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만든 모호한 괴짜 X6 30d

  • 입력 2015.09.11 10: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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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6, 눈으로는 익숙한데 뭔가 낯설다. 투박한 SUV에 늘씬한 쿠페의 상반신이 올려진 이질감, BMW라 용서가 되지만 일상적인 것들과 융화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BMW는 SUV의 골격에 A필러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연결되는 라인을 쿠페에서 가져와 X시리즈의 짝수로 이 괴상한 조합의 라인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X1, X3, X5는 정통 SUV로 만들어 SAV(Sports Activity Vehicle)로 부르고 여기에 쿠페의 상체를 올려 X4, X6로 짝수를 이어 붙여 가며 SAC(Sports Activity Coupe)로 구분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X6는 꽤 많이 팔려 나갔다. 패스트 백 타입으로 실내 공간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봐야 하는데도 지금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26만대나 된다.

기본적으로 입증된 성능과 독특하고 화려한 외관으로 언제 어디서든, 여러 형태의 목적에 어울리는 기능상 장점이 먹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가며 자신의 지배 영역을 넓혀나가는 BMW의 힘이기도 하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2세대 X6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콘셉트카, 그리고 2008년 나온 1세대 X6는 디자인과 성능, 기능 등을 대부분 베이스 모델인 X5에서 차용해 왔다.

반면 2014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2세대는 8단 자동변속기와 이전보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확장하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그리고 액티비티 성능을 강화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키드니 그릴로 대표되는 전면부는 LED 안개등과 언더바디 프로텍션으로 뚜렷하게 대비가 되고 측면 윈도우 프레임과 사이드 미러, 특히 날렵한 쿠페 라인 지붕으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습을 완성해 냈다.

xDrive 30d 앰블럼, V 스포크 스타일의 597 20인치 경합금 휠, 선이 굵은 스키드 플레이트로 이 차의 또 다른 기능인 RV의 디자인 특성도 가미가 됐다.

후면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마무리 한 언더바디 프로텍션, 소박한 듀얼 머플러와 단순한 디퓨저로 BMW 패밀리카의 특징적 요소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백 루프 라인에 엉덩이를 잔뜩 치켜 세운 후면부는 전면, 측면과 달리 보기가 편치 않다. 좋은 재료들이 잔뜩 버무려져 있는데 맛은 별로인 격이다.

 

세심하고 정교한, 그러나 불편한 인테리어

BMW 라인업 대부분의 인테리어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 대시보드를 수평으로 가로지는 굵은 선이 여러개 있고 이를 통해 상,중, 하 각각의 영역과 기능들을 뚜렷하게 구분해 놨다. 복잡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비결이다. 모난 돌처럼 자리를 잘 못 잡은 디스플레이를 빼면 더 없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여기에 자리를 잡은 여러 첨단 기능들에 접근하지가 쉽지 않다. 악명 높은 네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멋대로 인식되는 터치 컨트롤러,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결국 연결에 실패한 블루투스 기능 등은 여전히 불편하다.

2세대부터 전장이 소폭 증가했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장신의 동승자가 뒷좌석에 머리가 닿는다는 불평을 하지 않았고 트렁크에 4개의 골프 백과 보스턴 백이 억지스러워도 수납이 가능해졌다. 러기지 룸의 기본 적재 용량은 580ℓ, 여기서 2열 폴딩을 하면 최대 1525ℓ까지 공간을 늘릴 수 있다.

 

BMW의 진짜 맛은 달리는 능력

BMW X6 xDrive30d는 6기통의 배기량 2993cc 디젤엔진으로 258마력(4000rpm)의 최고 출력과 57.1kg.m(1500~3000rpm)의 최대 토크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의 속도를 내는데 6.7초가 걸리고 최고 속도는 230km/h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의미가 없는 수치지만 그만큼 순발력이 좋고 민첩하게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아주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시작하는 넓은 토크 밴드가 보여주듯 출발은 경쾌하고 매끄럽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터치하듯 압박을 해도 2톤이 넘는 차체를 가볍게 밀고 나간다. X6의 공차 중량은 2065kg, 차량 총 중량은 2390kg이다.

이런 느낌은 저속에서 중속, 그리고 고속 영역대까지 일관성있게 유지된다. 엔진의 가벼운 떨림, 배기음이 꾸준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완벽한 주행 질감이다.

패스트백 디자인 덕분에 바람 저항에 따른 풍절음이 X5대비 차분해지면서 실내 정숙성은 이전보다 개선됐다. 반면 처음 시동을 걸 때 신경이 쓰일 정도로 공명음이 들린다. 원래 그렇다는 설명이고 간헐적으로 발생하지만 이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는 공명음은 처음이다.

X6는 앞과 뒤에 같은 규격의 19인치(255/50 R19) 타이어를 장착했다. 언더 스티어 성향의 코너링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각도에서는 타이어의 크기와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인 xDrive 믿고 핸들링을 해도 된다.

스포츠에 스포츠+까지 운전모드를 박진감있게 설정할 수 있지만 에코 프로 모드 위주로 시승을 했다. 에코모드가 설정되면 스로틀 반응 속도를 조금 줄이고 내리막길 타력 주행 등으로 최대치의 효율성을 뽑아낸다. X6는 4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리고 12km/l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2.3km/l다.

 

<총평>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자동차 역사에 획을 그었던 최초의 자동차 대부분은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2008년 BMW가 X6의 콘셉트카를 처음 내 놨을 때도 ‘저 요상한 차를 진짜로 만들까’ 했지만 만들었고 잘 팔리고 있고 X6 M으로 영역도 넓혔다.

X6는 SUV와 쿠페도 모자라 미니밴까지 교합을 시키고 여기에 왜건까지 버무려 놓은 모델들을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게 만든 자극제였다.

1세대에 이어 X6 2세대의 성공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것도 이렇게 시장을 개척하며 가장 앞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승차감,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이 보다 한국적인 맛으로 다듬어 진다면 국내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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