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악화는 '인건비와 경직된 생산 체제' 탓

  • 입력 2017.08.17 10:13
  • 수정 2017.08.17 14:28
  • 기자명 강기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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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로 진단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원인은 '과도한 인건비와 경직된 생산 대응 체체'로 시작된 노사관계의 악화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7일,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자동차산업학회 전문가와 완성차업계, 부품업계, 유관기관 등 자동차산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근 회장 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는 과중한 인건비 부담과 경직된 생산 대응체제가 근원적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 완성차업체의 통상임금 쟁송은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사안인 관계로 그 동안 정부의 행정지침과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한 통상임금 범위가 그대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쟁했다,

또 "통상임금 쟁점은 관련 법의 모호성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하여 정부나 입법부에서도 조속히 노동부 행정지침을 그대로 입법화함으로써 법과 행정조치를 일치화하고, 통상임금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그간의 통상임금 이행에 따른 실체적 진실,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 해당기업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 협력적 노사관계의 발전, 외국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임금 쟁송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줄 것"을 사법부에 요구했다. 

30년전 형성된 법과 제도가 노조측에 '갑'에 준하는 우월적인 교섭력을 보장하고 있어 대립적 노사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1년 단위의 단체교섭 주기와 2년 단위의 짧은 노조위원장 임기, 노노간 선명성 경쟁 등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시키는데 제약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실한 협의보다는 힘에 의한 투쟁과 관행화된 파업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간 교섭력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노사간에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노사가 함께 자신들의 생산공장과 생산량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의 토대 위에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미국의 경우“회사가 부도나면 노조도 부도난다”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는 예도 들었다.

이날 첫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김&장 법률사무소 우광호 박사는'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하면 노사간 협력 부문에서 2016년 평가대상인 148개국 중 135위로 최하위 수준으로2012년 129위에서 오히려 떨어졌고 고용 및 해고관행 부문(113위), 정리해고 비용 부문(112위) 등 노동시장 효율성 분야에서도 경쟁력 취약 부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주요 기업별 파업 및 쟁의 관련 제도 비교

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임금협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높은 임금인상률 등 노조요구율이 높으면 협상기간과 협상횟수가 증가해 노사간 소모적 협상으로 되지만 반드시 높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우 노조요구액과 타결액의 차이가 거의 없어 교섭일이 평균 3일 정도로 짧고 임금인상률도 꾸준히 상승을 보여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노조는 무리한 요구보다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사측은 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성실한 협의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간 교섭력 균형방안'에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의 필수조건으로서 노사간 교섭력 균형을 위한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대체근로 제한 입법을 두고 있지 않거나 제한이 최소한에 그치는 외국 입법사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대체근로 전면금지는 지나치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의 단체행동권과 회사의 경영권이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체근로 허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현행 노조관계법은 노사대등성에 맞게 규율되지 않고 노조에게만 쟁의수단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어 노사간의 실질적 균형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대한 노사간 평화적 분쟁해결이 가능하도록 교섭의 시작단계부터 마무리까지 교섭력 균형을 위한 전체적인 균형성을 제고해야 하며, 쟁의행위가 불가피한 경우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물론 사용자의 경영권도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파업결정 투표시 현재 과반수인 파업찬성률을 독일(3/4 이상) 또는 미국(2/3 이상) 수준으로 제고하고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1회 쟁의행위로 한정하거나(독일), 6개월로 설정(영국)하는 식의 개선안이 나놨다.

또 파업기간 동안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파업시 직장점거의 전면적 금지를 통해 사용자의 재산권과 근로희망자의 근로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자동차산업협회의 이날 토론은 17일로 예정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을 앞두고 열려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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