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에 대응하는 토요타 방식 '먼저 그리고 직접'

  • 입력 2017.12.08 09: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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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때문에 망한 자동차 회사는 없다. 2009년 토요타 급가속, 2014년 GM 시동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는 수천만 대의 자동차 리콜,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했지만 이들 회사는 건재하다.

제조사가 리콜 비용을 전부 부담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위험 부담에 대비해 필요한 만큼의 충당금을 미리 준비한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내는 자동차 값에도 이런 상황에 대비한 충당금(보험) 일부가 포함돼 있다.

리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맘때가 되면 리콜이 가장 많았던 회사가 등장하고 눈총을 받기도 한다. 심각한 결함, 안전하지 못한 그래서 사고 위험 따위와 연관이 되지만 자동차 리콜은 소비자 안전과 피해 예방에 절대 기여하는 최선의 제도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 대부분은 부정적 측면을 먼저 생각해 가능한 한 은밀하거나 소극적으로 리콜에 대응한다. 올해 국내에서 진행된 736개 차종 161만여 대의 리콜 대부분도 국토교통부나 환경부가 자료를 내고 해당 제조사가 개별차주에게 공지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사를 했거나 주소가 잘못 기재됐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큰 이슈가 되지 않은 한, 언론도 일회성 기사로 취급하고 말기 때문에 이때를 놓치면 자동차 리콜 센터에서 자기 차량 정보를 입력하고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리콜 시정률은 선진국보다 낮은 70%대 수준이다.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자동차 10대 중 3대가 도로에서 운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능하면 리콜과 연관되거나 그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제조사의 속성이지만 유별난 회사가 한 곳 있다. 토요타다.

토요타의 글로벌 웹사이트에는 '리콜' 페이지가 따로 있다. 홈페이지에 자사 모델의 리콜 사실을 알리고 언제 어디서든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운용하는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여기에서 보유 차량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결함 내역, 무상 수리 내역과 일정 등을 간단하게 조회해 볼 수 있다. 

리콜의 원인이 되는 부품과 관련한 기본 상식, 왜 리콜을 해야 하고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 정부가 운용하는 '자동차 리콜 센터'보다 접근이 쉽고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도 높다. 

한국토요타도 홈페이지에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로 바로 연결되는 리콜 안내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다. 토요타는 또 리콜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관계 기관보다 먼저 전세계 미디어에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토요타가 완성차 메이커로는 드물게 리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2009년 급가속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데 소극적 또는 방어적인 태도로 시작된 후유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따라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자동차 업계는 토요타가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데 3년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듬해인 2010년에도 판매 순위는 1위였고 매출, 판매, 생산, 브랜드 가치 등이 지금까지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품질 개선 노력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모든 시스템을 전면 개선한 덕분이다. 특히 리콜과 같이 고객의 안전과 연관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먼저 알리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제조사 스스로 리콜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리콜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잘못을 발견하면 즉시 바로잡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고객의 안전'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토요타의 생각이다. 

지난 10월, 도쿄모터쇼에서 만난 토요타 관계자도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제조사가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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