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에 꽁꽁, 시동 안 걸리는 디젤차 '배터리보다 연료 필터'

  • 입력 2016.12.26 13:36
  • 수정 2021.01.08 08:20
  • 기자명 김아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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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의 칼바람이 부는 이른 새벽 어느 때와 같이 출근을 위해 차에 오른 A씨, 차가 운 손을 호호 불어대며 시동을 걸었지만 웬일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키를 돌리니 끼릭~ 끼릭~ 하고 스타트모터는 작동하는 것 같은데 시동은 걸리지 않고 다급한 나머지 계속 시동을 걸다가 배터리까지 방전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보험사에 긴급출동을 요청하지만 평소에 10분이면 달려오던 출동서비스마저 한 시간 넘게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결국 택시를 타고 출근했지만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디젤차를 오랫동안 운행해 본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매년 아침기온이 영하 10℃이하로 내려가는 강추위가 몰아치는 1, 2월이 되면 대부분의 디젤차들이 이른 아침 A씨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가장 바빠지는 곳은 보험사와 정비업소들이지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몇 해 전 한 긴급출동서비스 담당자는 “하루 300건이 넘는 긴급출동 요청이 한꺼번에 몰려 식사는커녕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고 불멘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차들은 연료의 특성상 착화성을 높이기 위해 파라핀이나 올레핀과 같은 방향족 탄화수소를 첨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라핀 성분은 연소효율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저온에서 시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10℃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디젤 연료가 하얗게 응고되거나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료탱크 내부와 외부온도 차이로 인해 결로현상이 발생해 연료내부에 수분이 섞이게 되는데 이러한 수분이 겨울철 연료의 흐름이나 연소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최근 디젤차에는 엔진룸 내부에 이러한 수분이나 이물질을 걸러주는 연료필터를 장착하고 있는데 겨울한파가 지속되면 응고된 디젤 연료나 연료필터 내부의 수분이 얼어서 연료필터에서 연료를 제대로 필터링하지 못해 연료공급 부족으로 인한 시동불능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당장 시동은 걸리지 않지만 날씨가 풀리면 언제 그랬나는 듯 시동이 잘 걸리게 되지요.

때문에 매서운 겨울철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낭패를 겪기 전에 디젤 연료필터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연료필터의 교환주기는 4만~6만km 정도입니다만 주행거리나 상태에 따라 자주 점검해야 합니다. 최근 디젤차는 연료필터 내부에 일정 수준의 이상의 수분이 쌓일 경우 계기판에 경고등을 점등시키거나 엔진출력을 낮춰 운전자에게 경고해 줍니다.

또한 겨울철 디젤 연료의 온도를 높여 시동이 잘 걸리도록 열선이나 히터를 적용한 연료필터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겨울철 시동불량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연료필터를 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운전자가 직접 연료필터 하단에 있는 수분감지센서 및 코크를 열어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작업하기가 까다롭고 센서를 제대로 장착하지 않은 경우 연료가 누출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될 수 있으면 지하주차장이나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주차해 놓은 것도 겨울 한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수분제거제나 동파방지제와 같은 첨가제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므로 이를 사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죠. 참고로 가솔린 엔진의 경우에도 연료필터를 주기적으로 교환해 줘야 하지만 최근에는 연료탱크 내부의 연료펌프와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김아롱 기자=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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