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잡을 하이브리드…렉서스GS

  • 입력 2016.06.20 08:09
  • 수정 2016.06.20 11:1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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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멋진 차가 있다. 엄청난 성능에 수퍼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런 차다. 누구나 앉아보고 달리고 싶게 만든 차 말이다. 그 차를 보고나면 그렇게 되고 싶어진다. 내 차에 스티커라도 붙여보고 배기 튜닝이라도 감행해서 비슷한 소리가 나올까 기대해본다.

자동차에서 이런 수퍼카의 역할은 막대하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끌어가며 기술력을 과시한다. 렉서스 역시 마찬가지다. 날렵한 몸매에 엄청난 성능을 가진 LFA를 2011년 출시하더니 고성능 모델마다 ‘F’를 붙였다. 작년에는 2도어 RC F를 출시하더니 올해는 4도어 GS F를 선보였다. 2008년 스포츠 콤팩트 세단 IS에 F를 붙인 것 까지 합하면 총 4번째 ‘F’다.

 

17일 용인스피드웨이에서 렉서스의 F와 만났다. 5.0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473마력(ps)의 성능을 내는 차다. 지극히 미국적이다. 포르쉐까지 터보를 사용하는 마당에 엄청난 배기량의 자연흡기를 내놓는 것은 대단한 고집이다. 달리기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실내는 스웨이드를 적용해 수제작 고급차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렉서스가 전통적으로 이어온 마크레빈슨오디오도 물론 들어갔다.

기술은 물론 감성도 묻어난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은 엔진과 배기의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내로 전달한다. 앞뒤의 스피커는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주파수의 사운드를 낸다. 실내에서는 ‘가짜’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뒷바퀴는 토크를 조절해 코너링을 도와준다. 차체는 기본적으로 GS의 것을 공유하지만 서스펜션은 무거운 5.0 엔진을 감안해 보강에 보강을 더했다.

 

렉서스는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한 GS F를 자랑하기 위해 서킷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렉서스를 조용하고 부드러운 ‘그저 그런 차’로 알았던 사람들은 이번 행사에서 깜짝 놀랐을 것. 영업사원을 포함한 직원들 역시 고성능의 렉서스를 만난 것이 놀랍다는 눈치다. 렉서스를 총괄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 이병진 이사는 “GS F를 선보이고 렉서스도 고성능 모델에 대한 기술을 자랑할 필요가 있었다”며 “무엇보다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직원들이 우리 차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고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성능과 안락함을 고루 갖춘 차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GS F는 손가락 끝의 먼 차다. 5.0리터의 고성능 차가 당장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릴 것도 아니고 브랜드도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렉서스는 이런 차를 만드는 브랜드이며 여기에 들어간 기술이 (절대 다수의)고객이 선택할 GS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렉서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GS 라인업을 서킷에 올렸다. 오르막 코너에서 내리막 헤어핀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용인스피드웨이를 증명의 장소로 정했다.

가장 먼저 서킷에서 경험한 차는 GS F다. 500마력에 가까운 넘치는 힘을 갖고 앞서 달리는 GS의 터보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따라가려니 좀이 쑤신다. 약간 굽어진 용인의 고속주행로를 달리면 금세 200km/h에 가까워진다. 오랜만에 두려움 때문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차다. 내리막 90도 코너를 앞두고 밟은 브레이크는 듬직하다. 브렘보를 사용했는데 무거운 머리를 제대로 잡아준다. 대형 엔진을 얹었는데도 핸들링이 경쾌하다. 코너를 돌고 여유가 생겨 실내를 둘러보니 럭셔리한 세단의 모습이다. 오히려 포르쉐와 같은 정통 스포츠카보다 겉모습은 세단이고 성능은 깜짝 놀랄 이런 차가 현실적인 드림카에 가깝다.

 

5.0리터 엔진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속페달 한 번 밟아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최근 부산모터쇼에서 등장한 카마로도, 포드의 머스탱도 비슷한 엔진 배기량을 가졌다. 또,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는 이보다 더 큰 배기량을 가졌다. 일생에 한번쯤 이런 차를 타봐야하지 않을까. 잠시 상상을 시작하려니 서킷 주행이 끝났다.

 

다음 차례는 아마도 GS의 베스트셀러가 될 GS450h다. 전기모터와 결합해 총 343마력의 힘을 낸다. 렉서스는 GS를 출시하며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200t 모델은 독일 브랜드의 2.0리터 터보 디젤과 맞붙였다. 350모델은 3.0리터급 모델과 경쟁 구도를 만들었고 450h는 이보다 더 고성능의 사륜구동 모델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50h를 두고 ‘최강의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라고 불렀다.

이 차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서킷에서 하이브리드를 탄다는 것 자체가 내키는 일은 아니다. 분명 배터리는 무거울 것이고 연비를 위한 세팅을 했다면 가속감은 시원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변속기는 CVT다. 짝 들러붙는 톱니의 맛이 없는 구조다. 그저 안락함과 연료효율이 전부인 하이브리드인데 서킷을 달려야하니 기대를 안 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이 차의 모델명이 GS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차다. 전작에서도 연비는 고작 10km/l 초반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하이브리드임에도 달리기를 강조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서킷에 들어가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GS의 전형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CVT변속기도 마치 단을 나눈 것처럼 작동한다. 코너를 돌아나오며 킥다운을 하고 다음 코너를 공략한다.

LS를 제외하면 렉서스에서 가장 큰 세단인 GS가 이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놀랍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세단이다. 평소에는 엔진조차 가동하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 주행을 하다가 달리고 싶을 때에는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밟으면 야성적인 달리기를 선사한다. 용인스피드웨이의 3번 코너를 빠져나가면서 긴 직선구간에 들어서는 자세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엔진과 모터가 달리기를 위해 힘을 합치는 느낌이 강렬하다. 이정도면 약간 아쉬운 200t의 출력과 부드러운 350의 주행감성을 모두 갖고 있다. 고성능 모델 F까지 총 4개의 엔진 라인업에서 하나를 선택하려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렉서스는 고민꺼리를 또 하나 만들었다. ‘F sport’라는 옵션이다. 쉽게 말하면 고성능 F의 외형을 일부 차용한 것이다. 다크로즈 컬러의 인테리어나 전용의 알로이 휠, 차별화된 그릴과 범퍼를 장착했고 실내에도 스포트 시트와 알루미늄페달 등을 추가했다. 또, 가변제어 서스펜션과 뒷바퀴 조향을 제어하는 다이내믹 핸들링 기능도 추가했다.

소리없이 달리는 하이브리드자동차처럼 렉서스도 소리 없이 성장했다. 이제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두고 ‘배터리를 교체해야하는 것 아니냐’, ‘감전되면 어쩌나’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촌스러운 일이 됐다. 이미 렉서스 ES300h는 작년 한해 5006대나 팔리며 상품성을 입증했다. 같은 차체에 가솔린 모델인 ES350의 열배에 가까운 수치다.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린 것을 증명했다.

렉서스는 이제 하이브리드도 잘 달리고 즐거운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GS의 신차 소개를 서킷에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모두가 디젤만 선호하던 시대에 꾸준히 하이브리드를 추구하던 렉서스가 이제 디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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