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대ㆍ기아차, 박항서 감독 효과에 탄력 받을까

  • 입력 2017.12.17 09:58
  • 수정 2018.12.17 14: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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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었던 씨클로는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다.

[베트남 다낭]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그냥 소년으로 불린다. 씨클로(Cycle)를 몰며 가족을 부양하던 소년이 강도를 당하고 범죄에 빠지고 다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영화 ‘씨클로’. 우울하고 암울한 OST 라디오 헤드의 트립, 정돈되지 않은 호찌민의 혼란스러운 거리와 뒷골목, 어두운 세계 그리고 잘생긴 양조위의 매력적인 젊은 날까지 트란 안 홍의 씨클로는 지금 다시 봐도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이제 씨클로는 흔하지 않다. 중부 최대의 상업 도시 다낭에서도 호이안 또는 핑크 성당이나 참파 유적지 박물관 등 관광지 인근에서 호객을 하는 정도로 남아있다. 대신 도로에는 이륜차와 엄청난 수의 자동차가 가득하다.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급부상하면서 씨클로 대신 ‘관광객과 자동차’가 넘쳐나는 도시가 됐다.

다낭의 중심지 교차로, 자동차와 이륜차 그리고 보행자가 뒤섞여 혼란스럽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연평균 34.7% 성장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작고 불편하고 위험한 이륜차 대신 자동차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세계적으로 드문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시장 규모는 30만4000여대. 이 가운데 현대차는 3만6000여대로 베트남 최대 브랜드인 쯔엉하이와 토요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쯔엉하이는 기아차와 마쓰다의 일부 모델을 조립 생산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베트남 현지에서 발표된 자료에 지난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토요타 뷔오스(1만7561대)지만 현대차 그랜드 i10이 2만1858대로 앞섰다는 통계도 있다. 그 뒤를 기아차 모닝(1만4872대)이 바싹 추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생산과 조립생산(CKD), 직접 수입 등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어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 

2009년 베트남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2012년 9724였던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 3만1309대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2만6274대를 기록했다. 1997년 베트남에 진출한 기아차도 2016년 4만5100대, 올해 상반기 2만1966대를 팔았다. 따라서 다낭에서는 서울 강남보다 더 자주, 현대차와 기아차 엠블럼을 만나게 된다.

다낭에서 만난 현대차와 기아차

실제로 다낭 여행의 필수 코스인 꺼우롱(용다리)에서 잠깐 살펴봤을 뿐인데, 그랜드 i10과 모닝 택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아차 K3, 론도(국내명 카렌스) 등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대형 버스는 10대 중 8대가 현대차 유니버스다. 대형 트럭 트라고도 간혹 보이고 쏘나타와 싼타페 등 고가의 모델도 자주 목격됐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다낭에서 관광객이 애용하는 이동 수단은 택시다. 다낭에서 이용한 택시의 절반이 현대차 그랜드 i10과 기아차 모닝이었다. ‘반’이라는 그랜드 i10 운전기사는 어설픈 영어로 “현대는 새것, 토요타는 헌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랜드 i10이 반의 마음에 드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낭 중심지 현대 쏭한 전시장에서 만난 영업사원 리티 하이응은 “요즘 인기가 많은 모델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라고 말했다. 그는 “다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조금 큰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엘란트라도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선택하거나 한 차급 위인 쏘나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 쏭한은 판매는 물론 대형 서비스 시설까지 갖춰진 지역 최대 전시장이다. 

다낭 최대 규모의 현대 쏭한 딜러의 영업사원 리티 하이응

베트남 현지 자동차 가격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현대차 그랜드 i10의 기본 가격은 최고 사양이 4억3500만동,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150만원, 요즘 뜨고 있다는 엘란트라는 1.6 모델이 3400만원이다. 리티 하이응은 “기본 가격이 비싼데도 7억2000만동(3560만원)짜리 자동변속기 포함 모델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한반도 2.5배 크기에 9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올해로 10년이 된 한·아세안 FTA 발효 이후 교역액이 1188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아세안은 한국의 2위 교역지역으로 부상했고 전체 교역 규모(9016억 달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다양한 형태로 투자를 늘리고 현지인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베트남을 거점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태국을 거점으로 하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메이커가 동남 아시아 지역을 잡고 있지만 우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을 거점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는 토요타와 혼다, 닛산, BMW, 포드, 미쓰비시, 이스즈, 스즈키 등 15개의 공장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이륜차가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으로 공급된다. 비교적 늦게 출발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상용차 조립공장을 증설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고 쩐 다이 꽝 주석을 만난 정의선 부회장은 당시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공을 들인 바 있다. 정 부회장이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인 이유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베트남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2.5t 트럭과 버스 부문 시장 점유율 2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상용차 조립공장을 증설해 버스와 트럭 등 대형 상용차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1만대에서 3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지 업체 타코에 위탁했던 상용차 조립 생산 및 판매 방식도 50대50 합작투자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탄콩(Thanh Cong)과의 합작사인 '현대탄콩(Huyndai Thanh Cong)'이 ‘그랜드 i10’을 출시하는 등 현지 지분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러나 태국을 기반으로 한 일본 브랜드가 무관세를 기반으로 수입 모델과 물량을 늘리면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고 이륜차에 대한 높은 선호도, 여전히 낮은 1인당 GDP(2016년 기준 2111달러)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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