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으로 더 빛 난 NOVA, 준대형 LPG SM7

  • 입력 2015.09.21 08:0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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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NOVA)는 신성(新星), 어둡던 별이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빛을 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는데 인색한 르노삼성차는 부분변경 또는 연식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기발한 서브네임을 붙인다. 르노 콘셉트카 이니셜 파리를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로 분위기를 바꾼 SM7 제품군 가운데 노바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은 LPe다.준대형 LPG의 희소성, 무엇보다 봄베 타입의 연료 탱크를 도넛형으로 바꾸면서 자기 체급에서 최강자로 부상하며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한 달 만에 시장 점유율 40%

LPG 연료를 사용하는 차는 주로 택시나 장애인 그리고 렌터카 시장에서 경쟁한다. 일반인은 경차와 특정 모델, 또는 장애인이 5년 이상 사용한 중고차만 구매가 가능하다. 구매 대상이 제한돼 있다고 해서 시장이 작다고 보면 안 된다. 연간 5만 대 규모의 수요가 있는 택시가 있고 개인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렌터카, 장애인용 등을 합치면 꽤 큰 시장이다.

LPG 차량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는 있지만 그럴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한때 개인택시 시장을 호령했던 르노삼성차가 절치부심 끝에 새 모델을 투입한 것도 시장의 규모, 브랜드 이미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버려둘 시장이 아니라고 본 때문이다.

르노삼성차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형 모델들이 잠식한 LPG 시장에 뛰어들면서 들고나온 비밀병기는 ‘도넛 탱크’다. 도넛 탱크는 긴 원통형의 봄베를 트렁크에 설치했던 기존 LPG 차들과 달리 스페어타이어와 유사한 크기와 모양에 그 자리를 꿰차 트렁크 공간의 개념을 바꿔 버렸다.

LPG가 아닌 다른 유종의 차와 다르지 않은 공간을 확보하면서 비좁고 불편했던 트렁크를 쾌적하고 여유 있게 만들었다. 결과는 판매량 증가로 나타났다. 앞서 출시한 SM5 노바 LPLi는 지난해보다 판매가 20% 이상 급증했고 시승차인 SM7 노바 LPe는 7월 출시되고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700대가 팔렸다.

준대형 LPG 모델 점유율은 40%나 된다. 잘 하면 월평균 1000대 가량 팔리는 현대차 그랜저도 제칠 기세다. 도넛 탱크라는 발상의 전환이 르노삼성차가 목표로 하는 LPG 모델 내수 점유율 40% 달성에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활용성과 경제성에서 경쟁 모델 압도

SM7 LPe는 준대형급으로 가장 큰 시장인 택시보다 렌터카와 장애인용 시장을 노리고 있다. 준대형 엘피지 세단 시장은 현재 월평균 1500대 수준이지만 개인 장기 렌터카 수요가 급증하면서 LPG 차량의 전체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수요가 늘고 있는 차급이다.

SM7 LPe가 이 시장에서 특별하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도넛 탱크로 확보된 트렁크 공간,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과 높은 연비의 경제성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에 대한 얘기는 새삼 할 것도 없지만, 차체 크기가 동급 준대형 모델 중 가장 크다. 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4995, 1870, 1480(mm), 축간거리는 2810mm로 그만큼 실내 공간에 여유가 있다.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과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램프, 그리고 4개의 배기구를 각각 2개씩 품고 있는 듀얼 머플러로 멋을 부렸다. 트렁크 공간은 잘 정돈됐다. 도넛 탱크가 스페어 자리를 꿰찼고 대신 타이어 수리 장비로 펑크 등의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도넛 탱크의 내구성과 안전성은 믿어도 된다. 포스코에서 만든 특수 소재 SG365’로 만들어져 두께는 15% 더 두꺼워졌고 무게는 20% 가벼워졌다.

실내는 단순하고 지나치게 소박하지만, 꽤 많은 편의 장비들이 적용됐다. 스마트 미러링이 포함된 내비게이션 패키지가 적용됐고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반면,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블루투스 연결은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포기했고 내장된 지니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아갔고 음악은 USB로 연결해 감상해야 했다.

 

준중형급 제원에 LPG의 한계, 그러나!

시승 차에는 2.0 CVTC Ⅱ LPLi를 탑재, 최고출력 140마력(6000rpm), 최대토크 19.7kg.m(3700rpm)의 준중형 가솔린 세단 수준의 성능 제원을 갖고 있다.

LPLi는 기체 상태의 연료 공급량이 일정하지 않아 연비와 출력에 손해를 봐야 했던 기존 LPG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 역화 현상을 없애고 타르도 발생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동력 성능에 한계는 존재한다.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100kg 정도 가벼운 공차 중량(1535kg)을 갖고 있지만, 준중형급 파워로는 부담스러운 무게임이 시승 내내 느껴진다.

출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레드존(6500rpm) 인근까지 엔진 회전수를 높여야 하고 이 엔진 회전수가 차량을 밀어내는 힘은 차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음색은 부드럽지만, 그만큼 더디게 출발하고 박진감도 덜하다. 그러나! 충분하게 이해가 가는 수준이다. 차분하게 운전을 하고 승객을 태워야 하는 택시나 장애인용, 그리고 효율성에 우선해야 하는 렌터카용이라면 용납이 되는 수준이다.

르노삼성차가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 부드러움도 잃지 않았다. 매우 정숙하고 제 속도만 지키면 굽은 길에서 자기 자세를 올곧게 유지한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로 구성된 제동성능은 적당한 무르기에도 민첩하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만족한 수준의 달리기 능력이다.

 

돈의 가치로 보면 최고의 준대형 LPG

SM7 LPe의 최대 경쟁 모델은 현대차 그랜저다. 기아차 K7도 있지만, 판매량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우선 차량 가격에 많은 차이가 난다.

택시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랜저 3.0LPI 모범형의 가격은 2735만 원이다. 비슷한 사양의 SM7 LPe는 2550만 원, 배기량 등 제원의 차이를 고려하면 저렴하다는 강점은 크지 않다.

그러나 배기량 차이만큼 자동차세가 낮아지고 연비에서 나오는 비용 절감액을 고려하면 종합적인 경제적 가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SM7 LPe의 복합연비는 8.6m/l로 준대형 모델 중 가장 좋다. 특히 240km 이상을 달린 시승차의 연비는 8.9km/l로 더 좋게 기록됐다. 르노삼성차는 가솔린, 경쟁차와 비교했을 때 많게는 940만 원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은 동급 준대형 가운데 가장 저렴하고 이런저런 세제 혜택과 연비가 우세한 것은 확실하다.

 

[총평]

한 번 쓰는 렌터카도 깐깐하게 고르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차급이나 모델을 정해 놓고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비를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몇 개월 또는 연간 단위의 장기 대여 계약자가 늘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연비 좋은 차, 그러면서도 무난하게 달릴 수 있고 트렁크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SM7 LPe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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