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토요타 RAV4 지리산 와인딩

  • 입력 2016.06.13 11:31
  • 수정 2016.06.14 16: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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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횡단도로가 시작되는 전남 구례군 천은사 입구에 들어서자 때 이른 땡볕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힘을 잃었다. 산 자락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라브4(RAV4)의 창문을 모두 열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서늘하고 신선한 공기로 긴장을 풀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부터 지리산 북사면을 타고 남원 뱀사골까지 이어지는 23km의 굽잇길은 경사가 심하고 시야가 가려져 있는 블라인드 코너가 끝없이 이어진다. 적당한 긴장과 집중이 필요하다.

천은사 주차장을 지나 갓길 공간에 여유가 있는 곳에서 라브4를 세웠다. 호흡을 다잡고 맨눈으로 라브4를 살펴본 후 지리산 횡단도로 공략에 나섰다.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만만해 보이는 굽잇길도 브레이킹 포인트를 놓치면 중앙선을 넘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안전운전’, ‘브레이크 파열’ 같은 경고 표지판이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다.

시암재부터는 안개가 지리산 전체를 덮고 있었다. 지리산의 위용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한 곳은 해발 1090m의 성삼재. 노고단이 보이고 저 멀리 겹겹으로 땅 위에 솟아있는 고산 준봉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천은사에서 성삼재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와인딩 로드는 거칠었다. 게다가 라브4는 와인딩에 적합하지 않은 SUV다. 1705mm의 전고, 1935kg의 무게는 중심을 잡는 데 불리하다. ‘힘이 없다’는 편견을 가진 하이브리드카로 고속 와인딩을 시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였다.

 

천은사 주차장을 지나 시작되는 오르막길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압박했다. 시작은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가속이 붙자 소리부터 제법 거칠어진다.

고속주행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 자동차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지만 가속 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동력에 여분을 남기지 않는다. 헤어핀을 공략할 때 브레이킹 포인트만 제때 잡아주면 바깥쪽 차선을 부여잡고 유연하게 회전을 한다.

평범한 세단보다 차체 놀림이 경쾌하고 정확하다. 스피드 미터 게이지가 덩달아 바쁘게 오르내린다. 그 순간순간이 민첩하다. 하이브리드카 SUV가 이렇게 익사이팅한 와인딩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비결은 라브4에 적용된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 시스템에 있다. 휠 스피드,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의 각을 센서가 감지해 전륜과 후륜의 디퍼렌셜을 제어해 차체의 움직임을 안정적이고 민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와인딩의 포인트는 제동성능이다. 의도하는 포인트에서 원하는 만큼의 제동력이 나와줘야 한다. 라브4는 전륜가 후륜에 벤틸레이티드와 솔리드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했다.

디스크에서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해 제동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고 페이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성삼재를 고점으로 뱀사골로 이어지는 내리막 구간 곳곳에 브레이크 과열로 인한 파열을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다.

 

평범한 차라면 잦은 제동보다는 저단으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경고다. 라브4는 개의치 않고 달렸고 매번 정확한 제동 능력을 보여줬다.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전환하고 달리면 재미는 배가 된다. 변속 응답성이 빨라 제동과 함께 단수를 낮춰 진입하고 다시 속도를 높이는 코너 공략이 뜻밖에 쉽고 안정감 있게 이뤄진다.

 

뱀사골로 들어서기 전 정령치로 방향을 돌렸다. 굴복하지 않는 라브4가 건방져 보여서다. 정령치는 지리산 횡단도로보다 더 험악한 산중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라브4는 강한 뚝심으로 거친 와인딩을 이겨냈다.

정령치 정상 휴게소에 차를 돌려 다시 내리막 코스를 공략하고 뱀사골에 도착했을 때도 라브4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하이브리드 SUV의 지리산 횡단 도로 와인딩은 잘 다져진 세단 못지 않게 익사이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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