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맥시마' 세단으로 달려도 즐겁다

  • 입력 2016.07.28 19:50
  • 수정 2016.07.29 10:04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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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감소하고 있다. 2002년 하루 평균 51.2km였던 주행거리는 2004년 60.9km까지 오르더니 가장 최근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43.9km로 줄었다. 승용차의 주행거리 감소는 더 급격하다 2002년 53.9km에서 2014년 37.6km가 됐다. 12년 동안 30.2%나 줄었다.

정부는 대중교통의 발전과 함께 유가인상 등이 주행거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승용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불과 1만6024km다. 한때 연간 2만km 주행이 평균이라던 시절과 상황이 바뀌었다.

또 하나, 디젤 위주의 연비 경쟁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현실에 정확히 반영되지도 않는 실험실 통계인 공인연비를 0.1km/l 단위로 경쟁하며 순위를 매기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단순히 연비가 좋으면 경제적이라는 생각에서 연간 주행거리와 주행 패턴에 따라 어떤 차가 경제적인지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닛산 맥시마에게는 기회가 열린 셈. 그간 이른바 ‘대중적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주목받아야 할 차로 맥시마를 꼽았다. 맥시마는 우리나라에 아시아 최초로 작년 10월 출시했다.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무단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준대형 세단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준대형이란 표현이 적절하게 어울리는 동시에 스포츠세단이라는 표현도 딱 들어맞는다.

 

앞서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이야기하면서 맥시마에게 기회라고 말한 것은 배경이 이렇다. 점차 주행거리는 줄어들고 1만km~1만5000km 정도 운행하는 경우 디젤 엔진보다 오히려 가솔린 엔진이 초기 구입비, 유지비 등에서 경제적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디젤 엔진은 초기 구입비용이 비싸고(보쉬의 특허 때문이다) 유지보수와 수리에도 가솔린 엔진 대비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리터당 몇 백 원의 유류비를 아끼고자 수백만 원 비싼 디젤 엔진을 고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해석이다.

 

또한 주행거리가 줄어들었지만 차를 즐기는 인구는 늘어났다는 점이다. 엔진의 특성, 서스펜션의 구조, 핸들링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며 차를 선택하는 소위 ‘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배경을 두고 살펴볼 때 닛산의 맥시마는 당연히 인기 좋은 혹은 좋을 차종이다. 그러나 한국닛산이 마케팅에 소극적이기 때문인지 혹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통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 몰렸기 때문인지 이 차는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판매량은 꾸준하다. 출시 첫 달 73대를 시작으로 월평균 60대 가량이 꾸준하게 나간다. 애초 40대를 목표로 잡았던 한국닛산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맥시마를 타보면 무엇이 소리 없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차체는 대형 세단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곡선으로 마무리했고 운전자와 첫 만남을 하는 도어 손잡이는 매끈하고 단단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트와 스티어링휠이 동시에 움직이며 탑승에 편한 구도를 만들어준다. 센터콘솔 아래 과거 대부분의 차에서 시거잭이 있던 자리의 시동버튼을 누르면 경쾌한 달리기가 시작된다.

 

길이 4.9미터의 큰 차체를 3.5리터 자연흡기 6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인다. 요즘 보기 드문 자연흡기다. 자동차의 매력은 자연흡기 엔진에 있다고 누차 주장하는 이들이 항상 꼽는 엔진이다. 미국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에 14년 연속으로 선정된 그것이다. 최고출력은 303마력(ps), 토크는 36.1kg.m의 성능이 앞 두 바퀴에 몰린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공차중량 1640kg의 차가 가볍게 튕겨나간다. 닛산의 최신 무단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가속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짜릿한 느낌은 앞바퀴 굴림 세단 가운데 최고다. 오히려 독일의 뒷바퀴 굴림 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닛산 맥시마의 국내 소비자들은 독일산 수입 브랜드의 엔트리 세단과 저울질을 한다. 같은 가격대에서 비교하자면 닛산의 맥시마가 크기, 성능 등 제원에서 월등히 우월하다. 나머지는 소위 브랜드 값이다.

 

센터콘솔 위에 ‘스포트’ 버튼을 누르고 산길로 향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주행이다. 시동을 걸기 전까지는 이 차가 그저 그런 대형 세단인줄 알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의외의 배기음에 잠시 움찔. 변속레버를 D로 옮기고 가속페달에 발을 얹는 순간 다시 움찔. 놀라움의 연속이다. 시원하게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느낌은 마치 스포츠카와 비슷하다. GT-R과 370Z 같은 닛산 스포츠카의 감성이 커다란 세단에도 녹아있다.

 

스티어링휠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듬직하다. 조금은 폭신한 재질이 안도감을 준다. 묵직한 휠을 꼭 눌러 잡는다.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높이자 기분 좋은 배기음이 들린다. 순정 상태에서 이정도 배기음을 내는 차, 특히 세단은 본 적이 없다. 시원한 주행감성이다.

맥시마는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각종 고급 옵션과 첨단 사양이 모두 들어있다는 말이다. 변속 타이밍과 스티어링휠의 감도, 엔진의 사운드까지 조정하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있고 액티브사운드인핸스먼트(ASE)가 파격적인 엔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반대로 정숙성도 갖췄다. 전면과 앞좌석은 모두 방음 처리한 유리를 사용했다. 보닛 안쪽에도 방음 패드를 장착해 원치 않는 엔진의 소음과 풍절음을 차단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헤드폰에서 사용하는 노이즈 캔슬링처럼 거슬리는 주파수의 소음을 차단한다.

내장재를 보면 4370만원이 맞나 의심하게 된다. 조립 품질은 깔끔하다. 부품의 단이 틀어지거나 이음새가 어색한 곳은 없다. 터치스크린과 함께 사용하는 커맨드 시스템은 조작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다이아몬드 퀼팅 디자인의 시트는 사람이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듯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닛산 자동차의 장점인 보스 오디오는 맥시마에도 적용했다. 설계 단계부터 보스 엔지니어와 협업을 거치는 시스템은 날카로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유럽산 수입 엔트리 모델에서 볼 수 없는 안전 사양도 특징이다. 주차시 모든 방향을 둘러볼 수 있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는 기본이고 전방 추돌 예측 경보 시스템은 위기의 순간 운전자에게 경고를 준다. 사각지대경고나 후측방경고 시스템은 기본으로 들어갔으며 탑승자의 몸무게 등을 감안해 폭발 압력을 조절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운전석과 조수석에 기본 적용했다.

가격대비 엔진출력, 성능, 크기 등 장점이 가득한 이 차를 시승하며 느낀 새로운 편리함은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자율주행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막히는 구간이 많은 서울 시내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만족스로운 기능이었다.

 

출퇴근길 내부순환도로에서, 강변북로에서, 올림픽대로에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면 발의 자유를 얻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간선도로에서는 필수적인 기능이 아닐까 싶다.

** 총평 | 닛산의 맥시마는 스포츠카의 주행 감성과 세단의 안락함을 동시에 갖춘 차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낮추는데 따라 차는 성격이 변한다. 부드럽고 안락한 세단의 모습으로 평상적인 주행을 한다면 가끔은 야수 같은 굉음을 내며 코너를 공략하는 일탈도 가능하다. 가솔린 3.5리터 엔진은 이름만으로도 연비 걱정을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서울 시내에서 달리는 국산 2.0리터 가솔린 세단도 비슷한 연비를 기록한다. 연간 주행거리가 1만5000km 미만이고 주말에 주로 가족들과 사용하고 가끔은 강렬한 드라이빙을 원한다면 닛산의 맥시마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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