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세단의 대안, 하이브리드카

  • 입력 2015.10.12 10:18
  • 수정 2015.10.12 10: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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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디젤 논쟁이 격렬하다.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이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이다. 그러나 디젤차가 가진 장점이 당장 희석되거나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일반 자동차와 대등한 수준의 기능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는 만큼 포스트 디젤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포스트 디젤이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수입 디젤차 성장세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달(9월) 수입 디젤차 판매 비중은 67.8%로 전월(8월)보다 4.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2%p, 하이브리드차는 2.4%p 각각 증가했다. 증감치가 미세하기는 해도 전기차보다는 정직한 디젤이나 휘발유와 배터리로 동력을 얻는 하이브리드차가 더 훌륭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이산화탄소(CO2)배출량 말고는 사람 건강에 치명적인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등의 유해 물질이 현저하게 낮거나 전혀 없고 연료 효율성도 디젤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젤 세단의 훌륭한 대안

시승차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384만 원짜리 프리미엄 트림에 선택 품목이 대부분 적용된 모델이다. 같은 급 디젤(HG 220 디젤)은 하이브리드 버전과 사양을 맞추면 3389만 원짜리 프리미엄과 어깨높이가 같아진다.

가격은 대등한 셈이다. 연비도 세타(θ) II 2.4 MPI HEV가 17” 타이어를 기준으로 복합 16.0km/ℓ(도심:15.4km/ℓ, 고속도로:16.7km/ℓ)로 2.2 e - VGT 14.0km/ℓ(도심:12.0km/ℓ, 고속도로:17.5km/ℓ)보다 수치상 높다.

그런데도 디젤차 인기가 높은 이유는 연료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08원, 디젤는 1255원이다(2015년 10월 11일 기준).

 

누적 주행 거리가 1만km면 4만 6000원, 10만km면 46만 원으로 많아진다. 국내 소비자들의 평균 운행 거리와 차량 보유 기간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금액이다.100km의 거리를 달린다고 가정 했을 때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9425원, 그랜저 디젤은 8964원이다. 100km를 달리는데 들어가는 연료비에 460원 차이가 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400km 이상을 달리고 최종적으로 기록한 연비는 14.7km/ℓ다. 표시 연비보다 낮지만 유명산 와인딩을 하기 전까지 16km/ℓ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일상적인 운전뿐만 아니라 와인딩, 고속운전을 했어도 동급 휘발유 11.3km/ℓ(도심:9.8km/ℓ, 고속도로:13.7km/ℓ)보다 좋은 연비를 기록했다.

배터리의 수명을 놓고 걱정이 많지만 50만km 이상은 끄떡없다는 것이 현대차 엔지니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도요타 프리우스 초기 모델을 지금까지 몰고 다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쌓여있는 주행거리가 수십만 km다.

배터리의 내구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기술로 보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반면 성능에 대한 우려는 크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유명산 와인딩을 시도한 이유는 이런 것을 한번 짚어보고 싶어서다.

 

가속 아쉽지만, 지구력과 차체 안정성 무난

세타Ⅱ 2.4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고출력 모터는 최고출력 159마력(모터출력 35마력), 최대토크 21.0kg.m(모터 토크 20.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와 통합주행모드 시스템도 탑재됐다. 힘을 보여주는 수치는 디젤이나 휘발유보다 열세인 것이 분명하다.

35kW급 고출력 전기모터로 출발하는 발진 가속력은 하이브리드카의 최대 약점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특성과 달리 쉽게 속도를 상승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전기모터의 개입이 끝나고 휘발유 엔진이 차체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만한 차급의 휘발유 엔진이 보여주는 힘과 다르지 않다. 출발과 저속에서의 힘은 부족하지만 40km/h 이상부터는 아주 빠르게 속도가 상승해 고속 구간에 접어든다.

 

하이브리드차는 시동과 저속, 가속, 그리고 등판과 정속 주행을 할 때 전기 상태로 움직이고 감속을 할 때는 회생 제동시스템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EV 상태의 작동 시점은 일정하지 않다. 출발을 할 때는 20km/h 이하에서 해제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60km/h, 또는 내리막길이나 타력이 좋으면 100km/h 구간에서도 EV 상태가 작동한다.

승차감은 순수 휘발유 차보다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정숙하고 서스펜션이 움츠렸다가 다시 튕겨 나오는 균형도 잘 잡혀 있다. 타이어의 접지력과 구름도 매끈하다. 유명산 선어치 고개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내리며 과격하게 핸들링을 해도 차체는 유연하게 반응한다.

중량(1680kg)과 전장(4920mm)을 생각하면 조금은 의도하는 방향을 벗어날 것 같은데도 곧게 자기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준대형 세단에 요구되는 적당한 수준의 승차감과 핸들링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휘발유차가 부담스럽고 말 많은 디젤차에 부담을 갖고 있다면 하이브리드카에 시선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주행의 질감을 좌우하는 힘과 승차감, 안정성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총평

가격 경쟁력은 하이브리드카의 최대 약점이다. 연비가 좋고 내구성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디젤의 경제성을 완벽하기 따라잡기 위해서는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더 완화해줘야만 한다. 초기 반응을 더 민감하게 잡아내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경쟁하고 있는 도요타 모델과 차이가 크다. 폭발적이지는 아니어도 지금보다는 매끄럽고 빠르게 출발하고 속도가 상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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