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몰래 살까? 벤츠 C450 AMG 4MATIC

  • 입력 2016.04.28 18:44
  • 수정 2016.05.02 16:29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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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이렇게 가깝게 와 있을지는 몰랐다. 그것도 고성능 모델이라 견물생심, 쳐다보지도 못했던 AMG다. 도로 바닥을 울리는 배기음을 들을 때면 운전석에서는 얼마나 짜릿한 감동이 밀려올까 상상만 하던 그 차다.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확인하며 고민을 해도 벤츠를 선뜻 구입하긴 힘들다. 매달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때마다 우르릉 거리며 도로를 지나가는 AMG는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가 점점 다가왔다. 월급도 통장도 그대로인데 벤츠가 다가왔다. 절반은 나중에 내라는 파이낸셜 서비스도 그렇고 성능과 가격을 조금 그리고 많이 낮췄지만 겉보기엔 그럴 듯한 (실제로 타보면 대단하다) 차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 차 C450 AMG 4MATIC은 젊은이의 통장을 노리는 흉흉한 그물망 가운데 놓인 가장 매력적인 미끼다. AMG의 고성능 이미지를 그대로 빼다 박았고 ‘베이비 S클래스’라는 별명을 가진 C클래스의 세련된 디자인도 그대로인데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디자인은 오히려 더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차는 그간의 AMG와 성격이 다르다. 엔진을 하나하나 장인의 손길로 만들고 서명을 했던 AMG가 아니다. 대량생산하는 3.0리터 터보 엔진이다. 500마력을 넘나들던 출력도 367마력으로 줄었다. 그러나 말이 줄었을 뿐이지 367마력의 숫자는 어지간한 양산차에서 보기 힘들다. 과거 4.0리터급 자연흡기 고성능 엔진에서 나왔었고 1억 원이 넘는 고급 차에서 각종 튜닝을 무기삼아 이뤄냈던 출력이다.

일부는 이 차를 ‘엔트리급 AMG’ 혹은 ‘보급형 AMG’라는 이름으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마치 서자처럼 제대로 된 AMG가 아니라는 뜻이리라. 과연 이 제대로 되먹지 못한(?) 차는 얼마나 뛰어난 성능과 밸런스를 갖췄는지 도로를 달려봤다.

 
 
 
 
 

늦은 시간 주차장으로 내려가 AMG 곁으로 갔다. 은은한 조명이 도어 손잡이를 비춰주고 라디에이터그릴의 크롬 핀이 반짝인다. 살짝 손잡이를 당겼다. 예상보다 문짝이 무겁다. 실내에 들어가 앉을 때에도 여러 번 문을 덜 닫을 정도로 묵직하다. 두툼한 두께의 도어 손잡이와 묵직한 문짝이 일단 처음으로 마음을 빼앗아간다.

너무 오랜 시간 키 모양을 똑같이 유지해 식상한 벤츠의 키는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았다. 둥근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우르릉 하는 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울려 퍼진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동안 발에서 힘을 좀 뺐다. 행여 누군가에게 AMG 콧바람을 넣을까 두려워서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를 거쳐 어느새 강원도의 와인딩을 공략하고 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도 큰 두려움은 없다. 시동을 걸자마자 어깨를 바싹 당겨주는 벤츠의 프리세이프티 안전벨트처럼 이 차의 첨단 기술이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벤츠는 C450 AMG에 4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을 넣었다. 달리는 재미도 버리지 않았다. 앞과 뒤의 구동력 배분을 33:67로 나눴다. 뒤에 더 많은 힘을 보내 쭉쭉 밀어주란 얘기다. 0:100의 고성능 세단이 주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안겨주기 위한 고집이다.

엔진에 엔지니어의 사인 조차 없는 서자 C450 AMG도 서스펜션은 AMG C63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3단계로 조절하는 댐핑이 상황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운전 패턴을 바꿔준다. 하지만 시승차와의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늘은 무조건 ‘스포트+’ 모드다.

잠시 눈을 돌려 실내를 돌아보니 온통 반짝이는 내장재가 가득하다. 스피커와 다이얼, 버튼까지 모두 은색의 반짝이는 부품이다. 은색의 카본 스타일 패널은 컵홀더에서 컵도 치우고 뚜껑을 닫고 싶게 생겼다. 은색의 내장재가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모습이다. 기어변속레버 자리에는 커맨드 다이얼이 있다. 아래는 다이얼이고 위에는 터치패드다. 내비게이션을 편리하게 조작하라고 만들었지만 내비는 역시 국산이 좋다. 아직까지 복잡하고 답답한 인터페이스와 너무나도 단순한 지도는 국산차와 견주어 꼽을 수 있는 유일한 약점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아날로그시계를 두었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삭제하는 추세지만 벤츠는 유지했다. 오래 타다보면 자주 보는 시계를 예쁘게 장착해 오너의 만족감을 높여준다.

모든 벤츠가 그렇듯 문짝의 버튼을 눌러 조절하는 시트는 급을 넘어섰다. 작은 차에 작은 시트를 넣는 여타 대중차와는 비교가 안 된다. 작은 차에도 큰 사람이 편하게(혹은 단단하게 잡아주며) 타고 길을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허벅지 부분을 길게 빼주어 낮고 넓은 포지션으로 앉아도 편하다.

고성능 엔진 출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는 C클래스에 비해 반응 속도가 두 배 빠르다고 한다. 엔진과 변속기를 모두 생산하는 벤츠는 한번 괜찮은 조합을 발견하면 꾸준히 사용하며 개선한다. 7단 변속기는 타 브랜드가 8단, 9단까지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다단화에서는 아쉽지만 성능에서는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도로에서는 왕처럼 달릴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는 4.9초에 주파한다. 5초미만의 차는 주로 이름 있는 수입 스포츠카의 몫이다. 혹은 대형 럭셔리 세단 가운데 괴물 같은 배기량의 것들이 이런 가속 성능을 가졌다. 이 차는 오히려 평범한 C클래스의 모습을 가졌지만 한 번 마음먹고 밟으면 스프린터처럼 튀어나가는 매력을 준다. 작고 가벼운 차체에 고성능 엔진을 넣는 마음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운전자들에겐 정말 축복이다.

 

겉모습과 엔진이 각각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데, 가장 극적인 순간은 신호대기에 정차했을 때다. 우르릉거리며 도로를 달리다가 빨간불을 만나 정차하면 시동이 스르륵 꺼진다. 어색하고 정숙한 순간이지만 4기통 디젤 세단이 후드득 엔진을 꺼버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이런 차라면 와이프 몰래 평생을 모은 돈을 투자해 구입해도 후회가 없겠다. 게다가 그저 남들과 비슷한 C클래스로 와이프의 착각을 유도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요란한 스포츠카를 대신할 충분한 달리기 성능과 아늑한 패밀리 세단을 대신할 완벽한 공간을 동시에 가졌다. 반대로 문제라면 이 차의 가격이 걸린다. 어지간한 패밀리 세단과 어중간한 스포츠카는 동시에 살 수 있을 정도다. 여기까지 생각했으면 AMG병 말기다. 이제 가격을 쪼개볼때다. 절반은 3년 뒤에 유예하고 나머지는 이자와 함께 할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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