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임팔라, 시간이 만들어 준 미국 세단

  • 입력 2015.08.16 08:56
  • 수정 2015.08.16 15: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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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폴리뉴스 권진욱 기자

[경남 남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2014년 가장 많이 팔린 세단 도요타 캠리가 42만대를 기록했지만 픽업 베스트셀링카 1위 포드 F시리즈는 75만대, 2위 쉐보레 실버라도는 52만대를 기록했다.

세단 판매 순위 리더 보드에는 포드 퓨전과 포커스, 쉐보레 크루즈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일본과 한국산 모델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미국산 세단의 인기가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형세단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모델이 있다. 1958년 처음 출시돼 58년 동안 10세대를 거친 쉐보레 임팔라다. 지난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이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팔라의 국내 출시는 한국지엠의 오랜 숙원이었다. 앞서 내 놨던 알페온을 별개의 고급 브랜드로 정작시키려 했던 전략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대형 세단 시장을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알페온은 오는 8월 말 단종이 되고 이 때까지 생산된 모델만 판매가 될 예정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임팔라가 검증된 세단이라는 점에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판매 가격을 미국 현지보다 저렴하게 내 놓는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지엠에서 글로벌 준대형 및 중형 차량 개발을 맡고 있는 니콜 크라츠 총괄 엔지니어는 14일, 시승행사에서 “임팔라는 58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차다. 여기에 한국시장이 선호하는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랜 연구를 진행했다”며 “미국에는 없는 한국형 모델로 봐도 무난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완전 조립돼 수입되고 있지만 사양의 구성, 주행의 특성을 우리 입맞에 맞도록 상당 부분 개량했다는 의미다. 전남 여수에서 경남 남해까지 시원하게 뚫린 남해고속도로와 제법 난이도가 있는 남해 일원 해안도로를 달리며 시간이 만든 차, 임팔라의 우리식 변화를 찾아봤다.

 

한국인들이 좋아 할 만한 디자인

5미터가 넘는 차의 길이(5110mm)가 주는 위압감은 상당하다. 옆에서 보면 한 없이 길어 보인다. 임팔라는 그러나 경쟁모델로 지목한 현대차 제네시스(4990mm), 아슬란(4970mm)보다 긴 차체를 갖고 도 시각적으로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후드를 길게 빼고 보닛에 뚜렷한 볼륨 라인, 20인치 타이어와 간결한 디자인의 휠이 적용되면서 적당히 스포티한 감각도 가지고 있다.

 

HID 헤드램프, LED 포지셔닝 램프로 고급스러움을 살려 놨지만 붉은 색 제동등이 어색하다. 측면과 후면이 간결한 반면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인테이크 홀 사이의 범퍼까지 같은 면적으로 배분해 다소 혼란스럽다. 헤드라이트의 크기와 맞 먹는 주간주행등도 이런 느낌에 한 몫을 한다.

그런데도 시승에 참석한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임팔라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외관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을 내놨다. 수입 대형 세단들이 독특한 외관으로 이질감을 갖게 하는 반면, 우리 눈에 익숙하고 유별나지 않은 스타일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외관 색상은 미드나이트 블랙, 스위치 블레이드 실버, 그리고 퓨어 화이트 3개의 컬러가 제공된다.

동아닷컴 김훈기

한국에만 있는 편의사양까지 배려한 실내

실내는 듀얼 콕핏 인테리어와 젯 블랙 컬러, 그리고 모하비 투톤 컬러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모하비 투톤 컬러가 적용된 3.6리터 최고급 트림인 LTZ(4191만원)로 가용한 모든 사양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은 모델이다.

차급에 비해 작아 보이는 클러스터에는 운전자 정보 디스플레이가 중앙에 있다. 차량 속도와 주행거리, 기어의 위치, 도어의 열림 경보 등이 깔끔하게 표시된다. 스피드 미터와 타코 미터의 중앙 상단에 연료계와 온도계가 배치된 것도 독특하다.

