자인 특성은 실내에도 잘 나타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하게 혼합돼 있고 직관적이고 조작이 쉬운 이런 저런 기능의 버튼, 1964년생이고 야생마의 이름을 따 왔음을 알리는 로고, 크롬과 알루미늄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화려하지만 천박하지는 않다.

 

오밀조밀하게 설계된 센터페시아를 돋 보이게 하는 것은 토글 스위치다. 노멀, 스포츠 플러스, 트랙, 스노우/웨트(snow/wet) 모드를 선택 할 수 있는 스위치, 스티어링 휠 모드, 비상깜박이를 조작하는 기능들이다. 단순한 구조에도 복잡하게 보이는 것은 대시보드의 수평 라인이 각 구역별로 상세하게 나눠져있고 크롬이 과하게 사용된 때문이다. 오히려 각 기능별 버튼, 예를 들면 공조와 오디오 버튼들의 배열과 순서가 좋아 조작이 쉽다.

계기반은 시원스럽게 구성됐다. 좌우에 스피드미터와 타코미터가 있고 중앙에 있는 대형 트립 디스플레이는 연비, 주행거리, 속도 등의 일반적인 정보 이외에 연료와 실린더 헤드의 온도, 배터리의 전압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모두 영어로 제공된다는 점이 불만이다. 중앙에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문자도 모두 영어다. 스마트폰을 연결했을 때 표시되는 한글 이름이나 노래 제목은 모두 알 수 없는 부호들이다. 포드의 차주들이 마이포드 터치와 음성인식이 결합된 싱크(SYNC)의 한글화를 오랜 시간 요구해 왔지만 아직 개선이 되지 않았다.

 

시트를 조절하는 기능 대부분은 수동이다. 앞, 뒤로 움직이는 것 이외에 시트를 뒤로 젖히거나 2열에 탑승 할 때도 적절한 힘이 들어가야 한다. 2열의 실용성이 크지 않다고는 해도 다른 쿠페들의 경우 2열을 젖히면 1열 시트가 앞으로 이동해 탑승공간을 넓게 확보해 주는 것과 비교가 된다. 휠 베이스는 2720mm나 되지만 2열 공간은 헤드룸을 빼면 크게 여유가 없다. 트렁크 공간은 383리터다.

파워트레인은 전통적으로 머슬카의 기준이 돼 온 5.0L Ti-VCT V8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들여 오지 않아 머스탱 매니아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엔진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GT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제원을 갖고 있다. 최대출력은 422마력(6500rpm), 최대토크는 54.1kg.m(4250rp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북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동변속기는 출력(435마력)과 토크(75.1kg.m)가 더 높은 모델도 있다. 표시된 복합 연비는 7.9km/l(도심 6.6km/l, 고속도로 10.4km/l)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 이 수치를 기록하기는 쉽지가 않다.

예상을 깼다고 표현한 이유는 의외로 고분고분한 주행의 질감 때문이다. 기대했던 강력한 엔진 사운드가 상당한 수준에서 절제가 됐고 주행 특성 역시 거칠고 딱딱하기는 해도 여느 스포츠카보다 다루기가 쉽고 승차감이나 정숙성 역시 이질적이지가 않다. 반면 모든 반응들은 즉각적이고 과감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는 순간적으로 7000rpm까지 치 솟는다. 이 때 스포츠 시트로 운전자의 몸이 깊숙하게 박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박력있게 전진을 한다. 한계 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 역시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공식 시간은 4.5초, 그리고 아주 빠른 시간에 스피드 미터의 거의 끝 부분까지 속도 게이지를 올릴 수 있다. 대배기량의 차 답게 가속페달에 반응하는 응답성이 명쾌하고 정확하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차체의 거동성도 믿음직스럽다. 뒷바퀴 굴림 방식으로 빠르게 출발을 하면 타이어 스핀이 발생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느 형태의 도로에서든 안정적인 핸들링과 라이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굽은 도로에서의 선회 능력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노면을 야무지게 움켜지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빠른 속도, 노면의 상태에 따라 약간의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20인치 휠, 그리고 4-피스톤 갤리퍼의 대형 브레이크로 적절하게 통제가 된다.

머스탱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기능들도 있다. 6단 자동변속기에 기본적으로 S모드가 있고 드라이빙 셀렉트에는 트랙 모드로도 머스탱의 과격한 성격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의 조향력까지 변화시키면 묵직한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총평> 지난 반세기 동안 머스탱은 유럽산 고성능 스포츠카에 대항해 왔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주행질감으로 차별화된 전통을 유지하고 또 만들어 왔다. 그러나 6세대 머스탱은 보다 대중적인 상품성을 전면에 내 세웠다. 그리고 진정한 머슬카로 인정 받기위해 5.0 GT까지 들여와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마이터치(SYNC) 한글화와 같은 배려만 있다면 유럽 스포츠카와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머스탱 GT의 가격은 603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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