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이콘 '테슬라' 최대의 적은 전기차

  • 입력 2017.07.10 09:34
  • 수정 2017.07.10 21: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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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6초 이내가 걸린다.

테슬라 시가 총액 8조 원이 최근 단 이틀 만에 사라졌다. 주력 모델인 모델 S가 IIHS(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충돌 안전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데 실패하고 유가 하락, 그리고 2분기 판매량 감소 등이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GM과 포드를 넘어서며 한때 미국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한 테슬라는 그동안 과대평가, 예측 불가, 거품 등의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테슬라의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은 특이 동향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테슬라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거대 완성차 업체가 경쟁적으로 내 놓은 쓸만한 전기차들이다. 미국 최대의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승하고 “고속도로 125마일(202km)을 달렸고 18마일(29km)을 더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 시승한 쉐보레 볼트 EV(BOLT EV)는 202km를 달리고도 남은 주행 범위가 239km로 표시됐다.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볼트 EV의 가격은 각각 4300만 원, 4779만 원(최고가)이다. 테슬라가 대중 모델로 개발한 모델3은 1회 충전에 345km를 주행한다. 가격은 미국 기준 3만5000달러(4035만 원)다.

쉐보레 볼트 EV, 실 주행 테스트에서 1회 충전 주행 거리 400km 이상을 기록했다.

3만5000달러는 말 그대로 기본 가격이다. 색상에 따라 750달러가 추가되고 프리미엄 시트, 사운드 시스템, 글라스 루프 등 옵션 가격으로 수천 달러를 더 지급해야 한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오토 파일럿은 3000달러(345만 원), 듀얼모터는 3500달러(402만 원)가 추가된다. 

기본 가격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추가 옵션 부담이 크고 자동차는 네트워크로 팔고 관리된다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쉽게 구매하고 고칠 수 있는, 또 전기차는 편리한 충전 여건도 경쟁력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볼트 EV를 만들고 있는 현대차와 쉐보레는 이런 점에서 완벽하다.

테슬라를 슈퍼 전기차로 보고 웬만한 가격 차이는 용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모델3의 제원이 정확하게 공개된 것이 없지만 가속력(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은 6초 이내로 표시된다. 볼트 EV는 7초,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0.2초다. 테슬라의 가속력이 빠르기는 해도 그만한 가격을 부담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

볼트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예로 들었지만, 폭스바겐, 르노, 닛산 등의 글로벌 업체가 내놓을 전기차는 매력적인 가격과 인상적인 성능으로 무장하고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 그리고 모델3의 처지에서 보면 이들은 가장 어려운 상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는 2025년 까지 10개의  순수 전기차를 내 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EQ A

지금까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S와 모델 X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볼보자동차는 2019년 이후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 전기 동력을 사용하겠다며 내연기관의 종식을 최근 선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를 론칭했고 모든 모델에 A 세그먼트에서 D 세그먼트에 이르는 다양한 순수 전기차를 오는 2025년까지 10대나 투입할 계획이다..

벤츠의 첫 양산 전기차 EQ A는 2020년 판매를 시작한다. BMW도 183km의 주행 범위로 무장한 i3의 신형을 오는 가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의 규모를 따라잡기 힘들다.

특히 벤츠와 볼보,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세는 전기차 시대를 개척한 테슬라를 심각한 수준에 위협하고 있다. 시가 총액이 여전히 50조 원에 달하지만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고 따라서 테슬라가 살아 남을 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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