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품질 자부하던 도요타와 렉서스의 추락

  • 입력 2017.06.23 08:16
  • 수정 2017.07.12 14:5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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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케팅 정보 회사 JD파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자동차와 금융, 여행, 주택, 통신, 건강 등 11개 분야의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 만족도 등을 조사해 발표한다. 특히 초기품질(IQS)과 내구품질(VDS) 조사 결과는 각 브랜드의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막강한 파급력을 갖는다.

한 예로 2004년 초기품질 조사에서 현대차 쏘나타가 차급별 최우수 모델로 선정되자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JD파워의 각종 조사에서 리더보드를 독식한 토요타를 제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시다. 그리고 발표가 나온 그 달, 쏘나타 판매는 무려 12% 증가했다.

2017년 연례 초기 품질 조사 결과는 기아차가 전체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제네시스가 미국 진출 1년 만에 포르쉐와 BMW, 링컨 등을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차지한 것보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IQS가 처음 시작된 1987년 이후 상위권, 못해도 중간을 놓치지 않은 도요타의 추락이다.

렉서스는 98점으로 산업 평균(97점) 이하로 떨어졌고 도요타는 95점으로 가까스로 넘겼다. 도요타의 전체 순위는 14위, 렉서스는 15위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물론, 닛산과 포드 그리고 BMW와 뷰익에도 미치지 못한 지수로 역대 최악의 순위를 기록했다.

렉서스가 JD파워 IQS에서 산업 평균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 조사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100대당 문제 건수 72점으로 1위를 차지한 기아차보다 렉서스의 초기 품질 불만 건수(98점)가 26건이나 많다는 것은 완벽한 품질을 자랑한 도요타의 위상으로 봤을 때 ‘사람이 개를 물은 것’보다 충격적인 일이다.

JD파워 IQS 자료에 따르면 렉서스는 차체와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의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렉서스는 특히 AVN과 히터, 에어컨, 선루프 등의 품질 만족도가 평균 이하의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엔진과 변속기, 제동장치와 배터리 등 차량 성능과 밀접한 항목의 조사에서 평균에 그친 것이 전반적인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도요타도 같은 평가지를 받았다. 차급별 최고 모델에서도 도요타와 렉서스는 캠리와 GS 단 2개 모델이 선정되는 데 그쳤다.

기아차가 쏘울, K7, 니로, 쏘렌토로 4개 모델의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수모에 가까운 성적이다. 기아차에 밀린 것보다 도요타와 렉서스가 현대차 그리고 제네시스보다 초기 품질이 낮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가 파워트레인은 물론 커넥티드, 엔터테인먼트 등 IT 기술과 감성적인 부분에서 한국과 미국 브랜드의 추격을 따 돌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과 유럽 브랜드에 밀려 하위권을 맴돈 포드와 쉐보레, 뷰익 등 미국 토종 브랜드가 도요타를 밀어낸 것도 이번 조사 결과의 하이라이트다.

도요타가 JD파워의 각종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는 했다. 1968년 4월, 창업자인 데이브 파워와 그의 아내가 좁은 식탁에서 출발한 JD파워의 첫 고객이 도요타였다.

그렇다고 JD파워의 공정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시장 조사 업체 순위가 상위 10위에 속해 있고 올해 IQS는 8만 명의 소비자가 8개 항목의 233개 세부 사항에 꼼꼼하게 답해 준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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