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는 터보, '멀리'는 디젤…쏘나타 1.7 e-VGT

  • 입력 2016.07.04 12:23
  • 수정 2016.07.04 12:35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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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디젤을 시승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세단 ‘쏘나타’와 최근 불거진 이슈인 ‘디젤’이 만났기 때문이고 유럽 국가와의 통상 문제로 디젤 승용차가 등장한 것이 불과 십여년 전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디젤은 1.7리터 e-VGT엔진을 얹었다. 139마력(hp)으로 출력은 높지 않지만 34.7kg.m에 이르는 토크가 이 차를 힘있게 움직인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더블클러치 7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옵션에 따라 16.5km/l~16.8km/l 사이를 오간다.

 

차에 앉으면 약간 덜덜거리는 진동과 소음이 들린다. 가솔린이나 LPG에 비해 조금 더 큰 수준이고 귀나 엉덩이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을 시작하면 엔진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잠시 사라진다. 물론 이 차를 타고 곧바로 가솔린이나 특히, 1.6 터보엔진을 타면 차이가 확실하지만 디젤만 탄다면 어느 쏘나타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만큼 무난한 세팅이다.

 

외관과 실내는 익숙하게 보던 차다. 택시로도 많이 팔렸기 때문에 전 국민 누구나 한번쯤 앉아봤을 것. 키가 큰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도 뒷자리는 여유롭다. 다리를 꼬아도 될 정도이며, 가끔 택시를 탈 때도 느끼지만, 광활한 실내를 보고 있으면 호사롭기까지하다. 쏘나타의 공간은 트렁크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등 미국에서 동급으로 경쟁하는 어느 차도 이만한 공간은 없었다. 골프백 4개는 물론 넉넉하게 들어가고 보스턴백도 사이사이 넣을 수 있다.

 

시승차는 디젤 모델 가운데 고급 옵션이 다수 들어간 모델이다. 앞차와 자동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있고 정차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오토홀드, 시동을 잠시 꺼주는 ISG도 함께 있다.

오토홀드는 정차시 브레이크를 깊숙하게 한번 밟아줘야 확실히 작동한다. 다만 ISG와 오토홀드가 합해지면 브레이크는 잡아주지만 꺼진 시동을 다시 켜기도 한다. 둘의 관계가 아직 어색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작동은 하지만 세련되지는 않았다. 내부순환도로와 자유로 그리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사용해봤는데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에 갑작스럽게 감속하면서 잠시 운전자를 당황하게 한다. 당연한 기계의 반응이지만 최근 고급 세단에 들어간 자연스러운 가속과 감속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아니다.

 
 
 

연비는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연료통을 가득 채운 순간 주행 가능 거리는 1000km를 넘겼다. 고속도로를 달릴수록 거리는 좀 더 늘어나 연료가 70% 정도 남은 순간에도 앞으로 628km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 차만 탄다면 절대 모를 단점이지만 같은 날 디젤과 가솔린 터보를 시승한 입장에서 보이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머리가 무겁다. 쏘나타의 큰 덩치를 생각하면 오히려 1.6 터보의 머리가 가벼운 것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리터 엔진의 경우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약 30kg 이상 무겁다고 한다. 공차중량도 1.6터보가 1455kg~1475kg인 반면 1.7디젤은 1510kg~1520kg이다. 민감한 운전자는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다 문득 무겁게 반응하는 차체를 느낄 수 있다.

 

항상 현대자동차의 디젤 엔진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약간 무겁고 느린 가속페달 반응도 아쉽다. 꾹 밟고 난 뒤에 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추월을 위해 가속할 때에도 반응이 조금씩 느리다. 이는 독일산 디젤차에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으로 고성능 모델이 아닌 연료효율을 위주로 세팅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역시나 이 차만 탄다면 느끼지 못할 것. 만약 이 차를 구입했다면 일주일만 타면 익숙해질 느낌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디젤 승용차는 계륵이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유럽에 진출하려니 디젤 승용차를 개발해야했고 유럽도 우리나라에 디젤 승용차 개방을 요구하던 때였다. 카니발, 스포티지 같은 SUV에만 디젤 엔진을 허용하던 우리나라는 결국 기아차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얹는다.

 

2012년에는 수입차에서 디젤 엔진 붐이 시작됐다. 푸조에서 시작한 수입 디젤 승용차는 폭스바겐의 골프로 흥행을 시작하고 BMW의 5시리즈, 3시리즈로 넘어오면서 대중화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중, 대형 세단에도 디젤 엔진이 인기를 끌면서 현대자동차도 대응할 필요를 느꼈다. 그즈음 쏘나타에도 디젤 엔진을 얹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쏘나타 디젤은 완성도를 높여갔다. 가격도 내렸다. 지금은 1.6리터 가솔린 터보(2376만원~2819만원)과 1.7리터 디젤(2459만원~2926만원)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LPG까지 총 7개의 엔진 라인업을 가진 쏘나타에서 디젤 모델의 특징은 이렇다. 장거리 주행이 많고 넉넉한 실내공간이 필요하며 트렁크 역시 넓어야하는 상황. 쏘나타 1.7 디젤만큼 확실한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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