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리콜과 재인증, 이제 마침표를 찍어라

  • 입력 2017.01.24 10:01
  • 수정 2017.01.24 11: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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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ECU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위조된 서류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인증을 받지 않은 자동차를 몰래 들여온 행위의 괘씸 여부,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소송과는 별개로 폭스바겐 사태는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다. 

법적 조치는 끝나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가 된 폭스바겐 차량 12만여 대는 오늘도 기준치 이상의 매연을 뿜어가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획이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리콜을 허락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오염 물질을 기준치 이상 배출한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을 하고도 리콜 승인을 수차례 반려하며 해당 자동차의 운행을 방치하는 것은 분명한 모순이다. 환경부는 지난 해 같은 지적에 대해 섣부른 리콜은 없을 것이고 철저한 검증을 약속하며 승인을 한 국가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놓고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이 한국 정부에 제출한 그 내용 그대로 14종의 대상 자동차의 리콜이 진행중이다. 어수선한 정국과 맞물려 답보상태인 우리나라는 지난 12일, EA189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 1개 차종에 대해서만 리콜을 승인했다.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제시 리콜 방안이 배출가스 기준허용치를 달성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연비나 엔진 성능 저하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하고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엔진, 같은 문제가 발생한 다른 모델은 모두 빠졌다.

폭스바겐 리콜은 티구안 하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무리 곱씹어도 분명하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자동차의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은 하루라도 빨리 교체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나타내는 감정이나 국민적 정서, 정치권 눈치보기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고통속에서 보내는 이들도 있다. 딜러와 영업사원, 서비스 센터와 관리직 등 3000여 명의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관련 직원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영업직 절반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핵심 모델의 인증취소와 판매중단 조치 이후 회사를 떠났다.

팔 차가 없어 수입이 사라진 영업사원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지만 딜러의 입장은 다르다. 애프터 서비스를 책임져야 하고 독일 본사가 일부 경영자금을 지원해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모두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차를 판 죄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정직한 디젤차’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2일,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가 발표한 '디젤 엔진의 환경오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새로 도입하는 배출가스 인증 검사에 적합한 디젤차라면 구매하겠다는 답변이 37%나 됐다.

 

같은 디젤차라도 국산 차보다 수입차를 더 신뢰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정부가 환경 규제를 대폭 손질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 놓고도 폭스바겐의 재인증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시간을 끄는 것은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폭스바겐 문제는 시급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특정 브랜드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해도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는 20년 가까이 국내 업체의 견제와 경쟁을 유도해 자동차 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반면교사로 봐야 할 것도 있다. 폭스바겐 덕분에 우리의 법과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판매 차량의 인증을 취소했고 관련자를 구속하는 등의 엄벌을 내리고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니 말이다.

폭스바겐이 감당한 뭇매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폭스바겐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환경과 산업, 이웃과 또 다른 소비자를 위해 정직한 디젤차는 팔릴 수 있도록 누구나 공감하는 합리적 탈출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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