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텍처에는 자동차의 신차 전략이 숨겨져 있다.

  • 입력 2017.09.07 08:2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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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새로운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자동차의 개발과정은 상품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컨셉개발, 시제품 개발 및 테스트, 양산조립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통상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신차 출시 후 3~5년마다 부분변경(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출시되고 5~7년마다 완전변경(풀 체인지) 모델이 출시된다’는 7년 주기설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시뮬레이션 덕분에 신차 개발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신차 개발 기간은 2~3년 정도 소요되며, 일부 브랜드의 경우 16~18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 개발기간이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동차의 뼈대라 할 수 있는 플랫폼의 공유 및 시스템 모듈화, 부품표준화 및 공용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다보니 과거 신차발표회장에서 ‘개발기간이나 몇 년이고 비용은 얼마가 투입됐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어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는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플랫폼(Platform)이란 흔히 ‘엔진과 섀시, 차체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를 좀 더 기술적으로 얘기하면 플랫폼은 언더바디(플로어 패널과 엔진, 변속기 등이 탑재되는 서브프레임 등)와 액슬을 포함한 서스펜션으로 구성된 기본 골격에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이 얹혀진 구조물입니다.

그리고 핵심 구성요소인 섀시 또는 기계요소의 기초가 되는 플로어 패널을 비롯해 휠베이스, 스티어링, 엔진 및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등을 변경해 여러 가지 크기와 사양으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지요. 한편 많은 자동차회사나 부품회사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차량 아키텍처(Vehicle Architecture)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아키텍처란 사전적 의미로 ‘제품의 생산을 염두에 둔 제품설계’ 또는 ‘어떤 시스템에 질서를 부여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표준화된 개념과 규칙’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자동차의 기초 설계부터 생산 및 조립라인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과 공정, 공장 운영체제, 제품전략 등 하나의 자동차가 탄생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물론 자동차회사들의 신차 개발역량과 미래비전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량 아키텍처는 그 중에서도 자동차의 기능적인 측면과 연관된 기계적(물리적인) 구성요소 부문으로 범위를 좁혀서 부르는 말로 경영학적으로는 ‘제품(product)’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자동차산업에서 아카텍처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단순한 차량 플랫폼 개발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으로부터 자동차 생산 및 조립라인에 필요한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용화(재사용)함으로써 신차 개발기간 단축은 물론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자율주행차 및 커넥트카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전자 아키텍처가 주목받는 이유 역시 갈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짐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시스템의 증가로 인한 생산원가의 상승, 데이터 전송속도의 한계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단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일명 ‘생산플랫폼 공용화’로 불리는 아키텍처는 차량 플랫폼의 공용화는 물론 생산 운영방식까지 통일화함으로써 개발투자비용과 공장운영비용을 줄이면서도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함은 물론 자동차의 성능과 사양,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러한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아키텍처 전략은 폭스바겐이 지난 2012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모듈러 트랜버스 매트릭스(MQB)와 지난해 토요타가 발표한 토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이 새롭게 선보인 ’모듈러 일렉트릭 드라이브 키트(MEB)‘를 비롯해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커먼모듈패밀리(Common Module Family), 마쯔다 커먼 아키텍처(Common Architecture),  FCA 컴팩트 US 와이드(Compact U.S. Wide), 메르세데스-벤츠 프런트드아이브 아키텍처(Mercedess Benz Frontdrive Architecture) 등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아키텍처 전략을 새롭게 선보이거나 수정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아이오닉 전용플랫폼 개발을 통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를 개발한데 오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HEV) 10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1종, 전기차(EV) 8종, 수소전기차(FCEV) 2종 등 총 31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자동차산업에서는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아키텍처의 초창기 개념이었던 생산모듈화가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3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를 생산공장에서 일일이 조립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자동차부품회사가 자동차부품을 시스템별로 6~7개의 덩어리로 만들어 모듈화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는 이러한 모듈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죠. 현재 자동차에는 대략 2~3000여 개의 모듈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차 한 대를 만드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김아롱 기자=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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