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에서 연비까지 업데이트로 해결하는 자동차

  • 입력 2017.08.16 08:33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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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무선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전장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시스템의 전장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80년대 초반 전자제어시스템이 자동차에 처음 접목될 당시에만 하더라도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는 제어장치가 엔진과 여러 가지 전장 시스템을 모두 제어하는 통합제어방식을 사용했지만,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최근에는 각각의 시스템들이 개별적으로 제어하면서 CAN이나 LIN, LAN 등 근거리 통신망을 이용해 시스템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에는 각각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ECU가 작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80여 개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ECU는 각각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동차 시스템을 총괄하는 시스템은 이보다 넓은 의미로 ECM(Electronic Control Module)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ECM은 엔진시스템을 제어하는 엔진 ECM과 차체시스템 및 도난경보 등 차체 보안을 담당하는 BCM(Body Control Module)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ECM은 주로 연산장치인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엔진 맵핑값(엔진제어 프로그램) 등을 저장하는 ROM(Read only Memory), 고장코드 등과 같은 일시적인 정보를 저장하는 RAM(Rendom Access Memory)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CPU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8비트급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16비트급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일부 고급차종에는 32비트급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한 자동차부품회사는 64비트급의 최고급 노트북 150대와 맞먹는 자율주행차용 슈퍼컴퓨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ECM은 과거에는 전원이 끊겨도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고 한 번 저장된 정보도 수정할 수 없는 비휘발성 메모리지인 ROM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ROM에 저장된 일부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EEPROM(Electrically Erasable Programmable ROM)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EEPROM은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정비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배출가스규제 등 환경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자동차가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비를 위한 시간적, 물류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는 새로운 환경규제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마이너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때 새로 적용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EEPROM 덕분에 간단한 차량업데이트를 통해 빠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 현대모비스 통합바디제어기(IBU)

또한, 차종마다 연식 또는 사양에 따라 수십 가지의 ECM을 별도로 갖춰야 해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에서 대규모 물류창고가 필요했지만 단 몇 가지 사양만 갖추면 돼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지요. 정비업소도 ECM이 고장이 날 경우 차종에 맞는 ECM 사양을 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사양이 맞지 않는 ECM으로 잘못 교체해 오히려 더 큰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무것도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은 ECM(일명 깡통 ECM으로 불립니다)으로 교체한 후 통신장비를 이용해 해당 차종의 사양에 맞는 프로그램을 ECM에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튜닝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ECU 튜닝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마치 스마트폰이나 PC의 OS를 초기화하거나 새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빈(空) ECM을 통한 프로그래밍 작업은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과정에서 수 시간 이상 걸리기는 하지만 완성차 입장에서는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업데이트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정비업소에서도 잘못된 사양 장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 효율성이나 정비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의견입니다.

현재 이러한 ECM 업데이트는 수입차뿐 아니라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아예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ECM을 애프터마켓에 공급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ECM 프로그래밍이나 업데이트는 완성차 업체의 중앙서버를 통해 내려받아야 하므로 갈수록 보안이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연결성(Connectivity)이 강화되면서 스마트폰처럼 무선으로 시스템을 수시로 업데이트(OTA)하는 방법이 적용되기도 해 보안이 더욱 중요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 서버를 둔 한 완성차업체는 남미 쪽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보안사고로 인해 전 세계 서비스센터의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완성차업체에서도 최근 서버가 갑자기 다운되어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던 일부 차종에 문제가 발생함은 물론 이로 인해 고객과 실랑이를 벌인 경우까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김아롱 기자=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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