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에게 사준 스파크는 할아버지가 탈 차다

  • 입력 2017.05.22 13:05
  • 수정 2017.05.22 14: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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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특히 어르신의 운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소형차 개발도 필요하다. 

손녀를 위해 자동차를 고르는 할아버지의 배려가 애틋하다. 비가 오는 날도 전시장을 찾아 이것저것, 여기저기 꼼꼼하게 살펴보고 따져본다. 소중한 사람(손녀)이 타는 차이기 때문에 작아(경차)도 안전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이 광고는 요즘 뜨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성을 들여 고르고 고른 차는 손녀보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어르신 운전자에게 더 필요하다. 어르신 운전자를 사고나 내고 유발하는 주체로 인식해 골칫거리로 생각하지만, 본인이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더 높아서다. 어르신 운전자가 가장 안전한 차를 꼼꼼하게 골라야 하는 이유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운전면허 소지자는 3119만 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어르신 운전자는 600만 명에 육박한다. 어르신 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자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면허 갱신 기간을 강화하고 특별 교육을 하고 심지어 자진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교통 선진국은 다르다. 어르신 운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시니어를 위한 드라이브 스쿨, 전용 코스에서의 면허 갱신 시험,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과 자동차의 최신 기능을 습득하고 익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행거리가 짧으면 일반인보다 보험료 할인 폭을 더 많이 적용해 운전 빈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시행된다.

많은 어르신 운전자가 면허시험장이나 의료공간 같은 공개된 장소를 꺼리는 만큼 스스로 자신의 인지 능력, 가시성, 운동 능력, 공간 관리 능력 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어르신 운전자에게 적합한 차를 고르는 일이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연령대가 되면 작아지고 저렴한 차에 우선 관심이 간다. 손녀에게 사 줄 차는 에어백이 몇 개인지 따지면서도 정작 자신이 타고 다닐 차는 싸거나 연비가 좋은 차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제삼자의 인적 물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녀에게 선물할 차보다 더 꼼꼼하게 자신일 탈 차를 골라야 한다.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어르신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다.

어르신 운전자는 제한적인 신체 활동과 시력과 청력의 약화, 그리고 대부분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모두가 최상의 안전운전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고를 때 일반 운전자와는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청력이 약한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외부소음이 어느 정도 들리는 것이 좋겠고 각종 경고음이 적당한 크기의 볼륨을 가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부족한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글라스 선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부에서 어르신 운전자를 알아보고 양보를 하게 하고 긴급 상황을 더욱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인테리어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약화시키는 크롬이나 광택 장식 등으로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것이 좋다. 개구부가 넓고 낮은 지상고로 타고 내리기가 쉬운 차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능동형 안전사양은 많을수록 좋다.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후측방(사각지대) 경고 등의 시스템은 필수다.

제조사도 최대 고객군으로 부상한 어르신 운전자를 위해 맞춤형 모델을 내놔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60세 이상 70세 이하 연령층의 자동차 보유 비중, 신차 구매율은 절대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퇴자일수록 타던 차를 팔고 좀 더 작고 경제적인 차로 대체하는 일이 주변에 잦아지고 있다.

편의 사양을 줄이는 대신 안전 사양을 강화하고, 경제적이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차가 어르신은 필요하다. 자동차와 함께 어르신 운전자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배척하기보다는 배려하는 정책도 역시 시급하다.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나오기 이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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