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달리는 가장 안전한 차 볼보 'XC90'

  • 입력 2016.07.28 10:12
  • 수정 2016.07.28 20:02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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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XC90을 오래보았다. 사실 오래는 아니고 며칠간 서울시내와 경기도 인근에서 시승을 했다. 도심의 막히는 구간도 달렸고 시원하게 열린 고속도로도 달렸다. 볼보의 기술을 점검했고 그 정점에 있는 럭셔리 SUV XC90의 진가를 느꼈다.

 


시승차는 XC90의 가장 기본 옵션 D5 AWD 모델이다. 기본가격은 8030만원. 볼보가 공히 디젤과 가솔린엔진 모든 차에 사용하는 1969cc 엔진을 얹었다. 8단 자동변속기도 조합했다. 풀타임 사륜구동으로 4가지의 드라이브 모드도 지원한다. 싱글터보만 넣었을 뿐인데 가속페달 반응은 빠르다.

 

XC90의 엔진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 차의 엔진은 볼보의 소형 해치백부터 대형 세단까지 모든 곳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50만대 수준의 차를 만드는 볼보가 단 한 종류의 엔진블럭을 튜닝해서 다양한 차를 만드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됐다. 그간 여러 차에 적용하면서 거친 일련의 적응기간이 완벽하게 끝난 느낌이다.

 

이 차의 특징은 이른바 ‘반자율주행’이다. 앞뒤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을 읽어 방향을 조절하는 오토파일럿의 조합으로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볼보가 들여온 많은 차에 장착되어 있었다. 왜건인 V60까지도 이미 5년 전부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적용해서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차선을 읽거나 도로의 표지판을 읽어 계기반에 표시해주는 기능도 이미 오래전부터 상용화했다. 볼보를 타다 보면 계기반에 제한속도 표시가 나오는데 길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읽어서 표시하는 기능이다. 사각지대를 알려주는 BLISS 기능이나 앞차의 급정거를 인식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능까지 이미 볼보는 상용화한지 오래다.

여기에 핸들을 직접 돌리는 ‘오토파일럿’이란 기능을 더했다. 그간 쌓아온 기술에 살짝 추가했을 뿐이데 결과적으로는 반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핸들을 잡지 않아도 차는 차선 중앙을 달린다. 최근 비슷한 기능이 들어간 차들이 많지만 차선을 넘지 않게 조절하는 기본적인 기능부터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까지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많다. 볼보 XC90에 들어간 기능은 그 중에서 가장 앞선 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사용해보니 다른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하거나 앞차가 다른 차선으로 사라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운전자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움찔움찔 발을 브레이크 근처로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정도의 기능을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법과 사고시의 책임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을 완성했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운전자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의 모험(?)을 했기 때문이지만 다양한 도로 상황을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도 문제가 됐다.

볼보의 자율주행 기능은 이 같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뗀지 15초면 경고음을 울리고 24초에 다시 경고를, 그래도 조향하지 않으면 오토파일럿 기능이 정지된다.

이런 첨단 기능을 하루 종일 차가 막히는 서울에서 쓸데가 있겠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본 경험에 따르면 의외로 매우 유용했다. 출근길 내부순환도로, 한남대교에서 들어서는 경부고속도로 초입 등 막히는 간선도로에서 볼보의 반자율주행 기술은 빛을 발했다. 서행하는 길에서 그저 가끔씩 핸들을 잡아주면 차가 알아서 굴러간다.

실내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앞서 반자율주행에서 테슬라 이야기를 꺼냈지만 볼보 XC90에도 테슬라와 비슷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9인치의 중앙 스크린이다. 차의 모든 기능을 이곳에서 조작한다. 오디오는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공조장치까지 모두 터치스크린의 큰 화면을 클릭해 조작한다.

 

터치스크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른바 ‘감’이다. 터치에 얼마나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볼보는 그간 터치스크린에서 사용하던 정전식이나 정압식이 아닌 적외선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밝은 날에도 스크린에 명확하게 보이도록 코팅을 더해 가독성을 개선했다.

 

좌우로 쓸어 넘기는 스크린의 유저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그 방식 그대로다. 아이콘으로 배열한 기본 화면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몇 차례 클릭만 해보면 조작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시트 배열과 구조, 디자인은 볼보를 좋아한다. 사실 수입과 국산 통틀어 볼보의 시트가 톱3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볼보의 특징인 안전을 위한 구조는 둘째 치더라도 뒷좌석에 아이들을 위한 부스터 시트를 배치한 것이나 3개 이상의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ISOFIX 연결고리를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XC90에도 마찬가지 배열이 들어갔다. 다만 ‘부스터시트’라고 부르는 접이식 유아용 시트는 2열 중앙에만 적용했다. 3열 좌석은 그리 넓지는 않다. 볼보는 신장 170cm 정도의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앉아보면 볼보가 제시한 키보다 큰 사람도 앉을 수 있다. 몇 시간씩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3열에 아이들을 태운다면 이 차는 충분히 7인승의 역할을 해낸다.

 

볼보의 XC90은 여러모로 기대를 모은 차다. 십 수 년 만에 볼보가 내놓은 대형 SUV이며 언제나 화두였던 ‘안전’에 대해서 타협 없는 배려를 한 자동차이기도 하다. 80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기본 가격에 자율주행에 근접한 신기능까지 모두 넣었다. 2.0리터 4기통이라지만 제로백 7.8초의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국내에서는 경쟁 모델로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를 꼽는다. 주로 벤츠의 GLE, BMW의 X5, 아우디의 Q7 정도를 말한다. XC90을 살펴본다면 이 차들과 비교하면서 몇 가지 고민할 포인트가 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이다. 까다롭다는 미국 IIHS의 새로운 충돌테스트도 10년 전 차로 거뜬히 통과하는 볼보. XC90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살펴보면 이 차의 진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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