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EV, 서울외곽순환도로 3바퀴 돌고도 여유...384km

  • 입력 2017.11.24 09:59
  • 수정 2020.06.24 07: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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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주장을 끓임없이 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는 휘발유 또는 디젤과 같이 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엄청난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석유를 채굴, 정제하고 주유소를 거쳐 자동차가 굴러가는 과정까지 돌아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기차는 굴러가는 단계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불편하다는 것,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것도 비관론자의 단골 메뉴다.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최근 전기차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 100만 대 돌파 전망

올해에는 사상 처음 10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전기차 판매가 이렇게 급증하는 이유는 초기 100km 근방에 머물렀던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이제는 200km 이상으로 길어졌고 배터리 가격 하락, 환경에 민감한 각국 정부의 지원과 혜택이 풍부해진 덕분이다. 때가 되면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국가가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수요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주행거리가 300km 이상, 그리고 400km에 근접한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BNEF는 2040년 신차 판매의 54%를 전기차가 차지하고 2030년에는 배터리 가격이 7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볼트 EV 그리고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선택한 이유

볼트 EV
시흥하늘휴게소

국내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긴 전기차는 쉐보레 볼트(Bolt) EV다. 언더바디 플로어에 288개의 셀로 구성된 60kWh의 고효율 리튬이온 팩을 탑재, 완속으로 100% 충전하면 383km를 달린다. 주당 평균 30ℓ, 4만 5000원어치를 주유했을 때 짜내고 짜내도 300km 조금 넘게 달리면 곧바로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는 가솔린 중형 세단을 타는 처지에서 보면, 혹할 일이다.

그런데도 표시된 연비를 내기가 어려운 일반 자동차처럼 전기차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래서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빙 둘러 가로지르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볼트 EV로 달려보기로 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 도로는 수도권을 오가는 출퇴근 차량 상당수가 이용하고 총 길이 127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데다 적당한 고도 편차와 고속, 저속, 상습 정체 구간까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주변의 흔한 도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최근 문을 연 시흥하늘휴게소에 충전소가 있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테스트하는데 적격이라고 봤다.

총 길이 127km, 볼트 EV는 몇 바퀴를 돌았을까

완충 후 출발 전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21일, 시흥하늘휴게소에서 볼트 EV의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고 일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볼트 EV가 출발했다. 과연 몇 바퀴를 돌 수 있을까. 인증을 받은 볼트 EV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383km, 따라서 총 길이 127.5km의 서울외곽순환도로를 3바퀴 돌려면 뭔가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표시된 거리만 달릴 수 있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전기차는 완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를 100% 채울 수 있지만 급속 충전은 80%까지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공용 충전기는 급속이어서 볼트 EV도 80%에서 충전이 멈췄고 따라서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는 314km밖에 되지 않았다. 

이 수치로 보면 3바퀴는 불가능했고 도로 상황에 따라서는 2바퀴도 겨우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시흥요금소를 통과해 상습정체 구간인 장수, 중동, 서원나들목을 지나면서 주행가능 거리는 346km로 상승했고 일산 인근을 지날 때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감속과 제동 그리고 타력 주행으로 배터리를 조금씩 채워나가는 정도의 경제 운전이 효과를 봤다. 2시간 남짓, 외곽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시흥하늘휴게소를 지날 때, 주행 거리는 정확하게 127.0km를 찍었고 배터리 사용량은 14.5kWh, 그리고 앞으로 더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84km로 표시됐다. 

남은 거리 189km, 세 바퀴째 도전

세 바퀴 완주 후

두 바퀴를 더 돌아도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오전과 달리 점심시간이 지난 외곽순환도로는 정체가 더 심했다. 장수, 송내 나들목은 차량의 꼬리가 오전보다 더 길게, 더 느린 속도로 이어졌고 계양 나들목 인근의 공사와 송파 나들목 인근의 정체까지 이어져 첫 바퀴 때보다 운행시간이 30분 이상 더 걸렸다.

남아있는 주행 가능 거리는 189km, 처음 출발할 때 314km였던 주행거리로 256km를 달렸으면 58km가 남아있어야 했지만 감속과 제동, 타력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보태져 130km 이상의 추가 여력이 생겼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정체는 더 심해졌지만 세 바퀴째 도전은 가뿐했다. 그렇게 총 길이 127.5km의 서울외곽순환도로를 3바퀴 돌았을 때 총 주행거리는 384km, 볼트 EV 인증 거리를 조금 넘어섰고 남아있는 주행가능 거리는 충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주황색 경고와 함께 61km로 표시됐다.

1kWh의 에너지로 8.66km를 달렸다고 보고 볼트 EV의 60kWh 배터리를 완속으로 100% 충전했다면 520km 주행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에서 제주도, 제주도를 두 바퀴 일주했다는 이전의 기록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시흥하늘휴게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약 8000원, 1시간 40분을 기다려야 했지만 다른 모든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한 번 충전에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세 바퀴 돌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능성,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주행거리 못지 않게 놀라운 것

주행거리만큼 놀라운 것이 또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전기차 가운데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지나치게 조용했고 회생제동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동력이 조금씩 밀리는 것을 빼면, 조향감, 가속페달의 느낌, 차체의 움직임 모두가 일반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제주에서 열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데뷔한 볼트 EV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지 단 10분 만에 1000대의 초도 물량이 모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판매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쉐보레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수요로 봤을 때 1000대라는 물량이 그렇게 단시간에 소진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GM의 체계상 연내 추가 공급이 어려워 수요에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년 전기차 시장 경쟁 치열해질 듯

그러나 내년 사정은 달라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놨고, 따라서 시장이 원하는 만큼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트 EV는 준중형차급 공간을 확보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기차 전용 고강성 차체에 고효율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과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 시속 100km 도달에 7초대가 걸리는 성능도 갖췄다. 

판매 가격은 4779만 원,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아 2000만 원대에 후반에 구매할 수 있다. 한편 내년 전기차 시장은 르노삼성차가 23일 대구국제미래자동차 엑스포에서 출시한 SM3.Z.E도 주행거리가 213km에 달하고 현대차가 내 놓을 코나 EV도 볼트 EV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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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볼트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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