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디젤차라고 연비만 좋을까

  • 입력 2016.01.25 08: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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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나쁜 환경과 좋은 연비다. 경유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대기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반면, 유종의 특성상 연료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취약성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유로6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유차는 휘발유차와 대등한 수준으로 깨끗해졌다. 관리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20% 남짓한 연료 효율성이 폭스바겐 디젤 사태에도 디젤차의 위세를 쉽게 꺾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경유차 얘기가 나오면 연비로 관심이 집중되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엔진의 스펙, 여기에서 나오는 실주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경유는 인화점이 높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출력과 토크의 최대 수치를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운전에서 좋은 연비가 나오고 타력이 보태지면 경쾌하게 달린다. 압축과 폭발 압력이 높아 엔진의 진동과 이에 따른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 역시 상당 부분 해결이 됐다.

우리나라 디젤 시장은 원조 격인 독일산이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전체로 봤을 때 프랑스 브랜드는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대중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푸조다. 블루리옹(Blue Lion)으로 불리는 푸조의 환경정책은 독보적인 기술로 낮은 배기량에 고출력, 고토크를 발휘하는 블루 HDi 엔진과 독창적인 공기 역학적 디자인, 그리고 첨단 기술로 고효율 친환경 차들을 선 보인다. 

푸조 3008 크로스오버를 시승하면서 연비는 접기로 했다. 경유차 연비가 휘발유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푸조 3008의 또 다른 장점과 단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래도 200km 가까이 달린 푸조 3008의 연비는 14km/l (공인연비 14.4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1750rpm부터 시작하는 최대토크

푸조 3008은 배기량 1560cc 블루 HDi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20마력(3500rpm), 최대토크는 30.6kg.m(1750rpm)이다.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은 최고출력이 평균 4500rpm, 최대토크는 6000rpm을 넘겨야 나온다. 출력성능은 비슷했지만 토크 성능이 배 이상 된다.

토크와 엔진회전수가 출력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푸조 3008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가능한 토크와 출력을 모두 끌어낸다. 디젤차의 최대 장점이다. 엄청난 가속과 높은 속력을 요구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통상적인 운전에서 엔진회전수가 2000rpm을 넘기는 일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푸조 3008을 포함한 디젤차들은 실영역대에서 자신이 뿜어 낼 수 있는 출력과 토크 성능을 최대치로 발휘한다. 푸조 3008도 다르지 않다. 출발할 때 뜸을 들이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인상적인 힘을 발휘한다. 시속 100km를 넘기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도 엔진회전수가 2000rpm을 넘기지 않는다.

가솔린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힘이 달리는 내내 전달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적당하게 예열된 엔진의 떨림도 잦아든다. 속도가 상승하고 연결되는 느낌, 6단 자동변속기도 필요한 순간에 매끄럽게 반응한다. 노면에 반응하는 차체는 부드럽다. 서스페션에 코일 스프링 대신 F1 등 경주용차에 사용되는 토션바가 적용돼 차체를 효과적으로 떠 받친다.  재미있게 운전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들을 갖춘 셈이다. 

 

횡력과 측면 저항에 예민한 디자인

푸조의 디자인은 아직 낯설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하고 램프류나 측면, 후면에도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다. 크롬과 메탈 라인, 플라스틱 가니쉬, 고양이 눈매, 사자 발톱을 닮았다는 라이드 시그니쳐도 평범하다. 보기에 그렇지만 푸조 라인업이 공통으로 적용하는 보디 디자인 콘셉트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푸조는 지난 2010년 브랜드 200주년을 맞아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공기역학에 주목하고 새로운 디자인 코드를 발표했다.

공기의 저항에 맞서 가장 효율적인 공력 성능으로 대항할 수 있는 자동차 라인이다. 푸조 3008이 크로스오버인데도 전면부 상하 폭이 좁고 전면 글라스의 기울기와 면적을 최대화하면서 후드의 열린 면적을 최소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디자인으로 푸조 3008은 전면으로 맞닥뜨리는 공기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반면 좌우 흔들림이 심하다. 최강 한파가 찾아온 날, 한강을 건널 때 측면 바람, 그리고 대형차가 지나갈 때마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차체가 흔들렸다.

타이어 영향도 있었다. 미쉐린 16인치(215/60R) 타이어는 선회할 때 접지면의 중앙 부분으로 힘을 모아주는 횡력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 차체가 기우뚱거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직접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눈과 진흙, 모래까지 주행환경에 최적화된 세팅이 가능한 그립 컨트롤은 인상적이다. 푸조는 그립 컨트롤이 전자식 트랙션 조작을 통해 사륜구동이 가진 험로 주행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실내는 넓고 쾌적하다. 축간거리(2615mm)는 평범하지만, 일반적인 크로스오버에 비해 면적이 넓은 전면 글라스,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극대화 시켰다. 센터페시아와 콘솔로 이어지는 라인도 인상적이다. 비대칭 구조에 일체형으로 구성됐고 위치를 높여 센터페시아의 버튼류를 다루기 쉽게 했다.

시트의 배열이 자유롭고 2단으로 구성된 트렁크와 테일 게이트는 더없이 유용하고 사용이 편리하다. 트렁크는 기본 512ℓ, 2열을 젖히면 1604ℓ까지 용량이 늘어난다. 반면 세세한 구성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럽다. 빨간색 조명, 세련되지 않은 폰트, 버튼류도 투박하다. 클러스터도 요즘의 것들과 다르게 촌스럽다.

두께가 얇은 운전대를 잡는 느낌도 떨어지고 리모트컨트롤도 보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정지해 있을 때도 상체를 앞으로 길게 빼야 겨우 손이 닿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공조장치도 불편한 구성을 하고 있다. 전면 글라스의 습기를 제거하는 히터를 작동시키면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없다. 바람 세기를 조절하면 일반 난방으로 강제 전환돼 습기가 제거될 때까지 적지 않은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총평] 외관 디자인은 이해가 가지만 실내 구성은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 수입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시승차가 푸조 3008의 두 개 라인업(액티브/알뤼르) 가운데 가격이 낮은 액티브(3730만 원)라고는 해도, 최강 한파가 찾아 온 날, 히팅 시트가 없는 차 운전은 곤욕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좋은차, 혹은 그렇지 않은 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불편한 것 몇 개가 있다 정도로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디젤, 그리고 요즘 대세인 크로스오버의 경제성과 실용성은 푸조 3008의 분명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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