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서울시 디젤 고급택시 '내가 하면 로맨스'

  • 입력 2015.08.07 12:33
  • 수정 2015.08.10 20: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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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530d xDrive

서울시가 고급택시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디젤 세단을 선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수입차가 선정됐다는 것과 무관한 지적이다.

고급택시로 선정된 차종은 총 100대다. BMW 530d xDrive, 메르세데스 벤츠의 E350 블루텍이 함께 경합을 벌였던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 등을 제치고 각각 50대씩 선정됐다.

고급 택시로 선정된 차량은 모두 디젤이다. 유지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싸고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용 차량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 선정의 주된 이유다.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이들 차량을 고급택시로 선정한 이유 가운데 경제성은 특히 설득력이 없다. 차량의 기본 가격과 유지비, 각종 세금 등을 모두 감안한 총비용(TCO)를 따져보면 경제성은 동급의 국산 가솔린 세단이 우세하다.

기본적인 차 값만 놓고 봤을 때 530d xDrive는 8920만원, 연비는 14.3km/ℓ다. 고급택시의 특성을 감안해 월 평균 3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월 277만 762원, 5년 보유시 1891만원의 유류대가 들어간다,

5년 보유시 차 값을 합치면 총 1억 586만원이 필요하다.(경유 리터당 1324원) 함께 경쟁을 벌인 현대차 에쿠스(VS 380, 연비 8.1km/ℓ)는 차값 6910만원(모던)에 같은 조건으로 계산했을 때 월 57만 9259원, 5년 보유시 3475만원의 유류대가 지출된다.

유류비는 디젤 차량에 비해 배 가량 더 소요되지만 차 값을 합친 총 비용은 1억 380만원으로 더 낮다.(휘발유 리터당 1556원, 연비 8.9km/ℓ기준) 고급택시로 선정된 BMW 차량보다 200만원 가량의 차이가 난다.

차량 가격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보험료(자차 포함시),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수입차 부품 가격과 소모품 비용을 감안하면 5년 보유시 TCO는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디젤차라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모델별 차량 가격과 유류비

서울시가 정부에서 추진한 디젤택시 도입을 ‘환경’ 문제로 거부한 사실도 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오는 9월부터 도입되는 디젤택시가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도입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급택시로 디젤 차량의 운행을 허가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이 내 세웠던 명분을 허물어버리는 우스운 꼴을 자초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차량을 점차 제한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그 동안 일관되게 '불륜'이라고 지적했던 디젤택시를 자신들이 '로맨스'로 포장을 한 셈이다.

고급택시를 일반 택시와 다르게 특혜를 제공하는 문제도 지적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고급택시의 경우 택시 표시등과 미터기, 카드결제기 등을 달지 않아도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행 여객운수업법상 택시는 상호(개인택시)까지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택시 관계자는 “같은 업종에서 특정 사업자에게 예외적인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 했다. 그는 또 “외관상 택시로 구별하기 어려우면 동일 모델의 불법 승용차 영업이 판을 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내 놨다. 그러나 관련법 시행규칙도 여기에 맞춰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모범택시 사업자들이 수입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일반택시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디젤차로 고급택시를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택시 정책이 결국 우버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반택시의 몇 배나 되는 고가의 요금을 부담하는 부자 승객들이 이용하는 고급택시에 국민 예산으로 유류보조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 연료 보조금은 택시 종사원들의 수입이 아니다. 왜, 버스 요금도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수 천만짜리 택시를 타고 고가의 요금을 내는 그들에게 리터당 346원의 보조금을 줘가면서 유지시켜 줘야 할 명분이 전혀 명분이 없기 때문인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고급택시 담당자는 "고급택시는 민간 투자 사업으로 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일반택시에 적용되고 있는 카드결제 수수료 보조금은 물론 경유택시 유류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급택시가 디젤 차종으로 전량 결정된 것에 대해 곤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일반택시와 다르게 고급택시는 사업자의 신고만으로 가능한 만큼 시가 관여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것도 이해를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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