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현재 진행형'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입력 2016.06.07 07:08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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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의 화두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스마트카 등으로 대변된다. 가장 융합적인 제품이 바로 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한 가운데에는 기존의 내연기관차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친환경차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지난 130여년의 내연기관차는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한 대를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점유율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은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반면에 어두운 부분이 바로 간간히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라 할 수 있다. 지난 40년간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가 본격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한 1980년 초부터 시작된다. 운전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급격히 속도가 높아지는 가장 두려워 하는 사고가 바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이다. 발생건수를 보면 전체의 약 95%가 휘발유엔진과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룰 때 발생하고 나머지가 경유엔진에서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유럽은 두 대 중의 한 대가 경유엔진이고 전체의 과반수가 수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다.

여기에 한 템포 느린 여유있는 에코드라이브가 보편화되어 있고 법적인 체계도 다르다보니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례는 적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급발진사고의 조건이 충족되고 운전방법도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3급 운전이 습관화되어 있어 더욱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전체 차량의 약 40%에 영상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어 의심되는 사고로 추정되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더욱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자동차 사고 사고건수는 약 80~100건 정도가 신고되고 있으나 약 10배인 1천건 정도로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로 추정되고 나머지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니 약 200건 정도로 예상된다. 엊그제 앞뒤로 3회 반복되는 자동차 급발진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항상 습관적으로 결정짓는 운전자 실수로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피해자 모임을 보면 너무나 억울하고 한을 품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재판에서 이긴 경우가 없었다. 법적 구조상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전문적인 결함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재연이 불가능한 이상 현상인 만큼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도와주지 않는 유일한 민간단체인 자동차급발진연구회에서도 흡기에서의 진공배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을 발표하였고 미국에서 일부 전자제어 장치의 이상으로 확인한 것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인한 재판에서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징벌적 보상제이고 재판 과정에서 운전자 측에서 언급한 자동차 결함을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결론이 유추되기 전에 중간과정에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1년 전에도 자동차급발진연구회에서는 당장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동차 급발진사고라도 발생하면 운전자 실수인지 자동차 결함인지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여러 번 진행한 경우가 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만큼 정부와 척을 두는 경우도 많아서 아직도 서먹서먹한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2009년 말 이후 출시된 차량에는 OBD2라는 진단 기능이 모든 차량에 탑재되어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여 메모리 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면 확실하게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회에서는 장치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간단하게 이틀간의 정밀 데이터를 기록하는 메모리 장치를 개발하여 시현하고 성공적으로 발표한 사례가 있다.

양산형으로 개발한 만큼 2만원 정도면 쉽게 장착하여 자동차 급발진사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가장 정밀한 증거확보가 가능한 진정한 자동차 블랙박스를 최초로 개발 발표하였다. 그러나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누구도 활용하지 않고 쉬쉬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그렇고 메이커는 물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여도 100% 운전자가 패소하는 구조이니 만큼 자동차 메이커는 그리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모두 외면하는 사이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억울한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남이 아닌 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나 아니면 가족에게 재발 발생하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두렵다면 아예 차량을 운행하지 않거나 디젤차량, 수동변속기 등 가능성이 낮은 차량을 운행하라. 비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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