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질주, 말리부 1.5 터보의 반란

  • 입력 2016.05.18 13:48
  • 수정 2016.05.25 10: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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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cc 배기량의 차는 이제 흔하지 않다. 차급을 구분하는 범위가 상향 조정되면서 소형차 대부분은 1600cc 미만으로 배기량이 많아졌다. 우리가 말하는 소형차, 현대차 엑센트나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의 주력 모델 배기량은 대부분 1400cc다.



배기량이 적으면 차량 성능을 표시하는 출력과 토크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터보 시스템을 활용한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다운사이징은 연료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강한 압력으로 엔진에 유입시켜 주는 터보가 핵심이다.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해 연비는 물론 출력과 토크를 높여 낮은 배기량의 성능 갈증을 풀어준다.

 

자동차 업체들이 터보 라인업을 늘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가운데 상당수는 터보 모델을 갖춰 놨다. 터보 라인업이 가장 튼튼한 브랜드는 쉐보레다. 아베오와 크루즈, 그리고 신형 말리부까지 터보가 있다.

신형 말리부의 사전 예약자 가운데 75%가 1.5 터보를 선택한 것도 쉐보레 터보 기술에 대한 신뢰가 큰 몫을 했다. 말리부에 탑재된 1,5ℓ 터보는 일반적인 터보와 달리 가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따라서 승차감도 좋다.

넓은 토크 밴드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000~4000rpm 구간에서 25.5kg.m의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최고출력은 166마력(5400rpm)으로 일반적인 1500cc급 배기량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성능 제원을 갖고 있다.

 

말리부 1.5 터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숙성이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도심을 지나 한적한 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차분한 소리를 낸다. 정숙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공을 들인 흔적도 눈에 많이 띈다.

보닛의 안쪽에는 엔진 소음이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흡음 매트를 정교하게 마감해 놨고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을 잡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큰 역할을 한다.

엔진 배기량이 줄었지만 공차 중량은 상급 모델인 2.0 터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5 터보는 1420kg(19인치 타이어 기준), 2.0 터보는 1470kg이다. 그래도 경쟁 모델인 쏘나타 1.6 터보(1475kg), 같은 체급의 다른 모델보다 가볍다.

 

오펠이 개발한 입실론II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경량화의 덕을 봤다. 경량화된 무게만큼 움직임이 경쾌하다. 핸들링도 가볍게 이뤄져 도심 구간 운전이 편하다. 반면 이런 특성은 고속주행에서 반대의 느낌이 들게 한다.

빠르게 가속을 하면 곧장 치고 나가지 못한다. 자연흡기방식을 적용하면서 지연 현상이 많이 개선됐지만 속도를 상승시키는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신 차분하게 시프트업이 이뤄지고 5단 이상으로 접어들면 속도를 높이는 데 무리가 없다.

6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가 저단에서는 촘촘하지만, 고단에서는 간격이 늘어나 고속으로 달리는 맛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터보의 재미를 배가시켜 줄 수 있는 수동모드 전환과 조작은 여전히 아쉽다.

 

기어 레버 상단에 있는 버튼으로 시프트업과 다운을 해야 한다. 거칠게 다루고 싶어도 기어 단수를 갖고 놀기가 힘들다. 차체는 유연하다. 말리부가 경쟁해야 할 르노삼성 SM6와 다르게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멀티 링크 독립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유연한 차체와 어울려 굳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웬만하게 굽은 길은 균형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전을 한다. 말리부 1.5 터보의 인기는 성능 못지않은 디자인과 동급 최대 사이즈의 차체와 공간이 큰 몫을 했다.

4925×1855×1470mm(전장×전폭×전고×)의 차체 사이즈와 2830mm의 축간거리는 준대형 모델인 그랜저와 비슷하다. 외관에서 돋보이는 것은 루프라인이다. C필러에서 완만하게 각도를 줄인 라인이 트렁크 도어 끝까지 이어지면서 독특한 실루엣을 완성해 냈다.

 

뒤쪽에서 똑바로 바라보면 아우디보다 멋진 뒤태를 자랑한다. 축간거리가 대폭 늘어난 만큼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1열과 2열 각각의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루프라인의 뒤쪽 경사가 꽤 가파른데도 천장을 움푹 파내 2열의 머리 공간도 불편하지 않게 해 놨다.

인테리어에도 세심한 배려들이 숨겨져 있다. 하나의 소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일반적인 모델과 다르게 주요 부분은 다르게 마감해 놨다. 팔이 걸쳐지는 도어의 안쪽, 암레스트에 가죽 소재가 적용된 것이 좋은 예다.

간결한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도 특별하다. 빛 반사로 시인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커버를 쓰거나 안쪽으로 밀어 넣지 않았는데도 화면에 나타나는 표시들이 선명하다.

 

도어 안쪽, 대시보드의 조수석 쪽은 복잡한 선들로 멋을 부려놨다. 센터페시아와 계기반의 간결한 구성과 대비가 된다. 스피드 미터와 회전속도계를 중심으로 중앙에 큼직하게 자리를 잡은 트립컴퓨터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속도와 주행 거리, 엔진 오일 상태는 물론 배터리의 남은 전압까지 표시해 준다.

<총평> 1.5 터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어쩌면 말리부 2.0 터보가 있어 제원상 부족한 것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말리부 1.5 터보는 풍족한 상품성을 갖고 있다. 19인치 휠을 포함, 모든 옵션이 적용된 최고급 트림(LTZ 프리미엄 세이프티)이 3181만 원이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1.6 터보의 최고급 모델인 스마트 스페셜은 2819만 원. 왜 더 비싸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말리부는 보스사운드 시스템과 후방카메라 등 쏘나타 1.6 터보가 옵션으로 제공하는 230만 원 상당의 선택 사양 품목 대부분이 기본 사양이다.

최고급 트림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별 차이가 없다. 고민은 되겠지만, 말리부 1.5 터보도 충분하게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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