스티어링 휠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핸즈프리 리모컨이 배치됐고 그 뒤로 오디오의 볼륨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익숙하지 않으면 패들 시프트로 착각해 갑자기 오디오 볼륨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수동모드는 변속기 레버를 M에 위치시키고 상단에 있는 +와 -버튼을 눌러 작동을 해야 한다.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지적에도 쉐보레가 고집을 꺽지 않는 방식이다.

▲ 사진=동아닷컴 김훈기 기자

암레스트가 너무 뒤쪽으로 쏠려 있어 팔의 위치가 애매하고 작은 책 한권도 들어가기 어려운 글로브 박스, 대시보드의 세련되지 않은 마무리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공간에 대한 만족감은 크다. 운전석이고 2열이고 옆 사람과 어깨 공간이 충분했고 2855mm나 휠 베이스로 확보된 무릎공간, 535리터나 되는 트렁크 공간은 국산 동급 세단보다 크고 넓어 보인다. 2열에 센터 터널이 있다는 것은 옥의 티다.

한국인들의 까다로운 사양 편식에도 충분하게 대응을 했다. 하이패스 룸미러, 레인센싱 와이퍼, 전동접이식 아웃사이드 미러와 같이 국내 사양에만 적용된 편의장치가 있고 동급 최초의 애플 카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같은 편의 장치들도 가득 채워놨다.

▲ 사진=카리포트 임재범 기자

조용하고 부드러운 세팅, 그래서 한국형 임팔라

임팔라에 탑재된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은 6300rpm에서 309마력의 최대출력, 5200rpm에서 36.5kg.m의 최대토크 성능을 낸다. 그랜저는 물론 3342cc 엔진을 올린 아슬란보다 성능 제원이 좋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 XTS에도 올려진 이 엔진의 특성은 대개의 미국산 차들과 달리 부드럽다는 것이다. 임팔라 역시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이런 특성들을 강하게 보여준다.

▲ 사진=폴리뉴스 권진욱 기자

차분하게 시작되는 엔진소리는 가속을 하고 속도를 높여도 일관성을 유지한다. 3중 실링도어, 5.0mm의 이중 접합 차음 유리로 확보된 정숙성이 더해지고 견고한 차체로 발휘되는 승차감은 일본 차들이 갖고 있는 주행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의 고위 엔지니어는 “약간은 거칠고 기계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과 달리 부드러움을 더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정숙한 승차감을 갖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사진=카리포트 임재범 기자

따라서 차체의 거동이 주는 느낌도 소프트한 맛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로의 굴곡을 예민하게 받아 들이고 빠르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굽은 도로에서 거칠게 다루면 차체의 요동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 세단의 덕목으로 보면 적절한 세팅이다. 그렇게 거친 운전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륜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은 우물 정(井)자 타입의 트래들과 결합됐다.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도 고속주행에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확보하기 위한 세팅이다. 후륜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4링크 타입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긴급 제동 시스템, 10개의 에어백, 전방추돌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및 차선변경과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의 첨단 안전사양도 가득하다.

쉐보레 임팔라는 지난 해 미국고속도교통안전국(NHTSA)에서 실시한 신차평가에서 최고 등급의 안전성을 인정 받았다. 100km 이상 시승에서 기록된 연비는 공인 수치인 7.7km/l과 비슷한 7.2km/l다.

 

[총평] 동급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수입 준대형 세단

가격이 좋다. 2.5L LT 3409만원, 2.5L LTZ 3851만원, 3.6L LTZ 4191만원이면 그랜저보다 조금 비싸고 아슬란보다 싸다. 도요타 아발론 등 동급의 수입 모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한국지엠이 확보하고 있는 전국 456개의 거미줄 같은 서비스 네트워크, 그리고 저렴한 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한 부품들의 장점까지 생각하면 국산차 가격으로 수입차의 프리리엄을 누릴 수 있다. 기존 미국산 대형 세단의 거친 맛이 충분하게 걸러졌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사진=동아닷컴 김훈기 기자, 폴리뉴스 권진욱 기자, 카리포트 임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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