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르노삼성차, 큰 판 벌이고도 웃지 못한 이유

  • 입력 2017.07.27 10:58
  • 수정 2017.07.27 11: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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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

르노삼성차가 이례적으로 QM3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공을 들였다. 보도자료 배포로 끝내도 됐지만 르노삼성차는 대형 공연장인 예스24 라이브홀을 황금시간대에 통째로 빌려 뉴 QM3의 출시를 성대하게 알렸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직후 만난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사람을 대했던 박 사장은 “삭발을 하고 싶다”는 말로 최근의 상황이 녹록치 않는다는 것을 대신했다. 

박 사장은 “임금협상, 최저임금, 수출물량 확보 등 쉽지 않은 난관들이 줄줄이 닥쳐있다”고 말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여서 고민이 더 깊다고 한다. 당면한 난관은 지난주 5차까지 열린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임금문제다. 

박 사장은 “지난해 거둔 좋은 성과는 이미 임금에 반영됐다”며 “상반기 목표 미달성, 경쟁사의 신차 공세로 올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고 따라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노조와의 협상 진행 상황과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 임금 인상 정책을 르노 본사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닛산 로그가 부산 공장에 할당되는 것은 생산 원가의 수지가 맞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 다른 곳으로 돌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르노는 거의 매일 최저임금 추진 상황을 체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 생산원가 상승분 등을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부산공장에 할당된 생산분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무언의 경고다.

박 사장은 “부산공장 직원의 가동률과 노동 강도는 현재 최고치에 달해 있다. 당연히 생산 시설을 늘리고 고용도 늘려야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한국지엠도 다르지 않다.

익명의 한국지엠 관계자는 “GM은 생산성, 원가절감 등을 따져보고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고 있다”며 “오펠 매각, 팔리지 않는 모델은 가치 유무를 떠나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까지 폐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를 노리고 있는 르노도 필요하다면 이렇게 가차 없는 구조조정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룹 내 가장 높은 수준의 생산원가를 가진 부산 공장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닛산 주요 모델 체인지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여기에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로그도 포함됐다”며 “이 시기 약 1년여 동안 로그 생산 라인이 멈춰야 하므로 설비와 인력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쟁사의 신차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상품이나 판매 경쟁에는 자신이 있다”면서도 “당장 아니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들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다르게 결정권을 가진 누군가가 있고 이 결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 그리고 쌍용자동차 등의 입장에서 보면 당면한 임금협상과 최저임금, 그리고 본사의 구조조정 여파까지 닥치면서 이구동성, IMF 이후 가장 힘겨운 시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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