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GLE, 6기통에 9단 AT 그리고 4MATIC

  • 입력 2016.06.27 17:2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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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GLE 350d는 SUV가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흔치 않은 6기통 디젤 엔진은 258마력(3400rpm)의 출력과 63.2kg.m(1600rpm) 토크의 넉넉한 동력을 내주고 9G-티트로닉은 무단 변속기처럼 매끄럽게 단수를 넘나든다.

전륜과 후륜에 50:50의 안정적인 동력을 전달하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4 MATIC은 지면의 모든 악조건을 이겨 낸다. 이를 바탕으로 오프로드는 물론 어떤 험로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다이내믹 셀렉트도 갖추고 있다.

벤츠가 모델 네이밍 전략을 새로 도입하면서 이름이 바뀌었지만 GLE는 ML 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모델명 못지않게 부분변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도 GLE의 특징이다.

 
 

원하는 만큼 강하게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도 GLE 350d의 엔진 소리는 거칠고 크다. 디젤차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실내는 딴 판이다. 가솔린차와 다르지 않은 정숙함을 갖고 있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달리면 더 놀라게 된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다.

V형 6기통 디젤 엔진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있지만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숙하다.

공회전 할 때나 속도를 높일 때 정숙성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엔진회전수가 상승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리가 커지지만 불쾌하거나 거슬리는 소음은 없다.

 

2987cc 디젤 엔진이 이렇게 경쾌하고 매끄러운 소리를 일관되게 들려주는 대형 디젤 SUV는 흔치 않다. 전륜과 후륜에 적용된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은 벤츠의 SUV 라인업 가운데 가장 부드럽게 세팅됐다. 중량에서 오는 압박감도 있겠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이 크지 않다.

속도를 끌어 올리면 벤츠가 자랑하는 퍼포먼스의 특징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작인 ML 350과 비교하면 토크에서 작은 변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파워트레인의 제원은 비슷하다.

그러나 9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시스템 4 티트로닉이 적용되면서 2350kg이나 되는 거구의 차체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게 됐다. 서스펜션의 반응과 복원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거친 운전에 반응하는 차체의 놀림은 안정적이고 고속주행에서 빠르게 차선을 바꿔도 불안하지 않다.

 

필요한 만큼 부드럽게

9단 자동변속기는 이전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정지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2500rpm에서 첫 번째 시프트업이 이뤄지고 1500rpm 부근까지 급격하게 떨어진 후 다시 3000rpm으로 상승하면서 두 번째 시프트업이 이뤄진다.

기어비의 구성을 보면 저단 영역은 가속력에 우선한 로기어드로 설정했다. 고단으로 갈수록 기어비를 낮춰 저속에서는 가속력, 고속에서는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실 주행에서 도심구간 연비가 9km/ℓ대, 고속도로는 13km/ℓ대로 편차가 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9단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다른 변속기와 달리 시속 100km 이상을 달리면 꾸준하게 유지해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치닫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에서 속도를 높여준다. 다이내믹 셀렉트로 상황에 맞는 설정을 하고 달리는 재미도 삼삼하다.

스포츠 모드로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수도 있고 요철이나 미끄러운 도로, 험지를 달릴 때도 각각의 상황에 맞는 드라이브 모드는 유용하다. 또 DSR을 작동시키면 내리막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의 지원 없이 일정한 속도로 도로를 탄다.

다이내믹 셀렉트는 엔진, 트랜스미션, 스티어링, 에어컨디셔너, 에코 스타트/스탑 기능, 그리고 서스펜션 (AIRMATIC 옵션 선택 시)의 작동을 5개의 주행모드에 맞춰 조절해 준다.

 

변화가 필요한 인테리어

S클래스, 그리고 가장 최근 출시된 E클래스의 인테리어는 기품있는 럭셔리의 표본을 보여줬다.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를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고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와 마감도 이전과 다른 고급스러움을 과시했다.

여기에 비하면 GLE의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이전의 모델들과 특별하게 달라진 것이 없고 불쑥 튀어나온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는 바라볼수록 생뚱맞다. 대시보드의 우드 가니시는 먼지가 잔뜩 묻은 듯한 패턴 때문에 거슬리고 내비게이션, A/V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또 뭐가 잘 못됐는지 시승 차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가 작동하지 않아 직접 체험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작동한다면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조향어시스트, 교차로 어시스트, 차선 유지 어시스트와 같은 능동형 안전 사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돼 개방감도 뛰어났다. 다만 아웃 사이드미러가 차체에 비해 크기가 작아 아쉬웠다. 좀 더 많은 후방 영역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바깥쪽으로 크기를 키워야 한다. 사각지대가 아닌데도 후측방 1개 차선만 시야에 들어온다.

 

<총평> 잘 만든 차는 잘 팔린다. 여기에 벤츠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GLE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완전 변경 모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고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BMW X5 정도로 경쟁 모델이 국한돼 있을 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재규어 F 페이스, 벤틀리 벤타이가. 마세라티 르반떼, 캐딜락 XT5 등 럭셔리 브랜드의 SUV가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모델이 쏟아져 나오면 벤츠 GLE는 고급 브랜드의 평범한 SUV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뭔가는 특징을 잡아야 할 시점이지만 새 모델은 2018년 출시가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지금의 관심을 이어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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