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W, 칼봉산이 이렇게 쉬웠어

  • 입력 2015.09.08 13:12
  • 수정 2015.09.09 16: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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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를 하루 앞 둔 가을 초입의 하늘은 더 없이 청명했다. 깊고 푸른 하늘 바다에 뭉실한 솜구름 배가 떠 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눈이 부셨다. 렉스턴W를 몰고 경기도 가평 칼봉산(해발 899m)을 오르는 작은 임도에는 푸른 빛을  거둬내고 옅은 갈색을 보이기 시작한 숲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 무리의 차들이 옆구리에 생채기를 내며 달리자 뿌연 먼지가 연기처럼 일어났고 이파리들은 더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칼봉산 9부 능선 작은 자투리에 아무 부대낌없이 가뿐하게 오른 쌍용차 렉스턴W이 차례로 도착했다.

임도라고는 해도 렉스턴W는 작은 도랑과 너덜길이 적지 않게 이어진 험한 길을 너무 쉽게 타고 올랐다. 청명한 하늘에 적당하게 그늘이 지고 보기 좋게 자기 색을 덜어내고 있는 숲 길, 기분도 좋았다.

지난 5일, 쌍용차가 유로6에 대응한 새 엔진과 변속기를 올린 렉스턴W와 코란도투리스모를 대상으로 대규모 시승 행사를 가졌다. 시승에 앞서 칼봉산과 남이섬을 동쪽으로 끼고 있는 방하리의 오프로드를 코스로 잡았다는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벤츠 7단 변속기

이날 시승은 렉스턴W와 코란도투리스모를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렉스턴W는 10km 남짓한 칼봉산 임도 오프로드, 코란도 투리스모는 7km의 방하리 오프로드가 포함된 코스로 짜여졌다.

두 모델은 LET 2,2 디젤 엔진을 공유한다. 이전 모델에 탑재됐던 LET 2.0 엔진보다 최고출력은 14.8%로 향상된 178마력, 최대토크는 11.2% 오른 40.8kg.m의 성능을 갖고 있다. LET는 Low-End Torque의 약자로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의미다.

1400~2800rpm까지 넓은 토크밴드가 이 엔진의 최대 강점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트로닉 7단 자동변속기도 함께 탑재됐다. E클래스를 비롯한 벤츠 라인업과 인피니티 Q50에도 탑재된 변속기다.

칼봉산과 방하리 오프로드에서 E-Tronic 벤츠 7단 자동변속기는 자신의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어떤 길인지, 바람의 저항은 어느 정도인지, 변속기와 엔진 냉각수의 온도에 맞춰 변속 패턴이 자동으로 제어되면서 정확하고 안정된 거동 능력이 믿음직스러웠다.

 

칼봉산, 쉽게 오르고 내리고

방하리는 몰라도 칼봉산의 쉽지 않은 오프로드를 렉스턴W가 숨도 고르지 않고 오를 수 있었던 건 벤츠의 혹독한 내구 테스트를 통과한 e-XDi200 LET 한국형 디젤 엔진과 E-Tronic 벤츠 7단 자동변속기의 공이 컸다.

오르막길에서는 전자식 4WD가 위력을 발휘했다. 후축에서 노면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차체를 밀어내는 능력, 모래가 섞여 있는 비포장길, 크고 작은 바위들이 촘촘하게 박힌 너덜길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더블위시본과 독립현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줘 차체의 요동도 크지가 않았다.

반면 이런 특성은 온로드의 주행 질감을 만족스럽게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간혹 차체가 출렁이며 불안정한 자세가 나오기도 했고 렉스턴W는 코너링에서 조금씩 차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렉스턴W는 내리막길에서 고정형에서 가변형으로 변경된 내리막길주행제어장치(HDC)가 위력을 발휘했다. 7km/h로 속도가 고정돼 다소 답답했지만 최저 5km/h에서 최고 30km/h까지 가속페달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신속한 주행이 가능했다.

 

한 박자 아쉬운 가속, 잘 잡은 정숙성

넉넉한 파워가 차체를 거동하는데 100% 사용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정지상태에서 빠르게 출발을 하면 매번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가속페달도 그렇고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어는 순간 가속력이 한풀 꺽이는 것도 동승자와 함께 지적이 됐다.

달리는 맛에 일관성이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오프로드와 달리 온로드에서는 배기량과 출력 향상에 맞먹는 수준의 변화나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평범한 수준이다.

반면 정숙성은 두 모델 모두 뛰어났다. 특히 렉스턴W는 새로 올려진 벤츠 변속기가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고 기존에 갖고 있던 정숙성이 더해져 온로드에서 더 차분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주행성능 향상에 주력한 렉스턴W

동급 유일의 3중 구조 풀 프레임 바디를 갖고 있는 렉스턴W는 이전의 경쾌한 주행성능이 한층 보강된 느낌이다. 쌍용차는 정지상테애서 100km의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6.5% 단축됐고 제동 초기 응답성도 개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적으로는 어렵지만 출발과 추월을 하기 위한 초기 발진에서 한 박자 텀이 발생하는 것만 빼면 나머지는 공감이 간다.  느린 속도에서 작동하는 전방 세이프티 카메라, LED안개등,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 오디오, USB 충전기가 새로 추가됐고 트렁크 공간을 넓힌 것도 렉스턴W의 변화다.

 

승차감 향상에 주력한 코란도 투리스모

국산 동급 모델 가운데 유일한 후륜구동 MPV 코란도 투리스모는 주행안전성과 승차감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함께 서스펜션을 튜닝해 이전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게 했고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을 줄이기 위해 흡차음제도 강화했다.

또한 진동 발생 요인을 제거하는데 주력하면서 정숙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실내에 브라운 컬러의 우드 그레인을 새로 적용하는 적당한 사치도 부렸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에도 변화를 줬다. 렉스턴W에 적용된 전방 세이프티 카메라와 USB 충전기도 눈에 띄었다.

 

총평

다운사이징이 추세인 상황에서 엔진 배기량이 되려 높아졌다. 이 때문에 렉스턴W는 공차중량이 최대 30kg, 코란도 투리스모는 10kg이 각각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일부 트림의 연비는 경미하지만 소폭 줄었다.

실내에서는 꼼꼼한 마무리가 아쉽다. 센터콘솔 앞쪽 수납 공간 바닥에 고무가 덧 대져 있고 센터페시아에는 쉽게 떨어지는 고무 마개가 형식적으로 달려 있기도 하다. 시트를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들고 불편하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가격은 2866만원에서 3354만원, 렉스턴W는 2818만원에서 387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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