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연비 어코드 하이브리드 '대중교통보다 저렴'

  • 입력 2017.02.17 11:27
  • 수정 2017.02.17 12: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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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하이브리드 타입 자동차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전년 대비 66%, 올해 1월에도 두 배가 늘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하지만 2009년 토요타 프리우스 3세대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1000대를 넘지 않았던 연간 판매량이 8년 사이 16배 증가했을 정도 빠르게 성장했다.

하이브리드카의 약진을 놓고 디젤 게이트, 환경 규제, 유류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보다는 가솔린차에 근접한 가격, 배터리와 모터 같은 부품의 내구성 검증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특히 연비 만족도의 입소문이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

시장이 달라지면 완성차 업체의 상품 전략도 달라진다. 덕분에 우리나라도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투입하고 경쟁을 하는 시장이 됐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주도권은 토요타가 쥐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하이브리드카의 80% 이상이 토요타와 렉서스의 모델이다. 이런 시장에 혼다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1월에 나왔고 혼다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예약 실적을 볼 때 물량 수급에 이상이 없으면 월 1000대 수준의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괴물연비 ‘도심 19km/l, 복합 20.0km/l’

 

어코드는 말이 필요 없는 명차다. 지난 40년간 전 세계 160개 국가에서 2100만대가 넘는 누적 판매 기록을 가진 혼다의 베스트셀링카, 그리고 세계적인 패밀리 세단이다. 오랜 세월 사랑을 받은 만큼 누구나 공감하는 뛰어난 기본기를 갖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올려서 도심 연비를 19.5km/ℓ로 끌어 올린 모델이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경차는 물론, 동급의 디젤차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 도심에서 약 50km, 그리고 수도권 주변 80km를 더해 총 133km를 주행하며 연비를 재봤다. 

도심 구간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연비는 19km/ℓ, 총 133km에서 20.0km/ℓ를 찍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규정속도를 지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 운전을 한 결과다. 급가속, 급제동, 과속은 하지 않았고 퓨얼 컷을 활용하고 타력 운전에도 신경을 썼다. 

 

변속기에 추가된 B 모드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있는 B 모드는 회생 제동 에너지를 늘려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내리막 또는 감속이 필요할 때 엔진 브레이크의 역할을 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연비를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하루 평균 60km의 거리를 출ㆍ퇴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연료비는 4518원(휘발유 리터당 1516원)이 나온다.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편도 2500원)의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처음 시승 차를 받아 트립 리셋을 할 때 790km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133km를 달리고 난 후, 777km로 13km 밖에 줄지 않았다. 평균 연비가 상승하면서 주행 가능 거리의 범위가 오히려 늘어났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을 한 번 주유로 왕복하도 남는 연비다.

연비 잡는 비결, 왕성한 전기모드의 개입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ℓ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 e-CVT로 구동된다. 시승 중 특별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2개의 전기모터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카의 모터는 1개이고 또 출발, 가속, 등판 등 제한된 순간에 엔진 동력을 보조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엔진보다 모터의 역할이 더 강조됐다. 시속 40km 또는 50km 정도의 중속 구간에 도달하면 전기모드가 맥없이 해제되는 경쟁 모델과 다르게 배터리의 잔량이 있는 한 시속 70km에서도 기름 한방울 사용하지 않는 EV 드라이브 모드가 유지된다. 

20.0km/ℓ라는 높은 연비는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달한 모터의 간섭에서 나온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적용된 2개의 모터는 주행용과 발전용으로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따라서 주행 중 얻을 수 있는 회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

모터가 만들어 내는 최고 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2.1kg·m이나 되기 때문에 전기모드에서의 파워도 넉넉하다. 1.3kWh/72 cell 고밀도 리튬 이온 배터리는 크기가 작아서 트렁크를 차지하는 면적이 같은 방식의 다른 모델에 비해 훨씬 작다.

하이브리드카로 즐기는 운전의 재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엔진 드라이브, EV 드라이브로 구성된 3개의 운전 모드는 원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의 운전 재미를 준다. 최고출력 143마력(6200rpm), 최대토크 17.8kg·m(4000rpm)의 엔진 제원에 모터의 성능이 더해지면 속도를 높이는 능력과 질감은 잘 다져 놓은 가솔린 세단 이상이다.

모터를 합친 시스템 총 출력은 215마력이나 된다. 3개의 운전모드 가운데 엔진 드라이브 모드는 특히 인상적이다. 두 차례의 가속력 테스트에서(0→100km/h) 6초344를 기록, 지금까지 그 어떤 하이브리드 모델도 보여주지 못한 가속 성능을 과시했다.

주행 감성 역시 어코드답다. 전기모드와 엔진 모드로 전환되고 제동을 할 때 나타나는 하이브리드카 특유의 소리도 잘 잡아놨다. 정지해 있을 때, 그리고 낮은 속도로 출발할 때 나타나는 소음과 진동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역위상 사운드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제어하는 노이즈 컨트롤과 엔진소음을 제어하는 사운드 컨트롤이 적용돼 높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핸들링과 코너링은 안정적이고 이럴 때 나타나는 차체의 거동도 매끄럽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된 진폭 감응형 댐퍼가 차체의 상하 진동을 억제했고 프런트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의 노면 접지력과 선회 안정감도 뛰어났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그 밖의 편의사양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블루 익스텐션 톱코트의 하이브리드 전용 주간 주행등, 크롬과 피아노 블랙 컬러로 조합된 프런트 그릴과 보닛 라인 등 하이브리드 전용 패키지로 멋을 더했다. 측면 사이드 실 가니쉬와 17인치 알로이 휠도, 리어 스포일러, 리어 LED 컴비네이션 램프도 차별화된 것들이다. 

실내는 클러스터의 디자인과 구성을 다르게 했다. 경제 운전을 지원하는 에코 디스플레이가 독특하다. 급가속을 하면 계기반 디스플레이 속 차량이 앞으로 가고 급감속을 하면 뒤로 간다. 중앙에 많이 위치해야만 연비가 좋아지고 나뭇잎으로 표시되는 경제 운전 점수도 높아진다.

상단 7.7인치, 하단 7인치의 듀얼 디스플레이는 혼다의 다른 모델과 다르지 않다. 인상적인 것은 한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의 모든 매뉴얼에 한글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1열과 2열의 헤드룸, 레그룸, 숄더룸까지 모든 공간은 넉넉하다. 특히 트렁크 용량은 424ℓ로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

안전 사양으로는 가상의 사운드로 보행자를 보호하는 차량 접근 경보 시스템과 언덕길 밀림 방지 장치, 후방카메라,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이 있고 혼다가 고집스럽게 가져가고 있는 레인와치가 있다. 레인와치는 도어 미러 카메라와 상단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오른쪽 사각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대신 사이드 미러에 표시되는 사각지대감지시스템(BLIS)은 빠져 있다.

<총평>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320만 원으로 좀 세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비슷한 트림이 4040만 원과 비교해서다. 그러나 캠리 하이브리드는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구형이고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따끈따끈한 신차다. 연비도 앞선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최고 연비는 17.5km/ℓ다. 도심, 고속도로 모두 월등히 높다. 적어도 중형 세단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상품 경쟁력, 경제성은 분명한 우위로 판단된다. 2004년 불었던 어코드의 돌풍을 또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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