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서울모터쇼의 '꼰대문화'

  • 입력 2017.04.06 08:52
  • 기자명 한용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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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모터쇼는 지적을 받기 마련이다. 모터쇼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참가한 업체, 그리고 관람질서까지 지적을 받고 이를 바로 잡아가면서 발전하고는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이 가운데 모터쇼에 참가한 브랜드 스스로 가치를 떨어트리는 '꼰대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꼰대는 기성세대를 뜻하는 은어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세대를 말하기도 한다. 안타깝게 이런 꼰대문화가 올해 서울모터쇼에서도 여전했다. 반면, 치밀한 준비와 세련된 진행으로 브랜드의 미래와 가치를 알린 곳도 있었다. 쌍용차와 BMW코리아를 비교해 본다.

기념촬영에 정신 팔린 쌍용자동차

 

대부분의 모터쇼는 일반 관람객이 입장하기 전날 프레스데이를 따로 갖는다. 브랜드가 준비한 전시회의 내용을 미리 알려 홍보하기 위해서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만나기 힘든 CEO, 제품 개발자 등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이 직접 발표하는 브랜드의 미래 전략, 상품 운용 전략 등을 접할 수 있는, 브랜드 입장에서 말하면 회사를 홍보하고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브랜드가 있다. 미디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집안 잔치에 더 열을 올리는 브랜드는 쌍용차다. 올해 모터쇼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정해진 순서가 끝나고 난 후 끝없이 이어지는 기념촬영이 대표적인 꼰대짓이다.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회사 임원, 인도에서 온 '귀빈'들이 차례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는다. 

국산차 브랜드의 컨퍼런스에 예외없이 등장하는 '예약석'도 꼰대짓 가운데 하나다. 자신들이 초청한 미디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자신들이 메인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는 어이없는 일은 모터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명 레이서이자 연예인인 김 모씨가 자신의 SNS에서 산업자원부 장관 방문으로 일반 관람객 입장이 늦어지고,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민폐(?)를 지적한 것도 되돌아 봐야 한다.

CEO의 자신감이 브랜드 신뢰로 이어진 BMW

 

컨퍼런스에서 대부분의 발표자는 프롬프트를 통해 미리 작성된 내용을 보고 읽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김효준 BMW CEO는 날것 그대로의 스피치를 했다. 평소에도 달변을 인정 받고 있지만 수 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롬프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발표에 나선 것은 대단한 자신감과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확실하게 전달할 메시지를 미디어에게 전달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을 보며,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알게 했다. 개인적으로 이날 이후 BMW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나게 올랐다. 

대표란 회사의 미래를 이끄는 사람이다. 브랜드의 신제품이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갈지, 고객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적어도 BMW는 꼰대문화로 비판받지 않을 수 있었다. '예약석'이 없어도 모터쇼 프레스데이의 짧은 시간, CEO 한 사람이 브랜드의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각 브랜드마다 강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을 잘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극명하게 갈려있다. 이번 모터쇼에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모터쇼는 참가에 의미가 있는 행사가 아니다. 100만명이 달하는 관람객이 찾는 행사에서 꼰대질을 하는 브랜드는 수십억원을 들이고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모터쇼의 주인공은 관람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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