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강남 성형외과도 놀란 완벽한 변신

  • 입력 2016.12.28 12:25
  • 수정 2016.12.29 16: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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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다사다난(多事多難) 얘기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도 그랬다. 디젤 게이트는 현재 진행형이고 주범격인 업체에 수백억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친환경차 브랜드가 국내 처음 등장했고 르노삼성과 쌍용차, 재규어와 볼보, 그리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소리 없이 제 역할을 하는 자동차도 많았다. 대표적인 모델이 쉐보레 트랙스다. 국내 판매는 미천했지만 연간 20만대 수출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생산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미천했었다고 말한 이유는 지난 10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소형 SUV 수요가 최근 1~2년 사이 급증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트랙스가 지난 11월 2500여 대를 기록했다. 월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다 실적이다. 트랙스는 이전까지만 해도 한 달 1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강남 성형외과도 놀란 외관의 변화

앞을 보면 듀얼 포트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전 모델하고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여기부터 시작된다. 쉐보레는 어반시크라고 얘기한다. 이전 모델이 조금은 가볍고 오밀조밀한 맛이 떨어졌다면 더 뉴 트랙스는 더 촘촘하고 단단해진 그래서 보기 좋은 식스팩의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릴의 수평 바, 깊게 자리를 잡았지만 두툼하고 모양이 이쁜 베젤로 멋을 부린 안개등은 헤드램프와 잘 어울린다. 주간전조등을 품고 있는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타입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주간전조등의 그래픽도 미려하다.

전·후 범퍼 가드와 사이드 스키드 플레이트는 실버와 블랙으로 빙 둘러가며 차체 하부를 감싼다. 노면에 좀 더 착 달라붙는 느낌이고 포인트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 휀더에서 시작한 볼륨은 측면으로 보일 듯 말듯 이어지고 시작과 끝부분을 강하게 처리해 SUV 특유의 실루엣을 살렸다.

후면부는 이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범퍼와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바꾸고 연결성을 강조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테일 램프는 입체감을 강조했고 강해 보이는 사각형 그래픽으로 채웠다. 범퍼 양 끝의 리플렉터에도 조명이 추가됐다.

 

신의 한 수, 클러스터 하나로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

트랙스를 가격만 비싼 차로 인식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이크 클러스터’다. 1톤 화물차에도 세단급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용인될 수 없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헐렁해 보이는 구성이다.  뭔가 꽉 차 있기는 한데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 그런데 지금 트랙스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투톤 시트와 대시보드다. 색상 조화가 딱 맞는 블랙과 브라운 컬러로 고급차의 실내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한다. 센터페시아, 클러스터의 크롬 가니시, 센터 콘솔의 하이그로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일조한다.

클러스터는 신의 한 수다. 쉐보레가 왜 다른 모델에서는 지극히 일반적인 것 대신 오토바이가 달고 다니는 흉한 것을 고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5 서클 타입 클러스터 하나로 차다운 면모의 정점을 찍었다. 시트의 느낌도 좋다.

전후, 높낮이는 전동식인데 등받이 각도는 수동이다. 대신 요추에 좋은 전동식 럼버 서포트 기능이 추가됐다. 시야도 좋다. 최대한 낮게 시트 위치를 잡아도 전방과 전 측면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그린하우스 설계에 신경을 썼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높이를 낮춘 효과다. 여성 운전자가 좋아할 만한 구성이다.

 

내비게이션은 전용 앱 브링고를 설치해야 사용할 수 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고 220V 인버터가 있어서 레저용으로도 적당한 사양을 준비해 놨다. 운전 중에 차선이탈 그리고 제동을 하지 않으면 속도와 앞차 거리를 계산해서 충돌 위험을 경고하는 안전 사양도 보인다.

공간은 일반적인 소형 SUV 수준이다. 사이즈 제원을 보면 티볼리보다 전장과 전고는 길고 큰데 전폭은 좁다. 하지만 더 좁다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2열 레그룸이나 헤드룸의 공간은 무난하고 2열 시트 폴딩으로 트렁크 용량을 기본 529ℓ에서 137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아쉬운 것도 있다. 변속 레버의 그립감은 좋은데 움직임이 둔탁하고 D모드 바로 아래 M 모드를 배치해 매번 메뉴얼 모드로 출발하게 만든다. 마이링크 조작 버튼이 물리 타입으로 바뀌면서 터치감이나 반응 속도는 빨라졌지만, 앱을 설치하고 연결하고 하는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다.

공조 장치 등의 버튼류 조작감도 부드러운 쪽 하고는 거리가 멀다. 시각적 변화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런 감성적인 부분은 아쉽다.

 

견고한 차체 놀림, 소리나 진동은 평범

구동계는 바뀐 것이 없다. 시승 모델은 1.4 가솔린 터보에 Gen3 6단 자동변속기를 올려놨다. 출력은 140마력(4900rpm), 토크는 20.4kg.m(1850~4900rpm), 연비는 12.2km/리터(복합)다. 충분하게 달궈지지 않았을 때 디젤차 비슷한 수준의 진동과 소음이 나는 것은 여전했다.  

시간이 지나고 열을 받으면 나아진다. 그리고 동급의 경쟁차 대개가 트랙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흠이 될 수준은 아니다. 반면 움직임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트랙스는 코너를 돌 때나 가속을 할 때 노면과의 밀착감 그리고 코너에 대응하고 필요한 순간 박차고 나가는 빠른 토크의 장점을 갖고 있다.

트랙스의 최대 토크는 1850rpm부터 시작한다. 디젤 엔진의 QM3가 1750부터 최대토크를 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티볼리 가솔린은 4600rpm부터 시작한다. 공로에서 어설프게 해 본 가속(0~100km/h) 테스트에서는 트랙스는 10초대를 기록했다. 배기량과 차종을 보면 절대 느린 편이 아니다.

 

페달류의 반응이 빠르고 제동 또한 기대 이상으로 정확하게 이뤄진다. 세단 수준으로 전고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비율상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코너를 휘어잡아 돌리는 거친 운전을 거뜬하게 받아들인다.

뷰익 앙코르부터 공유하는 플랫폼과 맥퍼슨 스트럿 전륜 서스펜션, 고강성 차체 구조를 중심으로 한 섀시 전체의 견고한 장점들이 험한 운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140마력에 20.4kg.m의 토크로 힘 있는 달리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트랙스는 자신이 가진 한계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

특히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최적화하고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출력을 내고 흡배기 효율성을 좋게 하는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과 고강성 크랭크 샤프트의 엔진 시스템으로 회전 질감과 내구성을 높인 것도 달리는 맛을 좋게 했다.

 

<총평>

트랙스의 11월 판매가 2500대로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내·외관 분위기를 이전보다 고급스럽게 끌어내고도 주역 트림의 가격을 내린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경쟁 모델인 QM3가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됐고 티볼리 하나만으로는 늘어나는 소형 SUV의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내년 소형 SUV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비슷한 세그먼트의 SUV와 CUV를 내놓는다. 부분변경 더 뉴 트랙스의 쇄신이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는 있지만, 더 특별한 뭔가가 격전을 치르는 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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