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차는 또 기회를 놓치고 있다

  • 입력 2017.12.04 12:06
  • 수정 2017.12.04 16: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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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BYD e-Bus7

제주도 동쪽 끝 우도에 전기버스가 들어간다. 이지웰페어가 전기차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업체인 중국 BYD의 전기버스 eBus-7 20대를 우도에 팔았다. 국내 판매에 필요한 인증 절차가 완료돼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목적 소형버스인 eBus-7은 15인승 크기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2시간 충전하면 200Km 이상을 달린다. 섬 둘레가 17km에 불과한 우도를 10바퀴 돌아도 남는 항속거리다. 우도사랑협동조합은 '우도에 맞는 국산 전기버스가 없어서' 중국산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1회 충전에 300km를 달리는 일렉시티를 부산 지역 업체에 공급했고 자일대우버스,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도 전기버스를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시범운행 단계이거나 대량 생산 공급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

현대차도 지금 당장 어디선가 전기버스 수십 여대를 주문해도 최종 인도까지 '몇 개월'이 필요하다. 수요처가 있어도 제때 팔기가 어렵다는 얘기고 우도가 중국 BYD의 제품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지웰페어가 준비하고 있는 BYD 11m 크기의 중형 전기버스 eBus-12도 조만간 도로를 달릴 전망이다.

이지웰페어 관계자에 따르면 "에어컨을 켜고 110km가 넘는 노선을 배터리 용량의 29%가량만 사용해 주행했다"며 "지형이 험한 부산지역에서도 무리가 없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eBus-12는 내년 상반기 제주도에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 전기차 산업을 상징하는 제주도를 중국산 모델이 선점하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11월에야 부산지역 버스업체에 20대의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전기버스뿐만 아니라 승용 모델의 경쟁에서도 현대차는 위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올해 11월까지 7164대로 하이브리드카보다 많이 팔렸지만 경쟁모델이 딱히 없는 시장에서 거둔 실적이다.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같은 기간 539대를 파는데 그친 쉐보레 볼트 EV(Bolt)가 전기차 시장 점유율 60%를 넘긴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위협적이다. 아이오닉의 배가량인 월등한 주행거리(383km)를 가진 볼트 EV의 국내 수급 상황이 원활했다면 점유율 60%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사양, 공간, 주행 질감 등을 포함한 상품성에서도 볼트 EV가 한 수위다. 따라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쉐보레 볼트 EV의 대대적인 물량 공급과 213km로 주행거리를 늘린 르노삼성 SM3.Z.E.의 본격 판매가 예고된 내년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확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는 1회 충전 거리를 390㎞로 늘린 코나 EV를 내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데뷔 시기가 제네바모터쇼가 열리는 3월 이후로 잡혀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를 너무 느슨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130%,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는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최근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하나의 트랜드로 분석했다. 

요약하면 "환경 문제가 나오고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있고 여론에 맞춰 가는 각국 정부 정책이 맞물려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정도"고 "연비 좋은 휘발유, 경유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는 반짝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저명한 시장 분석 기관은 한결같이 2040년, 늦어도 2050년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장은 아니어도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저마다의 시기를 정해 더는 내연기관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앞다퉈 선언했다. 

늘 그랬지만 현대차는 앞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전기차 시장 역시 한 발짝 물러서 지켜보다가 될 것 같으면 뛰어들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현대차는 제때 대응하지 못한 소형 SUV와 픽업트럭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년간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소형 SUV 코나도 국내는 몰라도 해외에서는 끝물을 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판매가 8.4% 오른 내수 판매와 달리 해외 판매가 8.4% 감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눈치를 보고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

배터리를 포함한 기술 발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22만 명의 직원이 전 세계 32개의 생산기지에서 20여 개나 되는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 BYD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가 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전기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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