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오픈카,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 입력 2016.05.20 00:08
  • 수정 2016.05.22 21: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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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미니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오랫동안 고집하고 있는 독특한 생김새, 또 운전하거나 옆자리에 함께 타는 것조차 요즘 보통의 모델과 비교해 편하지가 않다.

아날로그 쪽에 가까운 인테리어는 또 어떤가. 크롬으로 만든 토글스위치가 여기저기서 번쩍거리고 동그란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클러스터, 딱딱한 시트, 기어 레버와 이런저런 버튼들은 투박하고 거칠기까지 하다.

이마저도 이전과 비교해 다듬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세련되거나 고급스럽지도 않은 미니는 그러나, 여전히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니가 그냥 독특한 차가 아니라 어디에도 없는 고유의 특징들을 반세기 이상 고수하고 있는 뚝심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끓임 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혁신성도 지지의 기반이다. 3도어 해치백으로 시작해 5도어, 클럽맨과 컨트리맨, 컨버터블 그리고 JCW와 같은 고성능 모델까지 때에 맞춰 마니아들의 요구에 응답해 왔다.

 

이 가운데 3세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모델이다. 3세대로 이어지면서 덩치가 더 커졌고 직물 소재의 소프트탑이 꽁무니 쪽 겉으로 접히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루프톱이 열려 있을 때 160ℓ, 접어놨을 때는 215ℓ로 늘어난다. 2열 시트 폴딩으로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도어는 아래로 열리고 양옆 레버를 들어 올리면 윗부분도 개방돼 부피가 큰 화물 수납도 쉽게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와 달라진 것은 크기다. 눈으로 봐서는 구분이 어렵지만, 전장이 98mm 길어졌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44mm, 1mm가 넓어지고 높아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 살짝 변했고 LED 주간 전조등으로 앞모습을 변화시키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릴에 강조된 S배지, 후면 범퍼 중앙에 자리를 잡은 더블 테일 파이프는 이 차가 고성능 버전인 쿠퍼 S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직물 소재의 소프트탑은 시속 30km에서도 열고 닫힌다. 이런 설명과 달리 그 이하의 속도에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된다고 해도 다른 차들이 오가고 있다면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탑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설명보다 짧지만 느리게 가면서 하는 이런 행동을 그냥 보고 넘어가는 운전자들이 많지 않다. 

 

시간을 재 보니 16초가량이 걸렸다. 탑은 선루프 넓이로 한 번 열리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완전히 개방되는 식이다. 닫힐 때는 한 번에 끝난다. 탑이 열려있을 때나 닫혀 있을 때 모두 도도한 비율의 차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래서 미니다.

실내는 퀼팅 패턴이 들어간 브라운 컬러의 천연 가죽 체스터 시트로 멋을 부렸다. 외관이 어떤 색을 가졌든 눈에 확 들어오고 묘하게 어울리는 컬러다. 조금 딱딱한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미니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에게는 용서되고 또 장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한국형 내비게이션, 하만카돈 하이파이 스피커 시스템, 리모트 키로 록을 풀고 문을 열면 손잡이 부근과 바닥에 미니 로고를 비춰주는 것도 재미가 있다. 오픈카에 따라붙는 몇 가지의 오해가 있다. 안전, 소음, 공간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미니 컨버터블의 대표적인 안전장치는 인비져블 롤오버 프로텍션이다. 전복사고가 예상되거나 발생하는 순간, 감춰진 롤 오버바가 빠른 속도(150m/s)로 솟아 올라 탑승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6개의 에어백,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과 트랙션 컨트롤, 고장력 강판과 멀티링크 리어 액슬도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주행을 돕는다. 소음은 보통의 세단을 베이스로 한 것들보다 크다. 엔진의 소음부터 질감이 거칠고 속도가 붙기 이전까지 성난 불도그처럼 으르렁거린다.

차분하게 숨을 고르려면 40km/h 이상의 속도가 나야 한다. 미니다운 성격은 시작부터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압박하고 풀어주는 순간마다 차체의 반응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미니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다. 1350kg의 가벼운 차체를 2.0ℓ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는 192마력의 출력과 28.6kg.m의 토크로 가볍게 밀어붙인다.

스포츠 6단 자동변속기의 최종 감속비는 평범한 3.502, 어떤 기어비에서도 넉넉한 토크가 전달되고 최고속도(228km/h)와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7.1초)은 같은 배기량의 모델보다 뛰어나다.

 
 

난폭운전자가 되지 않으려고 바르게 운전을 하는데도 순간순간, 발에 힘이 들어가고 제한 속도를 넘긴 스피드 게이지도 여러 번 보게 된다. 스포츠모드로 달리면 이런 재미는 배가된다. 구동계가 단단해지면서 달리는 맛에 탄력이 더해진다. 패들시프트와 수동모드로 요동을 치듯 달리는 맛도 일품이다.

낮은 무게중심과 차체 균형 유지에 최적화되고 각각의 휠이 독립적으로 반응하는 멀티링크 리어 액슬과 싱글 링크 스프링 스트럿 프런트 액슬, 그리고 대칭형 드라이브 샤프트가 더해져 거친 노면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자세가 무너지는 일이 없다.

1열을 빼면 나머지 공간은 비좁다. 2열에 성인이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트렁크의 용량도 넉넉하지 않다. 암레스트를 펴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거나 센터 콘솔의 다이얼을 조작하는 것도 불편한 공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미니다움의 한 요소다. 조금 불편한 것도 매력적인 요소로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차다. 가격은 4680만 원이다. 4190만 원 짜리 쿠퍼 컨버터블도 있다. 쿠퍼 S 컨버터블의 복합연비는 12.1km/리터, 300km 이상 달린 후의 시승 연비는 10.1km/리터가 기록됐다.

 
 

<총평> 폭염 주의보가 나올 정도로 때 이른 더위가 왔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선뜻 탑을 열지 못했다. 어색했고 미세먼지도 심했다. 도심을 피해 달려간 시흥 오이도에서 시화방조제의 반듯한 길에 들어선 직후 탑을 오픈했다. 그곳이라고 뿌연 하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컨버터블의 맛”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프리미엄 오픈카처럼 화려한 사양은 없지만 탑을 개방하고 달리는 맛은 최고였다. 차와의 일체감이 뛰어나고 운전자가 요구하는 모든 동작들을 쉽고 안전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런 특성들이 차체를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도록 해준다. 운전이 쉬운 만큼 시원한 블루 컬러의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미니 컨버터블을 몰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2열에 사람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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